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나의 내면에는 사막도 바다도심지어 우주까지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글쓴이 : 한지황    15-01-26 23:19    조회 : 4,131

청각의 시각화하면 이재무 시인의 <종소리>를 떠올리세요.

공감각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시입니다.

수필에서도 감각을 자주 인용하는 게 좋습니다.

많이 소개했던 <종소리> 대신 다른 시 두 편을 옮겨봅니다.

 

마포 산동네 /이재무

 

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넛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질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산동네 슬라브집 옥상에는 흙을 부어놓고 농사를 짓곤 했지요.

한낮엔 할 일이 없던 가로등은 어둑해지면 불을 켜고

저녁이 되어서야 산동네에는 활기를 띱니다.

한강을 건너왔기에 젖은 달빛이라는 표현도 재미있습니다.

방에 불빛이 없어야 달빛이 잘 보이지요.

불이 켜지면 달빛도 도망을 갑니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잘 담은 시입니다.

 

 

옥상이 논다 / 이정록

 

평상이 없다

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

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

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

쌍절봉이 없다 시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

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

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

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 소리가 없다

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

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

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던 작은 손이 없다

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소리가 없다

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런닝구 속 마른 가슴팍에 수박씨가 없다

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리 속에 처박혔나?

이마는 어느새 평상처럼 넓어졌나? 가슴 속

잡것들은 다시 옥상에 기어 올라가려고

울끈불끈, 내 런닝구는 누가 이리도 잡아당겼나?

어떤 싸가지가 수박씨 날리는 거야?

고개들어 텅 빈 옥상을 두리번두리번,

 

 

지금은 사라진 옥상을 잘 그려낸 시입니다.

옥상에는 늘 빨랫줄이 있고 서민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빨래들이 널려 있었지요.

골목길이 사라지면 거기에 관련된 많은 풍습도 사라집니다.

비록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가슴 속에는 아련한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나의 내면에는 사막도 바다도 심지어 우주까지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상상력의 힘입니다.

 

달빛/ 박현수

 

달빛은

백설에 스며들다 이내 넘쳐

낙숫물처럼

축대에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월세방 부엌

흩어진 신발에

가득 고이기도 하고

뱀처럼 젖무덤 새로 흘러들기도 하고

막무가내로

꿈마다

방울져 떨어지기도 하고

 

핏속의

상감(象嵌) 무늬

소리조차 푸른 발자국

 

전경화의 대표적인 시입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인 아낙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넣었습니다.

수필에서도 꼭 필요한 기법입니다.

가난한 아낙의 꿈속에까지 들어간 달빛을 노래했습니다.

스며들 수 있는 것이 물뿐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달빛도 스며든다고 표현한 것이 돋보입니다.

그늘이 고여 있다거나 평상에서 그늘을 덮고 잤다는 등의 표현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비유의 원리는 서로 다른 사물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 것입니다.

유사성은 형태나 내용으로 나뉩니다.

하늘의 별이 흩어진 튀밥 같다는 유사성은 형태가

생활은 촛불 같다는 유사성은 내용이 닮았지요.

사물의 상징적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대의 눈은 호수같다는 말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호수는 오염이 되었으니까요.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게으르고 뚱뚱한 노숙자로 비유될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위대한 비유는 아주 이질적인 데서 유사성을 찾는 것입니다.

이것이 창조이며 글쓰기의 능력입니다.

 

사랑은 본능입니다. 갑자기 사랑에 빠지면 불안해지지요.

그 불안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에서

반대 감정 즉 증오감을 나타내는 것이 방위기제입니다.

소월의 <진달래 꽃>이 바로 그 예입니다.

 

시적 화자 즉 주인공과 시인이 일치를 하면 개성적인 시이고

일치하지 않으면 몰개성적인 시입니다.

<진달래꽃>의 화자는 여자이지만

시인인 소월은 남자이므로 이 시는 몰개성적인 시입니다.

