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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을 대신해서 표현해 줄 고마운 사물을 찾아서...    
글쓴이 : 한지황    14-10-28 01:02    조회 : 5,473

묘사란 시인이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직접 독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사물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입니다.

소설이 주로 서사의 기법을 활용하는 것에 반해

시란 한 순간에 있어서 세계 혹은 인간에 대한 인식 혹은 인상을 기술하는

이미지의 문학입니다.

한순간에 파악하기 때문에 현대 과거의 시차가 없습니다.

시간 절차를 따지지 않지요.

오늘도 스승님은 강의를 하러 오시면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도정 전의 볍씨들이 까칠한 것과 같다라는 인식이 불현듯 들어서

페이스북에 짤막한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갈대들 / 이재무

  

강변에 줄지어 서 있는 갈대들

불어오는 바람

세차게 몸 흔들어대도 갈 데가 없다

갈대라고 해서 왜 가고 싶은 곳이 없겠는가

깊숙이 내린 뿌리 악착같이 움켜쥔

진흙 터전 차마 떠날 수 없어

흐르는 강물에 제 그림자 드리우고

달빛 사무쳐도 별빛 영롱해도

제 몸 안에 고인 갈 빛 울음

밤새 퍼 올려 허공에 뿌리고 있다

 

가출 충동이 있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시인은

갈대라는 사물을 통하여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갈대는 시인의 감정을 대신하는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슬프다, 외롭다 등등의 감정적 진술이 아닌

감정환기적 진술로 쓰면 깊고 풍부해집니다.

설명하지 않았기에 독자들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감정환기적 진술의 장점입니다.

 

묘사는 객관적 묘사와 주관적 묘사로 나뉩니다.

객관적 묘사는 기술적, 사전적 묘사와 같습니다.

미메시스라고도 하는데 실제를 있는 그대로 기술함을 뜻합니다.

주관적 묘사는 암시적, 비유적 묘사로

화자의 순간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나 인상을 떠올린 것을

그대로 그리는 방식이지요.

시인에게 시적 대상은 세 가지 즉 자연, 사물, 의식뿐입니다.

인간도 넓은 의미에서 사물에 포함됩니다.

인간의 행위나 사건에 관한 것이라면 서술의 대상이 되며

인간 그 자체를 직접 지시할 때는 묘사의 대상이 됩니다.

묘사가 어떤 특정한 주관적 관점에서 대상을 그려 보여주는 기술방식이라면

그것은 이미지에 의한 대상의 형상화라는 말이 됩니다.

이 형상화가 바로 그림입니다.

내 내면을 표현할 때 그림을 그려서 구도를 만드세요.

영화감독이나 사진작가처럼 말입니다.

 

이미지와 비유는 세 가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서술적 이미지로 비유되지는 않고 오직 이미지만 있는 경우입니다.

 

산도화 /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이 시에는 비유어가 없습니다.

시인은 오직 객관적 대상인 사슴과 상황을 순수하게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지요.

 

만월/ 김춘수

 

강물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숨이 차서 이제는 울지 않는 새

울다가 멎어 버린 입을 벌리고

눈감으면

발가락 사이 모래톱은 하염 없이

무너지고 있다. 퍼석퍼석 소리내며

무너지고 있다

 

이 시는 주관의 어떤 메시지를 비유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한순간에 떠오르는 의식의 어떤 영상들을

여과 없이 그저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둘째, 비유적인 이미지로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비유가 되는 경우입니다.

 

 

욕심/ 공광규

 

뒤꼍 대추나무

약한 바람에 허리가 뚝 꺾였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

과거에 남 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드샜나?

 

그러나 나무 허리에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

나무는 달고 있었다.

 

나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욕심이 많으면 부러진다는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독자들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대추나무는 탐욕스러운 자.

대추 열매는 그가 축적한 부()의 비유어들로

감각성과 비유어가 결함된 비유적 이미지로 형상화된 시입니다.

 

셋째, 서술적 이미지와 비유적 이미지가 혼용된 경우입니다.

 

부흥이 우는 밤 / 이준관

 

돌이끼 푸른 성터를

끼고 돌아

호랑거미 거미줄 타고 내려오고

달빛에 주동이 흐늘히 젖어

부흥이 우는 밤이 있었다.

 

개들이 짖어 대면 별이 떨어졌다

개의 귀에 대고 무슨 소리가 들려 올까

들어 보면 나의 귓속엔 푸른 별들이

가득 찼다.

아랫녘 마을의 불빛들은 도토리 열매처럼 열려,

깨물면 떫은 맛이 들었다.

기다림은,

 

나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우물은 늙은 노새처럼 슬픈 눈을 가졌다.

기다림에 지친

성터의 돌들을 주워

손에 쥐면 그대로 소리 없이 바스라져 버렸다.

 

꽃 속에 숨은 두근거리는 천둥의 심장

죄 지은 듯 그 꽃잎 따먹고

나는 그리움을 지녔다.

