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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의 뜻을 찾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글쓴이 : 한지황    14-09-22 19:19    조회 : 4,232

모처럼 이재무 교수님을 모시고 해물찜을 먹었습니다.

오후 늦게 시작하는 수업 때문에 매주 점심 식사가 여의치 않기에

더 소중한 회식 시간일 수밖에 없었지요.

즐거운 대화는 현대 백화점 하늘 공원으로 이어져 갔습니다.

때늦은 더위로 28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와는 상관없이

그늘이 있는 하늘공원은 시원하기만 했고

원두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담소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한시라도 시 얘기를 놓치고는 지나갈 수 없는 교수님이신지라

시 <>을 읽어 보았지요.

 

/ 이재무

 

난쟁이의 등에 난 혹을

 

사람들은 흉측하게 여겨

 

떼어냈으면 하는 발칙한 생각도

 

하는 모양이더라만 아서라,

 

혹을 캐내면 그는 죽은 목숨

 

뿌리는 그의 몸 전체에 뻗어 있다

 

누구나 존재의 혹을 지니고 산다

 

다혈질인 나도 내성적인

 

 

혹은 인간이 지닌 본질이자 자신을 옭아매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한계를 없애려 하지만 막상 그것이 없어지면

라는 존재가치가 없어집니다.

누구는 그 혹을 인정해주고 나의 개성이라 좋아해 주지만

누구는 그 혹을 싫어합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성자나 사깃꾼일 수 밖에 없지요.

성자는 한 시대에 하나나 나올까 말까입니다.

성자가 많은 시대는 역설적으로 불행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타인에 대한 시선도

또한 나를 향한 마음도 너그러워질 것 같아요.

 

 

윤한나샘의 <무의도>이른 새벽부터 그 소리를 모아 가만히 키질한다

명문장이 나와서 스승님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게 흠이었지만

이 문장을 살려 짧게 줄이니 시 한편이 나왔지요.

무의도라는 뜻을 알고 그 내용이 들어가면 더 좋은 시가 됩니다.

옷이 춤추는 산이란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고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을 쓸 때는 단어의 뜻을 꼭 찾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단어의 뜻을 풀면서 상상력이 생기니까요.

 

 

속리산은 속세와 이별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산입구가 길지요.

 

 

경쾌한 유랑 / 이재무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참새 무리를 만나다

 

저들은 떼 지어 다니면서 대오 짓지 않고

 

따로 놀며 생업에 분주하다

 

스타카토 놀이 속에 노동이 있다

 

, 경쾌한 유랑의 족속들은

 

농업 부족의 일원으로 살았던

 

텃새 시절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가는 발목 튀는 공처럼 맨땅 뛰어다니며

 

금세 휘발되는 음표 통통통 마구 찍어대는

 

저 가볍고 날렵한 동작들은

 

잠 다 빠져나가지 못한 부은 몸을,

 

순간 들것이 되어 가볍게 들어 올린다

 

수다의 꽃피우며 검은 부리로 쉴 새 없이

 

일용할 양식 쪼아대는,

 

근면한 황족의 회백과 다갈색 빛깔 속에는

 

푸른 피가 유전하고 있을 것이다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발랄 상쾌한 살림 어질고 환하고 눈부시다

 

 

시인은 참새를 보면서 이 시를 구상하였고

참새에 대해서 사전을 찾아보고 공부한 다음에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새의 색깔이 황백색이라는 것도 알았다고 하지요.

 

사리암을 찾아서 / 이재무

 

경북 청도군 운문사에서 분가한 듯한

산 중턱에 자리한 조그만 암자 찾아

경사 육십도가 넘는 산길 오른다

절로 허리 꺾이고 더운 숲 목에 가득

아무렴, 부처 만나는 일 수월해서야 쓰겠는가

죄와 이별하는 값 헐해서야

투덜대는 무릎과 허리달래며 오른다

실면서 지은 죄 많아 내 몸은 죽죽,

팥죽 같은 땀 흘린다

이렇게 몸 속에서 솟아나는 죄 죄다 덜어내면

죽은 뒤 한줌 재로 남은 내 몸에서

단 한 알의 사리 얻기는 얻을 것인가

어림없는 공상에도 젖어보면서

사리암 찾아가는 길

오래 전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길

불볕더위는 수백 수천 개의 불화살이 되어

내 몸의 표적에 와서 꽂힌다

 

시인은 사리암이라는 단어가 사악하다는 와 이별의

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시를 썼습니다.

사악함과 이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사리암에 비유해 표현했습니다.

, 담배와 같은 사악함과 끊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지만

끊으면 사리가 생기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간절/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 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먹어 치웠나

 

'간절'이 빠져 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달아 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고 쓴 4연은

간절에 대한 사전적 해석입니다.

시인은 간절이란 단어를 찾아보고 시를 쓴 것이지요.

사전의 뜻은 누구의 것이 아니므로 인용 표시가 필요없습니다.

