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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기질 도인기질    
글쓴이 : 오길순    14-08-20 22:08    조회 : 4,360
공든 탑을 쌓기는 오래 걸려도 허물기는 한 순간이라던가요?
요즘 여러 가지 세상사를 보면서 발길마다 언어마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을 다시금 새겨보곤 합니다. 오래된 높은 건물도 단 5분이면 허물어지더이다. 사람살이 언어를 잘 못 쓰면 혹은 발길을 잘 못 들이면 5분 만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 일생이 두렵고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수필을 쓴 것이 천만 다행인가 합니다. 진실을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최소한 줄이지 않을까요? 수필은 실생활의 네비게이션이라고, 사막에서 대상들에게 비춰지는 가로등처럼 스스로의 등불이 된다고 은근히 위안해 봅니다.
 
<<본처기질 애첩기질>>이라는 책 제목이 인기리에 알려진 적이 있었지요? 읽지는 않았지만 애첩기질이 삶의 지혜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교수님께서는 꼰대기질 도인기질을 버리라는 말씀이셨지요. 작품을 잘 쓰다가도 마지막에는 꼭 한 마디, 꼰대처럼 근엄하게 도인기질을 서술하면 속말로 ‘깬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묘사로만 끝낼 걸, 괜시리 사족 한 마디 덧 붙였다가 5분 만에 무너지는 건물처럼 독자의 마음을 무너지게 한다는 뜻일 겁니다.^^ 흔히 수필로 가르치려 들지 말라던가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설득되게 해야겠죠? 그게 수필의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론은 쉽지만...^^
 
오늘은 멀리 여행 떠나신 분들로 자리가 좀 엉성했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눈 똑바로 뜨고 교수님 강의에 귀를 기울였지요. 우선 수필의 진술 방식을 봅니다.
 
1. 설명.......개인적이며 주관적이다.
2. 설득........글을 통해 계몽적이거나 교훈적이다.
3. 묘사.......소설적 바탕에 글 쓴 이의 느낌이 주관적이다.
4. 서사.......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특히 독자에게 풀어가라는 말씀. 서술, 묘사, 대화체 정도의 문체로 수필을 쓰라는 말씀. 그리고 서술보다 묘사가 많으면 소설이요, 묘사보다 서술이 많으면 수필이라는 정의를 해 주셨습니다. (수필 참 쉽죠 잉?^^)
 
수필작품에서 명칭의 통일을 하라는 말씀이셨지요.
예를 들면 ‘선친’ ‘아버지’ 는 그 중 하나
‘어머니’ ‘엄마’ 도 그 중 하나
또 스스로 높이는 명칭이야말로 과분한 언행이겠죠?
예를 들면 본인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직접 ‘춘부장’이라고 한다면?^^
 
암튼 마지막 여름 학기가 감사히 끝났습니다. 그 동안 고생하신 교수님, 고맙습니다.
이제 가을이 오면 우리 회원들은 9월의 노래를 낭랑한 수필로 부르자고요.
새로 오신 문우님들 서로 격려하시며 적응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새 학기에는 더욱 알찬 열매를 맺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늘 희생과 봉사로 반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장정옥반장님, 박윤정총무님, 그저 감사감사 드립니다. 맛있는 커피와 차, 떡, 다과, 먹여주시고 채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열심히 반장총무님을 따라다녔던 우리에게도 스스로 대견하다며 박수를 짝짝짝! 보냅니다. 반장 총무님, 속 썩인 사람 없지요?^^
 멀리 떠나신 님들께서는 즐겁고 신나는 여정의 배낭을 가득 채워서 돌아 오시기를 기원합니다.
 
도원에서 우아하게 점심을 드신 후 썰물처럼 메가박스로 가신 님들, 영화 후기도 좀 써주세요. 못 가신 분들 참고가 되겠죠? 모처럼 뉘 부르는 곳이 있어 저는 쏜살같이 귀가했지요.
 