서러운 해오라기의 긴 모가지를......

 

 

이 시는 대부분 서술적 이미지들로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개짖음푸른 별

기다림마을 불빛도토리 열매등으로

우물늙은 노새의 슬픈 눈망울

심장의 맥박천둥소리로 비유했기 때문에

서술적 이미지에 비유적 이미지를 더해서 시적 형상화에 성공했습니다.

동화적 상상력이 뛰어나며

특히 깨물면 떫은 맛이 들었다

우물은 늙은 노새처럼 슬픈 눈을 가졌다는 훌륭한 표현입니다.

꽃 속에 숨은 두근거리는 천둥의 심장

상상력이 비약적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내 마음을 대변해줄 사물을 찾아

그림을 그리듯이 구도를 잡아 묘사하는 것.

시와 수필이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내 마음을 대신해서 표현해 줄 고마운 사물을 찾아서...


달콤하면서도 고운 주홍빛의 홍시쥬스를 만들어 오신

총무님은 번번이 애쓴다는 찬사에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겸손의 말씀뿐입니다.

총무님, 한나샘, 미경샘이 가져오신 고구마와 인숙샘이 가져오신 밤..

먹을 것이 넘쳐나는 독서모임이었지요.

맛난 것 먹기 위해서라도 꼭 나와야겠다는 문정혜샘의 말씀에 모두들 까르르...

배부르고 재미나고....바로 우리 일산반의 현주소입니다.


진미경   14-10-28 08:03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후기의 대가! 반장님의 제목을 뽑아내는 솜씨에 감탄합니다.
그림을 그리듯이 구도를 잡아 묘사하는것! 시와 수필도 그림 그리는것과 다르지않다. 내마음을 표현해줄
고마운 사물을 찾아서 사색의 여행길에 맘을 실어봅니다.....
어제 밤, 반장님이 올려주실 후기에 댓글을 달려고 기다리다 무거운 눈꺼풀에 지고 말았답니다.
인터뷰글 마무리에 후기까지 ! 고생하시는 반장님께 따끈한 생강차 한잔 배달합니다.
수고많으셨어요.
     
한지황   14-10-28 09:43
    
생강차 향이 일품이네요.ㅎㅎ
시인은 타고나는 것 같아요.
스승님의 즉흥적인 비유를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지요.
우리도 하루하루 비유의 세계로 가까워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상시에도 비유법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진미경   14-10-28 08:28
    
슬픈 소식입니다. 어제 밤 마왕 신해철님이 영면하셨습니다.
믿기지가 않네요. 아직 할 일이 많은 젊은 나이에.... 그가 위대한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철학적이며 깊이있는 가사때문입니다.
가끔 읖조리는 도시인,나에게 쓰는 편지,인형의 기사,그대에게...
열거하기에도 버거운 많은 곡들이 그러한 증명입니다.
아~ 믿기지도 않고 슬프네요. 오늘은 그냥 가만히 있고싶어요.
     
한지황   14-10-28 09:50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줄어드는 이유를 깨달아가고 있어요.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떠나가는 소식이 들려오니까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노란 은행잎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행복인 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얘기나눌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할 일이라고
날마다 되뇌이며 살고 있어요.
언젠가는 아름다운 단풍을 끝으로
생을  마감하는 저 낙엽같은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정정미   14-10-28 22:08
    
자신을 대신 표현 할수있는 대상을 찾으려면 
반장님과  미경샘처럼 저도
주변을  관심있게 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어요.
반장님은 두리번, 미경샘은 사색의 여행, 나는 ??

어렸을 때는 늙음을 실감 못했다가  어느날 거울 속에서
늙음을 발견하고 별수없이 나도 늙는구나 했지요.
요즘은 죽음이란게  뒤를 따라오네요
죽음이 많아서, 죽음도 흔할 수 있는지?
가수 신해철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도 그랬습니다  진짜 죽음이 있구나
멀게 느껴지고 전혀 실감도 나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반장님 말씀처럼  마냥 감사하고 그저 겸손할 뿐......
우리들은 너무나 연약합니다.
한지황   14-10-29 06:34
    
태어난 순간부터  마주해야 하는
운명인  죽음이 언제터 이렇게 실감나게 되었는지...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은 결코 멀리 있지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만큼 생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쌀쌀해진 날씨이지만 거리는 온통 단풍들로 눈이 부시고  시월의 마지막밤도 가까와지고 있네요.
정미 총무님의 따스한 손길이 가득한일산반의  가을학기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고요.
박래순   14-10-29 07:56
    
단풍은 절정이라며 나를 부르고
농장에선 살찐 배추와 윗몸을 허옇게 드러낸 무우가
나를 꼬득인다
책상머리에 앉아 "네가 뭐 입시생이냐?" 라며
저들의 유혹에 끌려 싸돌아 댕기다가
월욜 독토시간과 수업시간엔 멍때리기 일쑤고
명교수의 명강의는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은데
문우님들 가져 온 먹거리에만 신경이 쓰인다
오후 시간이 되니 살짝 졸음이 온다
아~어찌 할꼬!
그렇지! 우리 반장님의 명 후기가 있겄다? 후유~
     