 

 

감자꽃/이재무

 

차라리 피지나 말 걸 감자꽃

꽃피어 더욱 서러운 女子

자주색 고름 물어뜯으며 눈으로 웃고

마음으론 울고 있구나 향기는,

저 건너 마을 장다리꽃 만나고 온

건달 같은 바람에게 다 앗겨버리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비탈

오지에 서서 해종일 누구를 기다리는가

세상의 모든 꽃들 생산에 저리 분주하고

눈부신 생의 환희 앓고 있는데

불임의 女子, 내 길고긴 여정의

모퉁이에서 때묻은 발목 잡고

퍼런 젊음이 분하고 억울해서 우는

女子, 노을 속 찬란한 비애여

차라리 피지나 말 걸, 감자꽃

꽃피어 더욱 서러운 女子

 

화자는 여자이지만

시인은 남자이므로 이 시 또한 몰개성적인 시입니다.

애를 안 낳는 것은 불행이 아니지만 못 낳는 것은 불행입니다.

자발적 가난은 불행이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가난은 불행입니다.

감자꽃은 꽃이 필 때 꽃을 잘라줘야 열매가 굵어지기 때문에

슬픈 운명을 가진 꽃입니다.

꽃에서 열매를 맺는 대부분의 식물들과 다르게

꽃 따로 열매 따로 생장하는 감자꽃은 처음부터

꽃과 열매의 슬픈 이별이 전제되어 있지요.

그래서 차라리 피지나 말 걸,  꽃피어 더욱 서러운 여자라고 읊었습니다.

 

오늘 간식은 서울서 매 주 오시는 김선희샘이

자연발효 치아바타를 준비해 오셔서

담백한 빵맛을 음미하며 먹었습니다.

유난히 결석이 많았던 날이었어요.

2월 첫날에는 모두 뵈옵게 되기를 바라며

청양해 첫 달 마지막 수업을 마칩니다.

다들 첫 단추를 잘 끼셨겠지요?

두 번 째 달 반가운 얼굴들 기대합니다.

 


진미경   15-01-27 19:36
    
포근했던 겨울날씨가 잊어버렸던 그의 본성을 찾은 것인지 매서운 바람으로 컴백했습니다.
동네은행, 다이소, 식사도서관, 새로 생긴 베이커리를 훓고다니기를 두어시간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이렇게 추울때면 지금은 없는 아랫목과 이불속에 숨겨둔 어머니의 밥그릇이 떠오릅니다.
사람은 현재에 살지만 그리움은 과거로 향해 날리는 풍선과도 같습니다.
월요일 시론수업은 이재무 교수님이 준비해오신 14편의 시를 공부했습니다.
반장님이 올린 후기로 복습을 하니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사실 전에 공부했는데 시험을 안봐서 그런지 까마귀가 머릿속을 날아다녔습니다.
ㅎㅎㅎ
     
한지황   15-01-28 06:49
    
여기저기 비유가 인상적인 댓글 잘 읽었어요. 미경샘!
그리움은 과거로 날리는 풍선과  같다라는 표현이 특히 좋네요.
풍선에는 설레임과 소망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파티에 곧잘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풍선들...
얼마전 본 영화에는 온갖 동물 형상의 풍선들이 하늘을 향하여 비상을 하더군요.
풍선하면 둥그런 모양을 떠올리던  고정관념이 사리지는 순간이었죠.
아랫목에 숨어있는  엄마의 밥그릇도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최영자   15-01-27 23:05
    
반장님.  꼼꼼하게 쓴 후기로  공부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경샘 말씀처럼  매서운 추위가 컴백했네요.  찬바람을  쐬고 집에  들어왔더니 재채기가
어찌나 힘있게  올라오는지, 서너번 재채기 하는 동안  순둥이가 놀래서 덩달아 짹짹거리며 소란을 떠내요.

시론은  반복해서  공부해도 늘 새롭게 다가오죠?  들었던것 같은데 그게 뭐더라??? ㅎ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담주에 뵈요.
     
한지황   15-01-28 06:56
    
순둥이 잘 있지요?
영자샘글에 등장했던 순둥이.
전에는 순둥이라는 별명이 참 정다웠는데 언제부터인지 순둥이로만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살벌한 곳이 아닌가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순둥이가 대접받는 세상이 살기좋은 세상일 것  같은데. ...
순둥이들이 많은 일산반이 그래서  정겨웁지요.
영자샘! 담주에는 꼭 뵈어요.
오늘도 춥다는데 꼭꼭 껴입으시고요!
공인영   15-01-28 14:55
    
하룻밤 머문 여행의 후유증이 이렇게도 오는지
콧물이 뚝뚝, 얼렁 병원 다녀왔심더.
도시라는 구속에 찌들다가 모처럼 바닷길에 나를 풀어 쏘다녔더니
거기에도 아름다운 부작용이 있었던가, 정화작용이던가요.^^;; 
가끔씩은 정말..........떠나고 볼 일입니다........

