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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 관련된 시 세 편    
글쓴이 : 한지황    14-11-03 23:12    조회 : 7,974

파경/ 이재무

폭우가 길 위에 걸어놓은

명경 속으로

갓 태어난 새털구름 세 마리

들어와 한첨을 첨벙대다 떠난 뒤

자잘한 풀꽃들 하나, , 다섯 

열 스물 몸단장에 지칠 줄 모르고

언덕 위 키 큰 느티나무 

더벅머리 흔들어 물방울 털며

길게 휘파람 불어대더니

다음 날 다시 가보았을 때

명경 놓인 자리 흔적 없고

문수 다른 발자국들 똬리 튼

 별들처럼 서로를 물고 할퀴고 있네

 

여름에 갑자기 소나기 쏟아지면 웅덩이가 생깁니다.

그 후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마치 거울처럼 맑은 물이 생기지요.

폭우가 길 위에 명경을 놓아놨더니

사물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물이 마르기 시작하고 명경은 깨져 파경이 됩니다.

그리곤 마른 땅에 발자국이 생깁니다.

이렇게 시인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멋진 시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은 여객선이 지나간 자리와 같다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지나갈 때는 진흙이 패이지만 지나고 나면 흔적이 사라지듯

아무리 가슴 아픈 역사도 지나면 무덤덤해집니다.

현실만이 고통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시간의 풍화 작용을 겪으면

모든 아픔과 고통도 추상화되기 마련이니까요.

 

캄캄한 황홀/ 이재무

 

강풍에 나부끼는 활엽수들

 산발한 채 달려드는 빗줄기

 불빛의 혀로 감싸 안는 가등들

 불어난 물살에

 떠밀려가는 냇가의 돌들

 갑작스런 방문에 부산스러운 것들

 

 캄캄한 황홀의 소용돌이

가라앉은 뒤 

낱알 뱉어낸 푹 꺼진 자루로 남아

오래 허전하고 아픈 영혼들

 

 

역설적인 제목의 시입니다.

강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을 보며

갑자기 찾아온 비바람에 허둥대는 것처럼

갑작스레 미친 듯 찾아온 사랑을 떠올립니다.

이성적 통제가 안되는 사랑말입니다.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의 사랑처럼...

이렇게 비를 대상으로 시를 쓴다면

어떻게 비를 인식할 것인가 발견을 한 후에 써야 합니다.

 

가는 비의 종류

 안개비 :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

  는개비 : 안개비보다 빗방울이 조금 굵은비

  이슬비 : 는개비보다 더 굵게 내리는 비

  보슬비 : 보슬보슬 물방울이 끊어져서 내리는 비

   부슬비 : 보슬비보다 좀더 물방울이 굵은 비

   가루비 : 가루처럼 내리는 비

   가랑비 : 보슬비와 이슬비가 같이 내리는 비

    실비 : 실처럼 가늘고 길게 선을 그으며 내리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의 약한 비

    

굵은 비의 종류

  발 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고 세차게 내리는 비

  채찍비 : 채찍을 치듯 세차게 내리는 비

  달구비 : 달구로 누르듯 세게 내리는 비 (달구-쇳덩이,둥근 나무토막)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급방 그치는 비

  억수(악수) : 물을 퍼붓듯 내리는 비

 

 계절&날씨 비의 종류

   일 비 : 봄비, 봄엔 일할것이 많아 비가와도 일을 해야함을 의미

   잠 비 : 여름비, 여름엔 바쁜일이 없어 낮잠자도 좋다는 의미

    떡 비 : 가을비, 가을이 와 떡을 해먹으며 여유롭게 쉴수있다는 의미

    술 비 : 겨울비, 농한기라 술 마시며 논다는 의미

    이른비 : 비 내릴 시기보다 이르게 내리는 비

    늦은비 : 비 내릴 시기보다 늦게 내리는 비

    마른비 : 지면에 닿기도 전에 증발하는 비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렸다, 갰다 반복하는 장마

 

  그 외 비의 종류

    여우비 : 맑은날 살짝 내리는 비

    도둑비 : 예기치 못하게 밤에 살짝 내린 비

    누리비 : 우박

    꿀비 : 농사짓기에 좋을만큼 내리는 비

     단비 : 필요한 시기에 내리는 비

     약비 : 요긴할때 내리는 비

     개부심 : 홍수 이후에 잠잠했다 다시 내려 진흙 등을 씻겨내는 비

    

비라는 일반적인 대상보다는 구체적 대상을 찾아서 써야 합니다.

위에 열거한 다양한 비들 중에서 특수한 비 하나를 정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비의 종류가 엄청나지요?

스승님이 수십 가지 있다고 하셔서 조사를 해보았는데

참고해 보세요.