한지황   14-10-30 06:46
    
ㅎㅎ 먹거리가 풍성한 우리반 풍경을잘도 묘사해놓으셨네요.
먹는 즐거움을 어디다 견줄 수 있을까요?
오손도손 모여 얘기하며 먹으니
그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경지?
짧지만 눈에 보이는 듯 교실 풍경묘사를 잘 해 주신 래순샘은 역시 재치여왕!
최영자   14-10-29 10:54
    
래순샘, 맞아요.
반장님의 후기가 있기에 수업시간 살짝 한눈 팔아도 건질건 다 건지고 지나가죠?
늘  수고하시는 반장님 감사합니다. 

총무님이 가져온  홍시쥬스~

한 모금 마시고  `아! 맛있다.`
반쯤마시고  ` 진짜  맛있다.'`
나머지는  옆사람 눈치 봐가며  아껴  마시다 보니  달콤한 시론 시간도  끝이나고 꿀맛같은 홍시쥬스도 바닥이 났습니다.  흔치 않은 먹거리로 눈과 코와 입을 즐겁게 해주시는 총무님  감사합니다.
     
한지황   14-10-30 06:51
    
달콤한 시론과 꿀맛같은 홍시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네요.
영자샘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놓쳐서 쉬워요.ㅎㅎ
달콤하다는 것은 늘 매력적이지요.
그런 맛을 늘 주시는 스승님과
총무님이 계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진미경   14-10-29 12:24
    
한류스타 이영애는 가짜 장금이고  일산반스타 정정미샘은 진짜 장금이랍니다.
태어나 흔치않은 많은 먹거리가 두둑한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첨으로 맛보는 홍시쥬스에
반했나이다.
가을은 말이 살찌고 여인네도 뱃살을 미워하지만 아주 가끔은 이런 맛난 먹거리앞에서
순한 양이 되고싶어요.
     
한지황   14-10-30 06:54
    
일산  장금이를 발굴하신 미경샘에게도 박수 짝짝!!
정말 맞는 말씀이어요.
그러니 우리반은 복받은 거지요.
총무님이 어디 보통 총무님인가요?ㅎㅎ
진미경   14-10-29 12:30
    
댓글 많이 달아 눈치가 보이지만 한마디 더 할게요.
래순샘 댓글읽다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단풍은 절정이라 나를 부르고 살찐 배추와 윗몸을 드러낸 섹시한 무가 나를 꼬득여서 유혹에 빠져버리는 래순샘의 유머가 넘 좋습니다.
어쩜 저랑 같은  맘이신지...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돌아다니다가
아차해도 가을날을 품을 수 있어 아깝지않답니다.
     
최영자   14-10-29 23:42
    
미경샘.

카톡에서도 늘 친절하고 정성들여 답변 해 주시더니 후기에서도 역시 댓글에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네요.
댓글 달면서  눈치보면 아니 되옵니다.


샘은 일산반의 보배입니다. ㅎㅎ~
          
한지황   14-10-30 06:57
    
보배들로 꽉 찬 일산반...
영자샘도 우리의 보배!
영자샘말이 맞아요.
댓글  달라고  마당을 마련해놨는데
눈치라니요?
가당치 않지요.미경샘!
늘 환영입니다!
공인영   14-10-30 21:11
    
생의 히노애락마저 부질없다는 듯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20여년 전 떠나신 시어머님의 묘를 이장해,
작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과 합장해드리고 왔습니다.
윤달이 좋다며 개장하는 가족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새벽부터 움직여 몸은 좀 고단하지만 정성껏 치르고 오니
마음은 평화로워집니다. 울 어머니도 좋아하시겠죠?^^;;
이런저런 준비로 댓글도 한참이나 늦었어요.
그래도 이리 왕성한 필력들을 쏟아내며 방을 덥히니 걱정할 게 없슴다.
저마다 제 살이를 열심히 살며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순간을
간직하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게 우리 만남의 목적인가 생각을 하다가 
불쑥, 벗들이 보고픕니다...
그렇지만 눈이 너무 감깁니다. ^_^;; 애고. 에너지 좀 충전하고
다음 주엔 소박한 밥한끼로 반갑게 만나기를요. 수다는 그때...^^
반장님의 후기로 복습 잘 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한지황   14-10-31 12:08
    
인영샘! 큰 일을  치르고 오셨군요.
이번 주는 죽음이란 화두에서 벗어날수 없는 듯하네요.
피곤한 와중에도 댓글 다시느라...
따스한 정이 제 맘을 파고듭니다.
그림그리다가 잠시 들여다 보길 잘했어요.
아침엔 비가 좀 오더니 개었네요.
주말  잘들 보내시고 월욜 점심 식사 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