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반 이야기
3주 만에 금요반 교실에 들어서니 어찌나 반가웠던 지요.
2주 전에는 청송으로 세미나가고 1주전에는 창덕궁으로 야외수업 갔기에 저는 3주 만에 교실에 입성.
금요반이 주는 안락함과 푸근함. 참 좋았습니다.
상향희님이 지난 청송에서 생일파티를 해준 답례로 맛난 간식인 완두 팥 시루떡을 준비해주셔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틈틈이 하는 수업교제용인 책을 구입하고
오세윤선생님이 보내주신 귀한 책도 선물로 받았습니다.(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종열님의 <다시 울고 싶다>
자신이 곰보라고 고백하며 놀림에 울었던 기억과 아버지의 가르침, 울음이 웃음과 만찬가지로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와 작가의 삶이 잘 묻어나는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고칠 것이 없고 잘 쓰인 글입니다. 제목을 ‘곰보 울보’로 바꾸는게 좋겠습니다. 좀 더 글에 욕심을 낸다면 내용상 더 길게 쓰여도 좋겠습니다. 글의 밀도를 높이고 치밀함과 성실함을 넣었다면 실속 있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상향희님의 <초원의 빛>
잡초의 질긴 생명력를 관찰일기처럼 치밀하게 쓴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글에 힘이 있고 생각도 젊습니다. 강렬하게 쓰인데 반해서 한 번에 읽히지 않는 약점이 있습니다. 의미를 부드럽게 해서 글맛을 살려야합니다. 귀뚜라미울음에 대한 정보는 없어도 좋겠습니다. 정서를 즐기는데 평가를 넣어서 내용상 어울리지 않는 부분은 빼주세요. 제목은 다시 생각해봐주세요.
이원예님의 <어떤 풀의 현주소>
한번 수정되어서 나온 글입니다.
이 또한 잡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풀어내는 것은 상향희님과 다릅니다. 잡초가 뿌리내린 보도블록의 틈새. 민초의 삶이라는 자신. 식솔들과 한 솥밥을 먹지 못하고 있는 작가의 변화된 삶. 그리고 ‘시간은 고난을 이겨내는 묘약이다’는 표현처럼 낮선 곳이지만 뿌리를 잘 내린 서울에서의 생활이 담겨있는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잘 다듬어 졌으며 글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제목은 다시 생각해 주세요. 연결고리가 왠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부드럽게 바꿔주세요. 어렵게 쓴 부분은 쉽게 써주시고 마지막 문단은 빼는게 좋겠습니다.
오윤정님의 <석경사 가는길>
강원도 원주에 있는 석경사라는 절에 가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3년 전 처음 찾게 된 이야기며 가는 길, 스님과의 만남. 석경사의 풍경과 그곳 스님들의 생활, 그리고 마음수양 이야기가 담겨있는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아주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쓰인 글입니다. 오윤정님 글이 개인사의 관심에서 벗어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안명자님의 <도토리 전쟁>
도토리를 빻아서 녹말뭉치로 만들어주는 공장을 찾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육이오전쟁은 전쟁도 아니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각지에서 도토리 싸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도토리 수확 철이 지금이라 더 몰린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런 작업을 해주는 공장이 몇 군데 없어서이기도 하답니다. 온종일 기다리며 그곳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을 넣어서 글의 포인트를 작가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껄끄러운 문장은 부드럽게 다듬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한 줄을 빼세요. <카르페 디엠>은 아주 잘 고쳐졌습니다. OK입니다.
조병옥님의 <메꽃은 또한 기댈 흙담을 동반하는데>
한번 고쳐서 나온 글입니다.
한편의 단편 소설 입니다. 육이오 전쟁 때 실종되었던 작은오빠와 메꽃이 잘 어우러져서 글이 되었습니다. 메꽃으로 왜 가슴 아파하는 사연과 <어린왕자>의 장미꽃처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꽃이된 사연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쓰인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끝까지 읽지 않으면 제목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메꽃이 가슴 아프게 된 사연은 중간에 아주 잘 넣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이 이 글을 감상적으로 바꿉니다.
강수화님의 <신혼일기-6>
드디어 폭발한 작가. 글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불신과 다툼, 폭력과 파괴. 그리고 화해와 평화가 한편의 글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제 다음 한편으로 신혼일기는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글...)
송교수님의 평
할 말이 없습니다. 콩쥐를 동정하는 연민의 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계모가 되어서 조금 무섭습니다. 작가가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합평은 끝나고 <한국산문> 10월호 살펴보기를 했습니다.
다른 반에서 했기에 저희 반은 생략합니다.
교수님은 가시고 저희만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생각도 글도 젊다도 칭찬만 받으시는 모범생 상향희님이 모처럼 점심 함께 했습니다. 또한 <한국산문> 10월호에 실린 글이 좋았다는 칭찬에 식후에 맛난 커피와 달달한 빵을 사셔서 입이 더 즐거웠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저도 이런 칭찬 듣고 뜨거운 커피와 맛난 빵 사고 싶은데 모자라는 글 실력에 부러워만 합니다.
상향희님 덕분에 소지연님의 오랜 외국생활 이야기도 듣고 이원예님의 수필 도전기도 들었지요. 조순향님의 맑은 미소가 자꾸 생각납니다. 이렇게 저희들의 수다는 오래오래 이어졌습니다. 일초님 먼저 가셔서 엄청 아쉬웠습니다. 요런게 불금(불타는 금요일)인듯합니다.
역시 함께 웃고 떠들고 시끌벅적해야 생활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수다가 길어질수록 조금씩 젊어지는 것 같았답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엘리시온 들판이랍니다.(엘리시온 들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한 구역으로 영웅들과 고결한 이들이 사후에 거복을 누리는 곳입니다. 파리의 샹젤리제는 바로 엘리시온 들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칭찬하고 감싸주며 서로를 어여삐 여기는 금요반님들이 있어 오늘하루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모처럼 불금을 즐기다 너무 늦게 귀가한 탓에 이제야 후기를 올립니다.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