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은 글과 좋은 수필의 차이
ㅡ 서강수필바운스(4. 9, 목) ㅡ
1. 좋은 수필은?
쉽게 생각하자. 아래 조건을 대충이라도 갖추도록 노력해보자. 그렇게 해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면(감동을 주면) A+의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과 내용의 일관된 흐름은 필수다!(그래도 어렵다고요? 말이야 쉽지만 사실 좀 그렇죠? 그래서 배우는 재미가 있지 않나요~?^^)
가. 우선 읽혀야만. 그렇지 않으면 죽은 글이다(가독성, 재미)
나. 아름다워야 한다(감성, 서정성, 감수성, 형상화 등 문학적 장치)
다. 깊이가 있어야 한다(지성, 철학성, 사유, 성찰, 깨달음, 의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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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례 연구
인터넷이나 휴대폰에 스팸 메일처럼 돌아다니는 글 중 한 사례를 채택, 이런 유의 글은 왜 수필이 될 수 없는지 문우님들 간에 활발한 토론이 전개 되었다. 문우님들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문제의 글은 수필로서의 부적합함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가. 화살 하나에 두 마리 사슴이
“한 유명한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뛰어난 활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꾼은 산속에서 사슴 두 마리를 발견했다.
하나는 어미 사슴, 하나는 아기 사슴이었다.
그는 즉시 화살을 집어 들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아기 사슴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런데 두 번째 화살을 찾고 있자니
새끼 사슴에 박힌 화살을 뽑아보려 안달하던 어미 사슴이
이윽고 기운이 다한 듯 쓰러지는 게 아닌가!
‘이상하군? 어미 사슴에게는 화살을 쏘지도 않았는데?’
의아하게 여긴 사냥꾼은 어미 사슴의 배를 갈라보았다.
그랬더니 어미사슴의 창자는 조각조각 잘라져 있었다.
자식 잃은 슬픔으로 단장(斷腸)
사냥꾼은 눈물을 흘리며
활과 화살을 부러뜨리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나. 위 글에 대한 비판(사람에 따라 감동을 받기도 하겠지만)
1) 그냥 이야기일 뿐 내가 없다.
2) 허구적 가상의 이야기로 작위적이다.
3) 과장이 심하며 있음 직하지 않다
그런다고 사냥꾼이 생업을 그만 두다니?
4) 재구성, 재해석, 형상화가 없다.
5) 설명과 묘사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설명만 있다
6) 문장이 조잡하고 문법에 맞지 않다.
7) 표현이 섬뜩하고 잔인하다(그로테스크)
8)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3. 회원 글 합평
가. 긴 하루(심혜자)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를 잘 그려내었고 작가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당장 발표해도 좋은 글이지만 전작인 <줌마렐라 승냥이>에 비해 메시지와 감동이 약하다. 왜 그럴까? 소재가 지닌 한계성을 인정해도 ‘집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건’은 전작인 ‘새끼를 밴 길고양이와 작가와의 소통과 교감’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떨어진다. 왜 그럴까?
개인의 체험(수술을 앞둔 고양이에 대한 걱정)에 머무를 뿐 소외된 이웃에 대 한 연민이라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로 나아가지 못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소재를 이만큼이라도 소화한 것은 작가의 글쓰기 능력이 한층 발전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를 투톱으로 미묘한 갈등 관계를 다루는 시리즈 물(제3탄)을 기대한다. "이러다 '캣우먼 (Cat Woman)되는지 몰라?"
나. 난(蘭)을 치다(강진후)
주제가 좋다. 난(蘭)을 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불우한 소외 이웃에게 따뜻한 눈 길을 돌리는 감사의 글이다. 난을 그리는 작업에 곁들여 일상의 소소한 것들과 힘들고 고단한 소시민들의 긍정적인 삶이 전해주는 행복감을 더해 입체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들에게서 난의 향기를 맡는 결미는 짙은 여운을 준다.
이 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구성이다. 현재의 수미쌍관(首尾雙關) 기법도 괜찮지만, 영화의 교차서술(Cross-Cut) 방식을 차용하면 더욱 현장감 있는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난(蘭)을 치는 순서(조묵, 봉안법, 파안법...)마다 이웃의 삶과 사례를 직잭(Zig-Zag)로 끼워 넣어 사실감과 상관관계를 증폭시킴으로써 결론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법을 ‘아라베스크 스타일(Arabesque Style)이라고 한다. 난(蘭)은 아라비아식 당초문양(唐草紋樣)에서 모티브(Motif) 역할을 한다.
4. 서강반 동정
교수님이 새로 개발(?)한 음식점에서 파가 들어간 연탄 불고기는 대만족. 한결같이 칭찬할 정도로 맛이 훌륭하였다. 교수님의 이유있는 항변. "난 제발 강의에만 신경쓰게 해줘요!" 올리비아 핫세를 살짝 닮은 주인 아가씨의 친절하고 청결한 서비스도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단골집으로 서강반의 아지트 역할을 하리라는 예감이 든다. 합평에서 칭찬을 받은 강진후 반장이 기분 좋게 한턱 쏘았다. ‘우리들의 수필 이야기’는 장소를 불문하고 계속되었지만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했다. 다음날 예정 된 <<한국산문>> 정기총회에서 재회를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