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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얌전한 레슬러-자기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    
글쓴이 : 김은희    14-09-29 14:56    조회 : 5,494

비가 촉촉이 내려서 조금 습했지만 월반은 뽀송뽀송하게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월반의 이모저모를 챙기시는 이순례 반장님, 박유향 총무님, 항상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옆에서 조용히 도우시는 안옥영샘..너무 고맙습니다..

간식이 풍성한 하루였답니다.

윤신숙샘이 ‘구상문학회’와 함께 다녀오신 러시아에서 다양한 초콜릿을 가져오셔서 우리 미감의 영역을 확~ 넓혀주셨어요.

김혜용샘은 결혼 30년 주년 기념으로 다녀오신 일본여행에서 영양 사탕을 가져오셔서 우리를 달콤하게 해 주셨답니다.

두 편의 작품을 합평하고 환상동화 1편을 공부한 알찬 하루였습니다.


<8 대 65> - 한금희

송교수: 제목이 아주 좋았다.

작가: 제목을 고민 많이 했는데 다른 것들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이 제목으로 골랐다.

송교수: 결혼 전 동거에 대해 묻는 8살 손녀의 조숙함이 궁금했다. 요즘 아주 중요한 글감인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조숙하고 똑똑해서 어떻게 대해야하는지가 최근의 화두이다. 그래서 작가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었다.

작가: 이 문제는 8살 손녀가 물었기에 그냥 묵살했는데 실상 대학생이 되어 묻는다면 더 난감할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

송교수: 세태가 그렇게 가고 있기에 우리가 묵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독자: 할머니의 나이는 밝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동거’라는 표현을 아이가 그렇게 표현했는지 묻고 싶었다. 다르게 표현했으면 그 표현대로 써주어도 좋을 것 같다.

작가: ‘동거’라는 표현은 안 쓰고 ‘결혼 전에 같이 사는 게 뭐가 나빠’라고 말했던 것 같다. 작년에 갔을 때와 학교 들어간 후 올해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아이가 1년 동안 너무 변해서 학교 교육 효과의 놀라움을 경험했다.

송교수: 아주 중요한 글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한 번 고민하고 써 보는 것이 좋다.

작가: 작년에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놓았으면 이 글을 쓰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백년의 섬도 문제> - 한금희

송교수: 제목이 아주 한금희샘 스타일인데, 조금 의문이 들었다. ‘백년의 섬도 문제’가 아니라 ‘백년도 문제다’가 아닌가 싶다. 과거 백년은 불가능한 시간이었기에 ‘백년 가약’이라든가 ‘백년’을 산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흔하니까 불가능한 시간을 표현할 때 ‘천년’이라는 말을 쓴다.

‘암암리에 우리도 어느 날 꼴까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표현은 바꾸는 것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식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가족력은 오히려 공개해서 가슴 속에서 털어버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처음 한금희샘의 글을 봤을 때와 비교하면, 스타일은 동일한데 글이 간결해지고 ‘글 쓸 줄 아네.’라는 느낌이 들게 쓰고 있다.

독자: 생명연장술은 노년의 환자나 가족에게 서로 너무 힘든 과정이기에 사전에 환자가 그런 ‘생명연장술은 거부 한다’는 의사를 병원에 명확히 밝혀 놓으면 좋을 것 같다.

독자: 주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문장에서 ‘남편의 대학 동기이자 ....... 강창희 박사...’ 부분은 빼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송교수: 한금희샘의 스타일이기에 빼도 되고 넣어도 될 것 같다.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 빼도 되지만 정보를 위해서 넣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이 너무 들어간 것은 빼도 될 것 같다.

독자: 한금희샘의 나이가 되면 사적인 면을 많이 드러내게 되는 것 같다.


<얌전한 레슬러> - 외덴 폰 호르바트

송교수: “사람들 중에는 너무 늦게 태어나 불운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시작하는데 이 말에 너무 공감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밝혀져 있어서 새로 발견할 것이 적은 경우가 많다.

‘온순하게 대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왜 ‘온순하게’라는 말을 썼는지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에 사탄이 레슬러한테 대천사를 물리쳐주면 세상을 다 주겠다고 하지만 레슬러는 ‘나는 벌써 세계를 정복했는걸요.’라고 말하면서 거절한다. 그것으로 작품이 끝나는데 시사하는바가 많다.

독자: 예수님에게 행한 사탄의 유혹이 생각났다. 광야에서 높은 산 위에서 뛰어내리면 세상의 권력을 주겠다고 하지만 예수는 거부한다. 그 대목이 떠올랐다. 레슬러를 온순하고 겸손하게 표현하는 것도 성경에서 예수를 지칭한 것과 비교되어 생각났다.