이슬비는 가을에, 보슬비는 봄에 온다는 것도 몰랐던 우리들에게

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셨네요.

 

  / 이재무

 

해 종일 욕설 쏟아져 내린다

어머니 생전에 내게 퍼붓던 욕

급살맞을 놈, 호랭이 물려가 뒈질 놈,

환장할 놈, 가랑이 찢어 죽일 놈, 염병할 놈,

죽은 연년생 동생과 함께 밥보다 많이 먹은 욕

쏟아져내려 먼지 푸석이는 생이 젖는다

그리운 얼굴들 쏟아져 내린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욕설이었다

병을 앓으며 생각의 키가 자랐고

집과 멀어질수록 마음의 뜰 넓어졌다

거리에 분주한 바지, 치마들아

귀 열어 욕설 담아보아라,

모처럼 정겹지 않느냐,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살뜰한 것들이여,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는 간절한 것들이여,

불쑥 찾아와 얼룩의 생 닦아내는 지혜의 물걸레여,

줄기차게 잔소리 쏟아져 내린다

살가운 추억, 떠나버린 애인들

오후 강의도 작파해 버리고

에라, 욕에나 젖어 비에 젖어 술에나

젖어 사랑에 젖어

 

10년 전 여름 장대비는 쏟아져 내리고 지방대로 강의를 가야하는 시인은

가기가 싫어서 낮술을 마셨답니다.

장대비 쏟아지는 것이 마치 욕설이 퍼붓는 듯하고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더이상 욕을 해주는 사람은 없고 욕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욕도 문학적으로 수사가 있으면 기막힌 표현이 됩니다.

욕 하나가 빠졌다며 벼락맞아 죽을 놈이 들어가야 한다는

초엽샘의 말씀에 스승님은 다음번 개정 때는 꼭 넣겠다고

비에 걸맞는 욕인데 빠졌다고 고마워하셨지요.

오랜만에 나오신 초엽샘!

역시 우리 반에 꼭 필요하신 분 맞습니다.

후원금도 내주셔서 회비가 굳었다고 총무님이 제일 기뻐했지요.

스승님과 함께 비빔밥, 불고기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11월의 첫 주를 시작했습니다.

아메리카노 밖에 모르신다던 스승님이 시럽을 넣은 카페라떼를 드시더니

부드럽고 고급스런 맛이 난다고 한 잔을 더 드셨어요.

다방 커피만을 고수하시던 스승님에게도 슬슬 변화가 찾아오나 봅니다.

일산반 비문이 많이 줄어 기분이 좋으시다는 스승님의 말씀에

우리 모두 열심히 공부해온 보람을 느낍니다.

아울러 스승님의 가르침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진미경   14-11-04 18:01
    
알찬 후기 잘 읽었습니다. 유난히 비를 사랑해서 스승님의 시엔 비에 대한 번뜩이는 사유가
많네요.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비의 종류가 이렇게 많을 수도 있구나!!
놀랐습니다.
직경 0.5mm 이상의 강수를 비라고 하며 그 이하인 직경 0.5mm 미만의 강수는 안개비라고 합니다.
안개비는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며 대기가 약간만 움직여도 따라 움직입니다.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이라는 노래에서 나오는 안개비는 그 신비함이 연상되어 흥얼흥얼 부르기 좋았거든요.
  이슬비는 가을비,보슬비는 봄비,특히 보슬비는 보슬보슬 물방울이 끊어져서 내리는 비랍니다.
이렇듯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굵기에 따라,계절에 따라,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그 명칭을 달리한다고 하니
정말 놀라워요. 물을 퍼붓듯이 내리는 비인 억수는 폭우,장대비,호우와 비슷합니다.
앞으로 글을 쓸때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두고  알맞는 비를 골라써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한지황   14-11-04 18:31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이란 노래 저도 참 좋아했었지요. 분위기 있는 멜로디와 뜻깊은 가사...
채은옥의 찬비도 좋아했고요.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는 어떻고요?
남자 목소리치곤  맑고 높은 음까지 올라가서 애절함이 더해졌지요.
바는 감상적인 시나 노래를 만드는데큰 공을  세운 게 확실해요.
눈보다 비가 훨씬 우수적이죠.
어떤 이는 폭우가 좋지
찔끔찔끔 내리는 비는
싫다고 하더군요.
각자의 개성따라 비의 취향도
각양각색인가봐요.
저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 좋아해요.
재해를 일으킬 정도의 비만 아니라면요.
미경샘은 어떤 비를 좋아하나요?
진미경   14-11-04 19:21
    