 

단어의 뜻을 찾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시월의 첫째 주는 야외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시월의 푸르른 날에 하는 야외 수업이 기대됩니다.


최영자   14-09-22 20:38
    
[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먹어 치웠나
----------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

제가  특히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10월에는 공같이 튀는 탄력을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서삼릉에 가면 숨어있는' 탄력'을  이 잡듯이(요즘 <객주>를 읽다보니 ~ ㅋ ㅋ) 뒤져 훔쳐와야겠습니다.

야외수업 기대됩니다.
그러고 보니까 밖에 나간다고 하면 너무 튀게 좋아하는 것 같아 쪼끔  자숙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
     
한지황   14-09-23 09:30
    
간절이란 시는 읽어도 읽어도 용솟음치는 간절함을 느낄 수 있지요.
탄력이 없는 삶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거에요.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탄력을 위해 잔전거 바퀴에 공기를 주입하듯
내 머음과 정신에도 활력소를 넣어야 겠어요. 
동안 얼굴이 유행이라 의술로 얼굴에 탄력을 심는게 유행이지만
젊은 마음이 더 소중하겠지요.
저도 객주 4권을 읽고 있어요.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대하소설 읽는 재미와 함께 이 가을이 무르익고 있네요.
박래순   14-09-22 20:55
    
가을빛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길고 긴 일주일을 보내고 우리 님들을 만나니 반가웠어요.
해물 집에서 통통하게 살 오른 낙지와 꽃게찜을 보니
더욱 반가웠고요.
낙지 볶음에 밥을 비벼 게눈 감추듯 먹고 나니 가을을 실컷 먹은 기분이더군요. 맛났어요.
하늘공원의 하늘은 어찌 그리도 파란색인지요.
도란도란 이야기 바람에 가을 하늘이 더욱 청명해 보인 오늘이었어요.
시' 잘 읽었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한지황   14-09-23 09:36
    
같이 식사를 하며 쌓이는 정이 참 크지요.
카톡방에서 회식 후 소감으로 열기가 대단했으니까요.ㅎㅎ
역시 먹는 즐거움은 대단한가봐요.
가을 하루하루가 소중한만큼 하늘 정원에서의 독서모임도 무르익어갑니다.
멋진 가을날에 함께 읽고 얘기할 수 있는 벗들이 있으니
행복이란 소박한 데서 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진미경   14-09-22 23:32
    
반장님  후기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오랫만의 회식이라 더욱 뜻깊은 자리였어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말만 식욕이 왕성한게 아니라 날씨도 끝내주고 먹거리도 많아 아랫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에너지를 발산해야하는데.....
오늘 수업을 후기로 복습하니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나의 존재의 혹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봅니다.
인문학의 본질은 나를 잘 아는것! 나를 앎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잘 엮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타자를 이해하는 것도~~
그리하여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의도,속리산,사리암,국수...단어의 뜻을 아는데서 상상력이 생겨난다
오늘도 알찬 공부하고 갑니다. 담주 만나요^^
     
한지황   14-09-23 09:50
    
쥐색의 깔끔한 원피스를 입은 미경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색다른 모습에 눈이 즐거웠어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데 종종 원피스 차람의 미경샘을 기대할께요.
칭찬에 어색해 하지 마시길..ㅎㅎ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존재의 혹을 인정할 수 만 있다면
이해못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으로 인해 또 끙끙 앓고 말지요.
문학을 배우면서 얻어든는 인문학으로 인해 진화되어야 하는데
이론과 현실의 벽은 두껍기만 한 건가요?
정정미   14-09-23 20:41
    
오랫만에 선생님과 함께 가진 식사자리여서인지  유난히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해물찜과 낙지볶음, 볶음밥, 계속 추가 했던 계란찜까지 다다 좋았어요.
하늘공원으로  이어진 커피타임에서는  9월의 늦바람을  만끽하며
우리들은 참 많이도 깔깔대며 웃었지요.
다담주 있을 야외수업도 얼마나 즐거울까....놀고 먹는게 좋긴 좋아요 ㅎㅎ
반장님 덕분에,  놀고 먹어도 요렇게 다시 공부하니 남는건 있을테고...땡큐 반장님!
이번주는 내가 갖고있는 혹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그 혹을 부정하지 않는 나를 찾을까 합니다. ^^  <혹> 을 읽고.....든 생각이었습니다.
     
한지황   14-09-24 08:03
    
이번주의 화두는 단연코 '혹'입니다.
우리 모두 강렬한 단어 '혹'을 떨쳐낼 수 없을 것 같네요.
누군가에 대해 섭섭했다가도 그의 혹을 인정하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멋진 시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깨닫게 해주시는 시인님이 계시니
우리는 정말 행운이들입니다.
부디 내 혹을 인정해주시길....
놀고 먹는 거 나도 좋은데....
공부도 하면서 간간이 가져보는 시간들이라서 더 신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