이신애님의 <백만원짜리 생고생>
신화식님의 <한 여름의 합창>
이종열님의 <입추에 서서>
(혹시 빠졌으면 누구 써 주시와요~~)

장정옥   14-08-20 22:55
    
오길순 선생님!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반장이 일이있어 수업도 빠질뻔 했는데
다행히 일을 마친곳이 삼성동이었어요~


여름학기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같이 식사 할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제
다음 만날날은 9월 첫주 수요일 입니다.

그간 못 뵈었던 분들도
만나게 된다니 설레이네요.

모두들 쉬면서 충전하시고
건강하고 예뻐진 모습으로 만나 뵈어요~~
     
오길순   14-08-22 10:15
    
장반장님,
늘 공사 다망하시죠?
그동안 고생 많으셨으니 푹 쉬시고 9월에 만나요~~~

이재무시인님의 시 한 수 옮겨 봅니다.
빗 소리를 들으면 비 냄새도 나지요.
어렸을 적 마당에 미꾸라지 펄떡이던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지요. ^^
기다리던 단비가 멈추더니 오늘은 햇살이 짱! 하고 나왔네요.




비의 냄새 끝에는

 

  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으로 번지고

갯비린내 물씬 풍기며 젖통 흔들며 그녀는 와서

그리움에 흠뻑 젖은 살 살짝 물었다 뱉는다

온종일 빈집 문간에 앉아 중얼중얼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혼잣소리 내뱉다

신작로 너머 홀연 사라지는 하지(夏至)의 여자

 

            ?시집『경쾌한 유랑』(2011)
정충영   14-08-21 09:55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보며
 지나간 여름학기를 돌아봅니다.
 정다운 우리 수요반이 있어서 축축하고 무더운 여름도
 거뜬히 통과한 것 같습니다.
 이 비가 개이고 상쾌한 가을이 오는 9월 학기에
 다시 만나서 좋은 글 쓰고 읽으며 행복하기를 기대합니다
     
오길순   14-08-22 10:18
    
정충영 선생님,
얼굴도 마음도 늘 젊고 생기로우셔서 저희의 귀감이 되십니다.
그리고 그 부지런하신 마음도 닮고 싶습니다.
지난 학기 동안 좋은 엔돌핀 주셔서
기가 팍팍 났습니다. 해피하소서~~~

시 한 점 놓습니다요.~~


  연필로 생을 쓴다


박노해


밤중에 홀로 앉아 연필을 깎으면

숲의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사박사박 연필로 글을 써 내려가면

수억 년 어둠 속에 묻힌 나무의 숨결이

흰 종이 검은 글자에 자욱이 어린다

 

연필로 쓰는 글씨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발자국은 다시는 고쳐 쓸 수 없어라

그래도 쓰고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건

오늘 아침만은 곧은 걸음으로 걷고 싶기 때문

검푸른 나무향기 가득한 이 밤에

 
―시집『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2010)
임미숙   14-08-22 01:24
    
사람살이에서 언어를 잘못 사용하면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씀 깊이 공감합나다.

그런데도 왜 나이가 쌓일수록
입술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자꾸 움직이고 싶다고 하니
 마음 수양의 부족함이겠죠?

지난 반 년을 되돌아 보니
수요반 활동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정충영 선생님 말씀처럼 정겨운 우리 수요반,
가을 학기에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오길순   14-08-22 10:30
    
임미숙님,
요즘 조용하면서도 열정적인 님의 글쓰기에 모두들 박수를 보내는 것 아시지요?
힘 팍팍 내시고 막~~~쓰셔요~~~^^심재분님, 이옥희님도요~~~

시 한 수 놓습니다. 


  허물


정호승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허물이 없으면 매미의 노래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물의 힘에 놀라

슬며시 손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보았다

팔순의 어머니가 무릎을 곧추세우고 걸레가 되어 마루를 닦는다

어머니는 나의 허물이다

어머니가 안간힘을 쓰며 아직 느티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까닭은

아들이라는 매미 때문이다



ㅡ출처 : 시집『포옹』(창비, 2007)
임미숙   14-08-22 02:17
    
영화 후기랄 것 없이 간단히 스토리만 소개하겠습니다.

