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수필의 강자 박래순샘은
고모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쓴 <고모>로 합평을 받았습니다.
영화배우가 된 고종사촌의 아버지인 고모부는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졌고
고모는 가계를 꾸려나가랴 남편을 돌보느랴 한 많은 삶을 살았지요.
고모에 대한 많은 추억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경화의 법칙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만을 앞으로 내세우고 다른 이야기들은 배경으로 두는 것이지요.
고모부의 운명 소식에 달려간 장례식장에서
다른 장례식장과는 달리 연예인들이 꽉 찬 풍경을 봅니다.
영화배우 고종사촌을 만나면서 그 옛날 장터 콩쿠르에서 MC를 하던
고모부와 고모의 만남을 떠올리게 됩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는 역순행의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지요.
부잣집 딸이었지만 가나한 고모부와의 만남과 오랜 병수발로
평범하게 살지 못한 채 젊음을 다 보낸 고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이어집니다.
십대에는 누구나 연예인을 꿈꾸고 동경한다는 가정 하에
그런 동경이 실마리가 되어 결혼을 하고 힘들게 살았던 고모의 운명과
고생은 했지만 고모부의 끼를 이어받아 성공한 영화배우가 된 사촌 동생에게
초점을 맞추면 영화 같은 수필이 될 것 같습니다.
친구가 사채로 재미를 보다가 돈을 다 잃을 뻔했던 이야기를 쓴 한지황의 <미끼>는
똑똑해진 물고기들이 웬만한 미끼는 거들떠보지도 않기에
점점 진화된 미끼만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낚시꾼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기꾼도 전보다 더 교묘하게 미끼를 던진다는 것을 말하면서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만이 그 미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말합니다.
역순행 구성이 좋겠다는 스승님의 조언이 있었으나
미리 결론을 보여주면 재미가 덜하다는 의견도 있어서
앞부분만 중간 부분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나도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작가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나도 남들과 다름없이 탐욕이 있다는 자기고백을 함으로써
작가는 강한 여운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문정혜 기자님의 기사 <책을 읽는 남자>는 책을 읽는 동기가 뚜렷이 나타나야 합니다.
즐겁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추상적인 말보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독자는 궁금해 하지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첫째,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쓸거리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훨씬 잘 읽힙니다.
둘째, 남에게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친구나 가족 등 주위 사람에게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다면
책을 읽는 목적은 분명해지지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독후감을 쓰기위해
스승님은 이 소설을 열심히 읽고 계십니다.
이 소설은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네 남녀의 사랑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운명이라고 믿는 여자를 부담스러워하며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토마시,
그를 끝까지 믿는 여자 테레자.
자유로운 영혼의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
자유로운 사비나에게 매료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방황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육체와 영혼, 삶의 의미와 무의미, 시간의 직선적 진행과 윤회적 반복의 의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등 다양한 삶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독서모임 시간에 밀란 쿤데라의 다른 소설 <농담>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오붓하게 여섯 명이 함께 한 점심식사는 문정혜샘이 한턱을 내셨습니다.
다들 바쁘셔서 함께 못해서 아쉬웠지요.
먼 유럽여행을 끝내고 오신 김선희샘이 달콤한 초코렛을 듬뿍 갖고 오셨습니다.
미술관 순례로 한층 고양된 정신세계를 맛보고 오신 선희샘이 부럽기만 합니다.
겨울 학기 마지막 달 첫 수업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아들을 훈련소로 보내느라 못 오신 선숙샘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몇 번 남지 않은 겨울 학기, 알차게 보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