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1. 22, 목)
#1. 강의 요약 (좋은 수필은?)
- 시는 시인과 독자 사이에 ‘이해의 과정’에 대한 암묵적인 탐색을 전제로 한다. 시인이 함축과 은유로 펼쳐 보이는 성찰적 내면세계에 대한 독자의 구도자 적 동행이 그것이다. 시에서는 낯선 사고의 비약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와 상징을 빈번히 삽입하여 주제를 깊게 하거나 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기법도 사용 된다. 시에 관한 한 ‘표현의 모호성’도 시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는 연유다.
- 이와 달리 산문의 한 부문인 수필의 정신은 ‘소통과 공감’에 있으며, 서술과 묘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필은 문장 내에서의 표현은 물론 문 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에 단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왜 그러 지?’ 하는 궁금증으로 흐름이 끊기면(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이해되지 않 으면 더 이상 읽히지 않고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다.
- 좋은 수필은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 지성은 깊이를 담보하고 감성은 서정적 아름다움을 제고한다. 지성은 철학적 깊이의 다른 이름이고 감성은 추상 적인 관념의 구체적인 형상화를 의미한다. 지금껏 우리 수필은 감성 일변도의 신변잡사를 다룬 그저 그런 글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독자를 잃고 한계에 부딪혔 다. 문호를 개방하여 지적인 수필도 중요한 갈래로 포함하여야 한다.
- 위에서 언급한 ‘철학성’은 어려운 철학사조나, 철학이론, 철학지식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과 일상에서 얻는 통찰과 깨달음을 뜻한다. 통찰과 깨달음에 접 근하기 위해서는 사유를 통해 사물과 현상의 본질에 닿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배경지식(문학, 영화, 음악, 철학, 역사, 심리학...)을 차근차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숙제와 축제(낯설게하기 기법 향상을 위한)
- 과일 노점상에서 본 사과는 몇 개인가, 도대체?
- 아파트 단지 쓰레기통은 그저 그런 쓰레기통일까?
- 창가에 달라붙어 울음 우는 매미는 정말 매미일까?
-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벽면 거미줄에 잠자리가 걸려 있다. 그런데 정작 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2월은 28일, 윤년은 29일이다. 다른 달은 30일, 31일인데. 왜 그럴까? 그런 2월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3. 회원수필 합평
1. <워털루> - 제기영
전작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한 이해와 오해>처럼 역사적 사실과 개인 의 관점을 결합한 특이한 수필세계를 보여준다. 영화 <애수>와 <워털루>를 끌어 들여 재구성한 퓨전적 글쓰기로 입체감을 더 했다.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한 워 털루 전투 장면은 박진감이 넘치며 특히 ‘북치는 소년병사의 눈빛’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해주는 묘사는 처연하다.
정황설명이 필요한 부문은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서두에서 어떤 연유로 화 자가 워털루 다리를 방문하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한 중요치 않은 인물(배우 알랭 들롱, 사촌누이 등 까메오 출연자)은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 켜 효과적이지 않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빈번한 쉼표 ‘,’의 사용도 자제 하였으면. 경쾌한 리듬은 좋으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
2. <도토리 아저씨> - 강진후
주제의식이 깊다. 산행 길에서 만난 도토리 아저씨의 수수한 모습과 살아온 인 생 항로에서 공감과 연민을 느껴 호의로 구입한 도토리가 진품이 아님을 알고 씁 쓸해 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글이다. 가짜 밤을 구입하고 난감해 하는 이용 훈님의 <거짓의 재구성>을 떠올라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같은 주제의 글도 얼마든지 다른 소재로 다룰 수 있다.
<거짓의 재구성>이 철학적 사유를 전개해나간 반면, <도토리 아저씨>는 서정적 터치의 글이다. 작품의 완결도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스타일로 접근했나 하는 문 제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다. 첫 4개 문단은 도입부이니 축약한다. 살아오면서 본의 아니게 내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도토리 아저씨 같은 모습은 없었 는 지에 대한 성찰이 포함되었으면 이 글이 더욱 깊이를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