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3. 26 목)
-합평의 명(明)과 암(暗)
1. 합평의 자세
1. 특정 작품에 대해 회원들 간에 토론을 거치고 선생이 요약 정리하거나 구체적인 지침을 주어 수정하고 그런 일을 몇 차례 거치다 보면 글은 무조건 좋아지게 돼 있다. 그러나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합평 OK 받은 글을 본보기로 해서 ‘다른 글도 잘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그런 연 후 하산(下山, 등단)하여야 강호의 절정 고수들과 겨룰 수 있다. 혼자서도 잘 해요!
2.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가 고쳐주겠지 하고 대충 글을 제출하고 남의 의견을 들어 수정하면 글은 얼핏 좋아지지만 다시 제자리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톰 크루즈처럼 ‘미래의 언저리’를 더듬다 ‘남루한 현실’로 되돌아온다. 글을 제출하기 전 이 글이 내가 쓸 수 있는 최선인가를 반문하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라. 최소한 맞춤법이라도 신경 쓰고 비문(非文)을 줄여 합평에 부쳐야 한다. 그래야 글이 는다. 그러지 않으면 도돌이표로 짜증 지대로다. 딜리트 앤(&) 리셋.
3. 합평에 참여하는 여타 반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그 글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글에 애정을 갖게 된다. 이것이 필수 아이템이다. 그리고 그 글을 사전에(교실에서가 아니라 제발 집에서) ‘매와 같은 눈’으로 정독하여야 한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보완점이 있고, 언뜻 허접하게 보이는 글이라도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꿰뚫어 내야 ‘남의 글을 통해’ 내 글쓰기가 발전한다.
2. 회원글 합평
가. 배움의 길(이덕용)
꾸밈이 없고 진솔하다. 현재와 추억담(과거+더 오래된 과거)이 섞이면 사간과 서사의 순서가 뒤엉키기 쉬운데, 필자가 80 고령이면서도 이 점을 잘 극복했다. 맞춤법의 잘못은 큰 문제가 아니다. 살아오면서 마주한 기쁨과 회환이 가슴을 적신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 같은 삶에서 체득한 지혜가 자연스럽게 글의 전면과 행간에 녹아 있다. 이 글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남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글은 최악이다. 남에 대한 비난과 비방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내비쳐도 곤란하다. 내용은 강력하되 표현은 순화해야 한다.
나. 마키아벨리, 진정한 피렌체인(제기영)
이런 유의 글을 서양에서는 ‘에세이’라고 한다.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 나갔다. 지성(사유, 지식, 지적소양)과 감성(서정, 형상화, 문학성)이 어우러져 감동(마음의 움직임)을 전해오는 글이 일급 수필이다. 역사 인물 에세이로 일정 수준에 올라 지적인 희열을 주지만 전작(워털루, 개선문)에 비하여 핍진성(逼眞性) 면에서 부족한 감이 있다. ‘마키아벨리’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한 입체적 조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평설에 치우친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인간적 측면(고뇌, 분투노력, 실의와 좌절)을 부각하여도 좋을 것 같다. 권모술수의 화신으로 비치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다. 나무 보일러(서문순)
글이 사랑스럽고 읽고 있으면 쿡쿡 웃음이 나온다. 글쓰기의 기본(문장의 정확성과 문단 나눔)을 갖추었다. 가족의 단란함을 잘 표현했다. 다만 주제의 임팩트가 부족해서 허전한 느낌이다. 나무 보일러의 함의(상징, 은유)가 부족한 때문이다. 이 글은 두 개의 방식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일단 ‘나무 보일러(좋은 제목이다!)’를 뼈대로 일관성 있게 사유를 전개해 나가거나 예화를 채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하면 글로 완성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차라리 제목을 ‘가교리 일기’로 하고 시골살이의 애환이나 동물과의 교감, 마을 사람들과의 인정 나눔 등 이모저모를 나열 형으로 보여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라. 줌마렐라 승냥이(심혜자)
교수님의 칭찬과 문우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글. 스토리 위주의 흐름이지만 길고양이와의 교감과 우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했다. 버려진 동물 사랑에 대한 주의, 주장을 정색하고 펼치지 않은 것도 좋은 점이다. 승냥이(길고양이 이름)를 어떻게 ‘줌마렐라’로 부르게 되었나에 대한 정황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 글에서 감동을 주는 대목이 몇 군데 있으니 찾아보라는 교수님의 제안에 문우들은 앞 다투어 호응. 다섯 군데나 찾아내며 서로 즐거워했다. 이를테면, 승냥이가 보살펴 준 보답으로 쓰레기 봉지를 물어다 놓았다든가, 승냥이가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자판기로 생각하나 보다 같은 대목 등.
3. 서강반 동정
자신도 모르는 새 글이 몰라보게 예뻐져 엉안이 벙벙한 심혜자 총무가 과감히 한 턱 쏨. 이래저래 좋은 날. 다음 주(4. 2)에는 부활절 휴강이지만 이용훈 님 주선으로 안중근 기념관 견학. 이어 인사동 지리산으로 자리를 옮겨 강정자 님(‘나를 실은 기차’) 등단 파티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강정자 선생님, 등단 축하드리며 더욱 좋은 글로 우리 서강수필 더욱 빛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