독자: 예수님은 세상의 권력을 가지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왔다는 의미로 사탄의 유혹을 거부했다고 본다면 이 레슬러와는 다른 것 같다. 레슬러는 자기 세계를 이미 정복했기에 세상을 정복할 필요가 없어서 사탄의 유혹을 거부했다고 해석한다면 두 경우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독자: 모티브는 성경에서 가져왔다고 하지만 의미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송교수: 예수님의 모티브를 패러디했다고 한다면 작가가 인간세상의 삶에서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가를 묻고 싶다. 결국 승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독자: 사탄은 레슬러와의 커뮤티케이션에서 실패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을 주겠다는 유혹으로 레슬러에게 다가갔지만 레슬러는 이미 정복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독자: 레슬러의 자리에 부처를 놓아보았다. 사탄이 세상과 딸까지 주겠다고 했지만 부처는 그것을 거부하고 세상에서의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독자: 구상 선생님의 시에 ‘온갖 좋은 것을 준들 네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느냐’라고 한 구절이 있다. 그 내용이 많이 떠올랐다. 육체가 있는 한 고통이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교수: 왜 레슬러로 주인공을 설정했는가?

독자: 세상 문제와 씨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독자: 온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독자: 최고의 레슬러 정도면 항상 준비하고 몸을 가꾸어 준비상태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레슬러를 선택한 것 같다.

송교수: 최고의 레슬러처럼 자기 세계를 정복하고 장악하는 것이기에 문학작품도 한 가지로 해석할 수 없고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모두에게 이해되는 하나의 주제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기는 얌전하고 온순하다고 표현했는데, 성경에는 ‘온유’라는 표현을 쓴다. 온유란 무조건 양보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따른다는 것이다.

송교수: 한 학생이 소설을 배우겠다고 온 적이 있다. 고려대 학생이 아니었는데 내 연구실에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 공부를 했다. 이 학생은 의도적으로 여러 공부를 해서 한 종교를 창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내게 온 것이었다. 한 학기를 머물면서 여러 일화를 남겼는데 가끔 생각이 난다. 나중에서야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학생을 내보내게 되었다. 84년 교황 요한 바이로 2세가 방한 때 그 학생은 계속 따라다니며 배우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 후 그 학생을 내보냈는데 한 학기 동안 그 학생이 행한 여러 가지 행적 때문에 고생을 겪었다. 그 후 고대에 다니는 한 법과 대학생을 만났는데 고대 학생 몇 명이 그 학생이 차린 지리산 교당에 가봤었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그 교주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사이비 종교가 어떻게 탄생되는 지 경험하게 된 일화였다. 꼭 한 번 쓰고 싶은 글감이다. 그 학생이 말한 당선작 제목이 ‘소년과 40일’이었다. 예수님의 40일 고행에서 가져온 모티브였던 것 같다. 종교와 인생의 문제를 고민해보는 계기였다.


#월반 소식

점심은 제주살레에서 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으슬으슬했는데 뜨끈한 해물뚝배기와 순두부로 몸도 데우고 마음도 따끈해졌습니다.

이정임샘이 큰 따님 결혼 기념으로 맛난 커피와 팥빙수, 팥죽을 사주셔서 넉넉하게 잘 먹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두 분의 삶에 좋은 일만 가득하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일샘께서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오신 기념으로 건조된 두리안을 가져 오셨어요^^.

구릿하면서도 왠지 달콤한 맛으로 우리 입맛을 넓혀주셨습니다. 새벽에 도착하셔서 피곤하셨을 텐데 귀한 간식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문경자샘께서 정성스레 가져오신 삶은 밤도 티타임 때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순례반장님께서 바쁜 일로 티타임을 못하고 가시니 많이 섭섭했습니다^.

오늘 못 오신 김명희샘과 월님들...

점심과 티타임 못하고 가신 한금희샘, 문경자샘, 장은경샘, 황다연샘과 신입회원님들...

다음 주에는 즐거운 수다로 함께 하시길요...

미소천사 외손주 보신 안정랑샘.. 다시 한번 축하드리구요,

월반에 좋은 소식, 반가운 소식만 넘치니 글감도 넘치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온종일 비소식이네요^^.

좋은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뵈어요...


