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3.12, 목)
-- 소재, 제재, 주제, 제목
1. 소재, 제재, 주제, 제목
가. 소재(素材, material): 글의 바탕이 되는 원 재료
나. 제재(題材, subject matter):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소재
다. 주제(主題, subject, theme): 글의 핵심으로 작가의 의도와 관점
라. 제목(題目, title, topic): 주제의 문패, 주제를 드러내는 창, 또는 번호키
* 소재>제재>주제>제목(교수님은 사과 그림을 그려 관계를 설명)
* 요즘은 소재와 제재를 뭉뚱그려 소재로 칭하는 것이 일반적임
* 제목은 주제를 드러내되 암시하여야 함으로 반투명 창(窓)이 좋음
2. 바람직하지 않은 문장(손광성, 이정림 수필 작법 등)
가.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瀑布) 속으로 사 라져”(회화적이고 감각적 표현이지만, 비유의 중첩으로 오히려 이미지 분산)
나. “삭신이 부서져 재가 되고 연기가 되고 까맣게 흩어지는 듯한 아득한 아픔이 오랫동안 명치끝에 머물렀다”(비슷한 내용의 나열, 현란한 수식으로 명치가 아니라 머리가 아픔)
다. “머리에 눈을 허옇게 쓴 채 고단한 나그네처럼 나는 조용히 집 문을 두드린 다. 꽃 한 송이 없는 방 안에 내가 그림자 같이 들어옴이 상장(喪章)처럼 슬프구나”(위아래 문장에 거푸 직유법 사용으로 예스런 문장)
라. “음악을 들을 수 없다. 거짓말같이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정신의 근원에서 오성(梧性)의 수정을 깨고 치솟는 영롱이 차가운, 이가 시린 눈물, 눈물이 파종(播種)을 한다”(뭔 말? 추상어 남발. 어찌해 볼 수 없는 최악의 문장!)
3. 회원 글 합평
가. 이 청년을 어찌할 것인가(이남규)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인해 배뇨장애와 성적장애가 있는 청년에 대한 오랜 치료담 소개.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장애를 고치기 위한 의사의 치열한 노력과 좌절, 그로 인한 고뇌가 고스란히 문우들에게 전달되어 교실에는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음. 휴머니스트 의사가 겪은 자괴감과 딜레마를 특별한 장치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감동을 안김. 소재 자체가 파괴력이 있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글이기도 함. 형식면에서 통상적인 한자는 병기할 필요가 없으며 빈번한 말줄임표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 <<한국산문>> 의학 칼럼에 게재하면 좋겠다는 교수님의 추천이 있었음.
나. 당신은 갑인가요 을인가요(조정희)
신예 여성 칼럼니스트의 탄생을 알린 사회 비평적 수필. 사회적 이슈와 공동체의 관심사를 짐짓 외면해 온 현재의 수필계 풍토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글로 호평을 받음. 뜨거운 이슈인 ‘갑(甲)과 을(乙)의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자료를 조사하여 팩트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그 바탕에서 논리적으로 주의, 주장을 펼쳐 설득력이 있음. 특히 지적인 분위기에 서정(김종환의 <존재의 이유>에 빗댄 갑과 을의 비유)을 입혀 가독성을 높인 것이 장점임. 수동태 사용은 되도록 자제하고 과격한 표현은 순화해야 함.
* “사랑하는 사람사이에는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요?”(교수님이 낸 문제)
- 그에 대한 대답은, “덜 사랑하는 사람이 갑이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다." 아닌가요?
다. 향불로 만난 어머니(박도원)
친인(특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은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소재여서 그간 많은 수필가들이 즐겨 다루어 온 소재이다. 그런 연유로 그만큼 잘 쓰기도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글은 어머니에 대한 추억담이 과장됨 없이 담담하게 펼쳐 막힘없이 읽히는 장점이 있다. 해학(기르는 강아지와의 대화 등)적 문체로 통속적인 정서를 희석하였음에 가점을 주어 일단 OK 합격 판정.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회상을 통한 사유의 전개로 어머니의 면모를 좀 더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어서임.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자 ‘나만의 고유한 어머니’이니까.
4. 서강반 동정
- 오늘수업에 서강수필바운스 1기이시고 신촌 지역의 원로(?)이신 83세의 이덕용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그 동안 편찮으셨는데 오랜만에 와 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더욱 건강하셔서 오랜 기간 후배들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수업 후 신촌 사거리 현대백화점 옆에 있는 중국음식점 ‘난향’에서 현금자 선생님의 환상적인 등단 파티가 있었음. 케이크에 촛불을 켜서 축하노래 부르고 꽃다발 증정식도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요(?)로 여성 문우님과 남성 문우님이 섞여 앉는 자리 조정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어색함이 없어 놀랐습니다. 오히려 모든 문우님들이 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역시 문학의 세계에서 남녀 경계란 별 의미가 없나 봅니다.
- 현금자 선생님과 이용훈 선생님이 ‘비장의 포도주(몬테스 알파 뭐라드라?)’를 다량 제공하여 일배일배 분위기가 더욱 고조. 글에 취하고, 대화에 취하고, 포도주에 취하고, 맛있는 요리에 취한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은 없더군요. 흥을 돋우는 보조수단이 없어도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