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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이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글쓴이 : 한지황    15-03-09 19:07    조회 : 4,403

상가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구두고 
저건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세워 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뒤집는 구두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보인다 
북천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을 보내는 자리에서조차도

왁자지껄한 삶을 잘 묘사한 시입니다.

상가집에 모인 구두처럼 서로를 짓밟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죽음조차도 양극화되어 천차만별인 장례식장을 떠올려봅니다.

고인보다 유족들의 명분과 체면을 앞세우는 장례식장.

죽음마저 수단이나 도구가 되고

관계를 위한 사교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부자끼리는 세를 과시하고 카르텔까지 형성합니다.

호화롭고 번잡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럽고 정이 메마른 장례식장에서 고인은 서러울 것 같습니다.

 

밀봉되지 않는 웃음/ 유홍준

봉투 하나에 식권 하나가 배당되는 결혼식처럼
봉투 하나에 도시락 하나가
주어지는 시골 상갓집
영정 앞의 상주와 엉거주춤 봉투 내민 문상객이 엎드려
마주보고 웃는 웃음, 봉투와 교환한 도시락처럼
뚜껑 열고 허옇게 웃어 보이는 웃음
설익은 고기를 씹으며
웃는 웃음, 설익은 고기가
씹히는 웃음
흰 봉투 들고 마당가에 서서 차례 기다리는
웃음, 謹弔의 웃음, 일렬횡대로 서서 쓸쓸하게
웃고 있는 근조 화환의 웃음
부의 봉투처럼 밀봉되지 않는 웃음, 액수를
확인하고 기록해두어야 하는
부의금처럼 접수해야 하는
웃음, 차곡차곡 쌓아가는
쌓여가는 웃음……

 

어색해 하는 상주와 문상객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시입니다.

부의금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닙니다.

"謹弔의 웃음"이 들어 있지요.

고인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기억하고자 애쓰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유홍준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나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안으로 잔뜩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역설과 반어법이  있는 시입니다.

우리 집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죽어 나갔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단지 일상일 뿐이었지요

하지만 시인은 그것과 마주쳤습니다.

능청스러운 삶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이면을 바라보며

삶을 관조합니다.

행복이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정말 그런 것 같지 않나요?

 

현대인들은 자기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유명한 연예인이 아닌 이상 말이죠.

또한 현대인은 모래에서 태어나 모래 위를 걷고

결국 모래에서 죽는 낙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수많은 아파트는 모래로 만들어졌고

우리는 바로 사막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경마장 안에서 달리는 경주마와도 같은 운명입니다.

늘 반복되는 코스를 달려야 하는 일상.

가끔 해외여행으로 일탈을 하지만

열흘이 지나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우리는

바로 경주마입니다.

 

오늘은 죽음에 관한 시들을 공부하며

죽음이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예전에 초상집은 잔치분위기였다고 하지요.

비명횡사만 아니면 말입니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어두운 생각들로부터

벗어나보는 계기가 되었던 수업이었습니다.

 

베트남을 다녀오신 인영샘이 달콤한 초콜렛을 듬뿍 가져오셔서

모두들 입을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갑기도 했고요.

식구들을 위해 병원에서 애쓰시는 인숙샘과 지연샘,

바쁜 일로 결석하신 영자샘과 정주샘도

다음 주에는 꼭 나오세요.

강풍이 몰아치고 내일은 기온이 뚝 떨어진다네요.

모두들 끝장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
  


일산 김선희   15-03-10 00:38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을 감안한다면 이 글을 올리는데 한 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단 건데
짧은 댓글 하나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젠 여러 샘님과도 친밀감이 더해져 월요일의 독토시간과 선생님의 명강이 기다려집니다
학생때 제일 싫어한 국어수업에 요런 재미가 있을 줄이야..ㅎㅎ
     
한지황   15-03-10 10:23
    
3월 날씨로는 9년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추위!
강풍은 심술꾸러기처럼 힘을 과시하고 있지만 햇살도 그에 질세라 굳세게 버티고 있어 참을만하네요.
교정보러가는 중 전철안에서 댓글을 씁니다.
스마트폰이 내게 주는 선물은  언제든지 글을 쓰고 올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오래도록 잡아두고자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깁니다.
또한 지난밤에 쓴 후기에 누가 답글을 달았는지도 볼 수 있고요.
컴  앞에 앉는 번거로움을 이 자그마한 물건이 해결해주지요.
첫걸음을 떼면 그 다음은 저절로 걷게되는 아기들처럼 다른 벗들 댓글 솜씨에 한참을 망설이던 선희샘도  댓글달기에 재미를 붙였군요.ㅎㅎ
댓글이 모여 수필이 되지요.
빗물이 모여 샘물이 되듯이...
진미경   15-03-10 08:04
    
예쁜 선희샘이 일등으로 댓글다셨네요. 반장님은 피곤을 모르는, 아니 열정이 피곤을 넘어서는 분인가 봅니다.
후기올리고 바로 요가다녀오시고.....

행복이란 녀석이 능청스런 놈인가봅니다.  능청스럽다. 속으로는 엉큼한 마음을 숨기고 겉으로 천연스럽게 행동하는 것!

월요일 수업은 죽음에 관한 시를 여러 편 공부했어요. 시인 스승님이 계시니 새로운 깨달음이 한가득입니다.
그저 일상도 새로움입니다.
행복의 이면에는 죽음과의 동거가 있었네요. 그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모르고.....
귀머거리 시인이 누구예요? 우문을 쏟아내는 제자를 귀찮아하지않으시고 늘 열강해주시는
스승님 감사합니다.