박유향   14-09-29 15:55
    
수업시간 연장으로 식사시간 저희 테이블에서는 생명연장과 웰다잉에 대한 대화를 했답니다
잘 죽는 것은 결국 잘 사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생각 하게 해주신 한금희 샘님 글 감사하고요, 월요반 덕분에 생각거리 이야기거리가 풍부해지는 것같습니다
티타임때는 문경자 샘님께서 주고가신 밤과 이정임샘 사주신 커피 같이 먹으니 궁합이 환상이었습니다^^
바쁘신데 부지런히 후기 올려주신 은희님 언제나 감사하고요,
좋은 소식 풍부한 월반, 다음주에도 많은 소식 안고 뵙기를 바랍니다~
강월모   14-09-29 22:15
    
오랫만에 들어오니까 좀 어색하네요.
주변머리 없이 살다 보니, 좀 바빠지면 정신을 못차려요 제가.
후기 쓰는 분들의 성의를 잘 알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언제나 월요일은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나서 한주간이 행복해진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늦게 태어 나셔서 하시고 싶은 말을 그가 이미 해버린게 아쉽다고 하셨는데
저의 남편은  언제나 정주영보다 늦게 태어나서 돈을 못 번다고 푸념을 한답니다^^
문경자   14-09-30 00:12
    
가을비가 내리는 월요일 강의실에 들어서니
예쁜 코스모스가 모여 향기까지 날렸어요.

은희샘 후기 잘읽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아주 꼼꼼한 후기는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오늘은 맛있는 간식과 특별식이 입을 즐겁게 하고
먹는 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봐요.^^

가을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담주에 뵐께요.
장은경   14-09-30 00:53
    
오늘 점심 못하고 와서 많이 아쉬웠는데
김은희박사님이 그려주신 점심과 티타임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모두모두 행복하셨지요? 항상 활기찬 월요일 행복합니다~


요즘 매일 조금씩 가을이 물드는 뒷산 산책을 하며
그저 보통 걸음 걸이의 편안함에 행복합니다.
올 가을엔 곱게 물든 단풍잎을 책 갈피에 말려봐야겠어요 *^^*
안정랑   14-09-30 06:42
    
한금희선생님의 글을 읽고 손녀의 탄생을 마냥 기뻐만하다가 할머니로서의 책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얌전한 레슬러는 자기세계를 가졌기에 오히려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늦게 태어나서 불행한 것보다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첨단문명을 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어요.
이제부터 저의 시계는 손녀를 중심으로 돌아갈테니, 현실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요^^
월반을 위해서, 한국산문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저는 '손녀바보' 모드로 들어갑니다~
이순례   14-09-30 10:23
    
은희박사님! 선명한 강의실 스토리에 감솨^*^
확실한 자신의 세계가 있기에 그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얌전한 레슬러
저도 그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이유로 이번주 댓글은 여기서 이만..... ^^~
손동숙   14-10-01 17:21
    
일욜엔 아들식구와서 먹고 놀며
잘하는게 그나마 요리하는 것이라
찌게와 반찬싸서 보내고
월욜 두 강의에 저녁해먹고 나니
엄청 피곤했나 봅니다. 

그날따라 정답게 여러사람 이름불러가며 댓글 써놓고
입력을 안눌렀나봐요 ㅠㅠ

은희샘 후기는 언제나 감탄하고(진행중)
순례반장님과 유향총무님의 빈틈없이 수고해주심에 감사드려요.
일교차가 커서 감기걸린분들이 계신 듯~
좋은 가을날 되세요~
김영   14-10-01 23:15
    
같은 출판사, 같은 책인데 책의 분위기가 딴판인 책
“책 좀 잘 만들어라~”고 여러 번 들어도 갸우뚱했는데
오늘 수업시간에 두 책을 보고 확실히 알았습니다.
한 권은 낭낭 18세 같고, 또 한 권은 할매 아니 할배 같이 허했죠.
두 책의 장점을 택해 서른 즈음의 책이 어떨까 여겼습니다.
 
월요일은 문학공부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배우는 군요.
그 배움을 통하여 낙엽처럼 떨어질 때 책 한 권을 남겨야할 텐데...
활발하게 움직여야 참신하게 붙어 있다는 설에 따라 쫓아다니기만 하니
책을 낸다는 소망에게 좀 미안한 날들입니다.
봄엔 벚꽃이 푸른 들판으로 오라고 눈웃음 흩날리지~
여름과 겨울엔 너무 덥고 추워 읽는 것이 편하지~
가을엔 산국이 설악의 품에 안기라고 재촉하지~
10월에도 빡빡한 스케줄에 정서를 하지 못한 원고가 목 빼고 기다리네요.
글에게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들이는 미소를 머금게 해요~^^

벗님들~ 올해도 좋은 곳 많이 보시고, 풍성한 가을 맞이하길요.
릴케처럼 너무 글을 많이 쓰도 아니 되옵니다~^^
고독했던 그를 우리가 사랑해주며 <가을>을 읊어요. 
   
 
가을

릴케(1875-1927)

나뭇잎이 떨어진다,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듯
저기 아득한 곳에서 떨어진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가
모든 별들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우리 모두가 떨어진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다른 것들을 보라 떨어짐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 떨어짐을 한없이 부드럽게
두 손으로 받아내는 어느 한 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