전 사실 비를 싫어해요. 맑게 개인 날만 좋아한다는 사실...아~감성이 메마른 여자인가봐요.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해져서 시무룩하지요. 그런데 비에 대한 시 세 편을 공부하고
많은 종류의 비가 있다는 사실을 접하니 앞으론 친해질 수도 있을 듯해요.
ㅎㅎ 아는만큼 느낀다.
박래순   14-11-04 21:19
    
(5일은 그대 마중 가는날)

수업 중 스승님 말씀이 귓가에 남아
롯데시네마로 영화보러 갔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소녀가 눈에 익었다
"까꿍" 문정혜 소녀였다
나란히 앉아 감상하는 중
소녀는 자꾸만 눈물을 닦아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으로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누군가 뒤에서 또  "까꿍"했다
돌아보니 박인화 소녀였다
약속도 안 했는데~
세 소녀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소녀들은 우연히 만난 기념으로
쐬주 대신 파스타를 시켰다
새콤한 오이피클로 극적 상봉을 축배했다.
매월 5일이면 생각이 날 영화
<5일의 마중>
     
정정미   14-11-04 21:38
    
우와!!! 우찌 그리 반가운 일이
고렇게 어여쁜 님들이 한자리에 약속도 없이
만나다니... 그것도 극장에서 ...
오늘 세분 축복된 날입니다^^
공리보다 더 멋진 샘들이예요.
우리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는, 기다림의
실체는 지금 내앞에 있는 바로 이시간, 이사람, 여기인 걸
제대로 눈을 떠서 보라는 것도....전 느꼈어요... 5일의 마중
소중한 만남
그래서 더 멋져보이네요 세분!
     
한지황   14-11-04 22:56
    
소녀들의 화려한 외출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쩜 그리 뜻이 통했을까요?
그런 우연이 평생 몇번이나 올까요?
세 소녀의 인연은 보통이 아닌가 하옵니다.
저도 그 영화를 보았지요.
보증수표 장예모 감독의 작품인지라 기대는 했지만 역시 잘 만들었더군요.
등장인물이 적어서 더 집중도가 높은영화가  된 것 같아요.
공리, 딸, 남편 모두 훌륭한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요.
간단한 스토리이지만 전혀 지루하지않고 끝날 때까지 숨을 죽이고 보았어요.
간절함은 역시...
대단한 힘을 지닌 것 같아요.
정정미   14-11-04 21:28
    
정말 대단해요 우리 한지황반장님!
비의 종류를 요렇게 많이도 찾아 내시다니... 엄청나게 많군요.
들어는 보았어도 정확하게 몰랐던 비, 처음 들어보는 비, 좋아하는 비
죽 읽어 내려가다보니 인간사 모양으로 비란 것도 참! 가지각색
많기도 하구나 절로 탄성이 나왔어요.
미경샘은 우울하고 시무룩해지는 것 땜에
비를 싫어하는군요...난
그것 땜에 비가 좋기도 하던데....
비의 종류에 따라  그때그때 받아들이는 냄새들로
수없이 다양한 감정이 내 안에 만들어져  전  다 좋은 것 같아요.
자연이 주는 선물로 받아 들여, 비라면 다좋다는 반장님 말씀에
아! 역시 반장님다운 발상이구나 했지요.ㅎㅎ
미경샘도 작품을 통해서라면, 앞으로 비와 많이많이 친해질것 같아요.
아는 거 많으면서 괜히 ㅎㅎㅎ
다시, 비의 종류를 읽고  숨소리로  하나씩 그려봐야겠어요.
     
한지황   14-11-04 23:01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늘감사하고 있지요.
스승님의 식지 않는 열의 덕분에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는 날이 없으니 수업시간이 늘 기다려질 수 밖에요.
비 냄새로 인해 수많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정미샘의 감수성이 글감이 되어 세상으로 나오길 기다릴께요.
최영자   14-11-04 21:47
    
후기 읽으면서
 아니, 저런 비도 있었나?
다양하게 비의 종류를 열거 해주신 반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래순샘.
저도 조금전  < 5일의 마중> 보고 왔네요.
저녁 준비 때문에  극장에 앉아 여운을 느낄 겨를 없이 후다닥 나오긴 했지만.

  돌아온 남편을 몰라보고  5일만 되면 남편을 마중나가는 아내
 그런 아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돌봐주는 남편 .  평생을 5일만 되면 마중을 나가는 아내의 모습에 가슴이 아립니다.
     
한지황   14-11-04 23:07
    
오늘은 5일의 마중의 날이군요.
스승님의 입김이 역시 대단해요.ㅎ
가슴이 저려오는 영화이지만
깔끔하게 처리한 세련미가 감독의 역량인 것 같아요.
슬픈 감정도 넘치는 것보다
절제되게 써야  좋은 글이 되듯이
우리들도 그런 힘을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