새롭게 오신 김영란 샘 환영합니다. 풍성해지는 일산반 !
담 주까지의 기다림을 참아내야겠지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새로운 척 능청스럽게 지내보아요.
     
한지황   15-03-10 10:37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 놀러가는 것이라고 여긴 다음부터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지요.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에서 의연할 수있는 힘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하고요
나도 언젠가는 디른 세계로 놀러가면그리운 이들을 만날거라는 희망을 갖고서요.
마음속으로 우리는 수십번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살아가지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는 유홍준 시인의  말처럼....
메멘토  모리!
정정미   15-03-10 20:12
    
문정혜샘 작품을 합평하면서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읽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홍준의 (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행복이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참 인상적이었어요.
죽음에 관한 글은 누구라도 한 번쯤 써보고 싶을 거예요.
정말 한 번 잘써보고 싶은 죽음입니다.
오늘 새로오신 김영란님 반가웠습니다.
김영란법의 김영란이라며  인사하시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글도 잘 쓰실 것같은 느낌이 팍 왔고요.  환영합니다 ㅎㅎ
반장님!
어제 그렇게 수고 하고 오늘 또 멀리 교정보러 다녀오셨군요.
후기 잘읽었습니다. 감사!
반장님 전시회  같이 가고 싶은데 언제가 다들 좋으신지 .....
우리반 나들이겸 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한지황   15-03-10 22:53
    
한 분 한 분 늘어나는  식구들 덕분에일산반  교실이 꽉 찼습니다.
이제는 껴앉아  공부를 해야하지만 가까워진 거리만큼 우리들 사이도 가까워지겠지요.
아무리 기억력이 나쁜 사람도 잊을 수없는 이름으로 등장하신 김영란샘!
밝은 웃음과  활달한 말솜씨로 오래도록 함께 하시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총무님이 오랫만에 내신 글  냄새를 합평할 다음주가 기다려지네요.
꼼꼼한 총무님의 글인만큼  기대가 큽니다.
유정주   15-03-10 23:58
    
반장님~~
항상 수고 많으셔요..저도 한 열정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어제 수업의 내용이 그려집니다,,
아직은 저한테는 낯설기 만한 주제 같았는데 한번쯤은 죽음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케 하네요...
이 시들을 보면서 무심히 다녀온 장례식장과, 같은 공간안에서 같이 존재하는 모든것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것 같아요..
제가 온다음에 매주마다 새로운 분들이 오시네요?
제가 아무래도 복뎅이 같죠?? ㅎㅎ
새로온 분들 환영합니다..
항상 정겨운 수필반쌤들, 선생님~
담주에 뵐께요~~~^^
     
한지황   15-03-11 09:47
    
ㅎㅎ 복덩어리 정주씨!
어디를 가든 사람이 몰려오는 경험이 많았다 했죠?
맞아요. 정주씨의 파워가 남다르지 않은가봐요.
이제 새로운 분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야외수업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어야지요.
다행히 창밖은 봄이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환한 햇살 덕분에 우리들 기분도 상승하고 있고요.
봄이 도망가버리기 전에 그 기운을 열심히 빨아드리고 싶어요.
박래순   15-03-11 12:33
    
후기도 잘 쓰시고 댓글도 잘 달아주시는 일산 반 님들!
이젠 교실이 비좁아서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 하,
땅바닥에 자리 깔고 앉아 수업하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네요. 학생도 글도 풍성한 교실이 부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한지황   15-03-11 18:44
    
예술의 전당에서 필립스컬렉션전 보고 가는 길이어요.
래순샘  덕분에 놓칠뻔 했던 미술전을 아주 잘 보았어요.
도슨트가 화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얘기해주어서 더욱 유익했던시간이었어요.
각 화가들의 명언도 인상적이더군요.
남달랐던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오는길, 참 행복합니다.
          
박래순   15-03-11 22:31
    
역시 우리 반장님은 화끈하시다. 미술하는 분의 정신자세다워요.
매사 부지런하고 바쁘게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공인영   15-03-12 22:37
    
한 주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바로  어제 수업한 것 같은데 말이죠.^_^
눈이 불편하다 보니 먼지와 바람 때문에 영 외출이 쉽지 않습니다.
떠나는 자의 까칠한 몸부림인지 바람도 종일 골목마다 헤매고 다니구요.

보고 싶었던 그 전시, 오늘이 마지막인데 결국 놓쳤군요.
반장님의 열정이 한 수 위인 줄 인정 인정^_^!!  제 몫까지 즐겁게 보셨기를.
오랜만의 수업 변함없이 즐겁고 알찼습니다.
당분간은 오락가락할 테지만  그것도 이 빠진 추억으로 남을 테구요.^^

죽음에 관한 시들이라고 슬프거나 두렵지만은 않더이다.
우리가 ' 죽음' 이란 존재를 겸손하게 긍정하고 인식할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일의 교만과 또 두려움도 줄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아직은 온전한 깨달음이 좀 어렵지요?  거 참....
어쩌나요,  그날을 위해서라도
우리 벗들 자주 뵈며 삶과 사람들 사이에서 답을 구해봐야겠지요? ^^
모두들 환절기에 건강 챙기며 기쁘게 보내시고 담주 수업에서 뵙겠습니다.
새로 오신 벗들, 아직 인사도 못드린 벗들은
담주에 그윽하게 눈맞춤하기로 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한지황   15-03-14 06:00
    
떠나기 싫어 골목을  헤매고 다닌다는 바람의 심정이 인영샘을 통해 잘 전달되는군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매년 짧은 운명을 아쉬워하는  계절들의 몸부림이 느껴지지요.
우리들의 운명도 결코 길지 않으니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아침이 서서히 시작하려는 지금 또 새로운 노트를 펼치며 내 삶을 적어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