매가박스에서 본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입니다.
저는 우디 앨런의 사생활때문에 그의 영화는 한 편도 보지 않았는데 '매직 인 더 ~'를 보고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았습니다.

1920년대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처지는 이야기인데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밑의 자막보다 수채화풍의
화면에  더 눈이 많이 갔습니다.
콜린 퍼스가 남주인공인 최고의 마술사, 엠마 스톤이 여주인공인 심령술사로 등장합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사기꾼같은데 남주인공은 상대방이 사기꾼이라고 하면서 실체를 밝히겠다고 눈에 불을 켭니다.
그러다가 사랑스럽고 순수한 엠마 스톤의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더군요.
바로 이게 진짜 '매직'이 아닐까 합니다.
제겐 이이기의 흐름이 좀 지루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중간 중간 좀 졸기도 하면서 배경 너무 예쁘다며 감탄을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우디 앨런 영화를 보자고 마음 먹고 검색을 하니 많은 작품이 있더군요.
우선 '인테리어', '블루 재스민', '로마 위드 러브'를 보았습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보았더니 어떤 작품은 내용 파악이 잘 안 되어서 다시 보아야겠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제 나름의 걸작을 발견했네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블루 재스민'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계급은 존재하죠.
최상류층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여자의 심리적 갈등과 다시 제자리로 올라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케이트 블란쳇의 절절한 연기로 잘 나타났습니다.
이정희   14-08-22 09:37
    
8월이 떠나려 하고 여름학기도 종강을 했네요.
함께 했던 님님들,고마웠고 즐거웠습니다.

오길순쌤,
열정적인 후기에 힘이 납니다.
좋은 작품을 쓰며 여름을 보내신 님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 학기에도 더욱 일취월장하시길 기원합니다. 

바이칼여행 떠난 님들도 곧 귀국하겠네요.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들을 안고 돌아올 것인지, 기대 만땅입니다.
주기영님과 진연후님도 가을엔 만날 수 있지요?
기다립니다.

이런저런 잔심부름부터 중요한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반원들을 챙기고 아껴주신 반장님과 총무님,
고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오길순   14-08-22 10:42
    
늘 반원들을 격려와 칭찬으로
기를 팍팍 살려주시는 이정희님,
날마다 두루 살펴 주시오니
회원 모두가 기 펄펄 살아날 것도 같습니다.^^
 
그동안 결석하신 님들,
멀리 계신 주기영님,
그리고 또 미처 이름을 모르는 분들께서
새학기에는 굳센 발걸음 이 곳을 향하여 돌아오시리라 믿습니다.^^

오래전 애송했던 시,
가곡으로도 나온 노천명시인의 시 한 수 이 여름날 끝자락에서
모두 함 외워 보셔요~~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에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주기영   14-08-23 02:04
    
마지막 수업이 있었군요.
오길순 선생님의 수업후기도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 새벽에 필라델피아를 떠나서 시카고를 거쳐 24일 저녁에 인천에 도착합니다.
어느새 두달만이네요.

수요반 문우님들 짧은 방학 잘 보내시고, 가을에 뵙겠습니다.
평안하세요.

딸놓고 발걸음이 떨어질지 걱정인, 노란바다 출~~렁
오길순   14-08-24 10:04
    
오호! 주기영님,
곧 돌아오신다고요? 9월을 기다리겠습니다. 갈 때 섭하고 올 때 섭하고...인연이란 게 참 오묘해서
오갈 때마다 가슴 밑바닥에서 눈물이 흐를락! 합니다.  그래도 꾹 참고 오시셔~~^^

일요일 아침, 어제의 과로가 남아서 푹 쉬기로...하여 시 한수 옵겨 놓습니다.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이선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람과 위쪽 사람이

악수를 오래도록 한다든지

아니

영원히 언제까지나 한다든지, 어찌 됐든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참 좋은 일이다.


ㅡ출처 : 시집 『어머니』(선,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