어느 새 새해의 첫 달이 다 지나갑니다.
올해는 그리웠던 옛사람들을 만나고 더듬는 일로부터
저의 시간들이 채워지며 시작된 듯합니다. 참... 좋군요.
이제 다시 일상,
한 주일의 그리움을 품고 만난 벗들과의 꼬수운 시간,
모처럼 시론과 함께 생생한 예문들이 앞다투며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이끌어준 시간이었네요.
뿐인가요. 실밥 풀리듯 발음도 풀리던 스승님 말투마저 웃음 보너스였지요.
인생이란 우리 삶의 온갖 비유들이 디들디글한 곳이네요.
한 주일 동안, 그대만의 살이들을 비유의 콩고물에 디굴디굴 굴렸다가
담주 월요일 일산반 책상 위에 모다, 쏟아놓아보십시다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굿럭!!
영자샘, 보고픕니다.^^
     
한지황   15-01-29 19:14
    
감기는 살짝 머물다 가버렸는지요? 훌쩍 떠났다 돌아오신 인영샘은 많은것을 가슴 깊숙이 담아 오셨겠지요. 이제 하나둘 추억을 끄집어내어 글로다듬어?우리에게 부산의 내음을 맡보게 하실테고요.
여행이 준 선물을 차곡차곡 쌓아놨다
하나씩 풀어보는 재미가 좋아 저도 기회가 올 때마다 떠나고 싶답니다.
부피도 없고 무게도 없어 마음 속에 아무리 저장해도 부담이 없는 추억들을 만나러 가고싶어요.
정정미   15-01-28 17:57
    
바쁘게 다니시는 미경샘,  순둥이 영자샘,  다재다능 반장님,
콩고물보다 더 부드러운 인영샘, 
지금 저의 내면 속으로 님들의 모습들이 다 들어왔어요.ㅎㅎ
한 주 빠져서 더욱 애틋했던 수업시간과 우리들 수다도
지금 저의 내면에 출렁이며 넘치고 있네요.
우주보다 그 무엇보다.......ㅋ
반장님  후기 쓰느라 애쓰셨어요 덕분에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
김선희샘, 준비해주신 간식 감사드려요.  몸에 좋은 것이 맛도 일품이었지요.
갑자기 날씨가 급 추워졌어요.    모두 감기 조심들 하시고 담주 봬요^^
     
한지황   15-01-29 19:23
    
갑자기 추웠던 날씨가 오늘은 풀렸네요. 하루종일 햇살이 없어서 회색빛이긴 했지만. .1월이 이틀만 남았고 봄은 어느새 저만치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듯 해요.그만큼 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쭉 피고 겨울의 마지막 달인  2월을 맞이해야겠어요.
몇 권 남지 않은 토지를 함께 읽다보면 봄이 우리곁에 성큼 와있겠지요.
총무님! 독서모임서 뵈어요!
박래순   15-01-28 21:16
    
역시, 후기는 중요한 복습이에요. 여러 번 배웠어도 또 생소하니 말입니다.
오늘도 전경화, 비유, 역순행, 아이러니에 대하여 꼼꼼하게 배웠네요.
난 이제껏 역순행 스타일의 이야기 수필만 써 온 것 같아요.
전경화 스타일에 맞추어 글 한 편 써보려 합니다.
예쁜이 인영 샘 말씀대로 비유를 콩고물에 데굴데굴 묻혀서 고소한 냄새 듬뿍 나도록요. ㅎ
반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한지황   15-01-29 19:27
    
래순샘의 기체후 일향  만강 후편인 고모를  가슴 아프게 읽었어요.
고모의 일생을 잘 그려놓으셨더군요.
스토리수필을 잘 쓰시는 래순샘의 다음 스토리가 벌써 궁금합니다.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또 맛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