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8. 13. 목)
- 전봇대는 왜 괴로울까?
1. 전봇대의 비유
가. 최근 전봇대를 눈 여겨 본 적이 있는지? 전봇대의 표상은 고독, 침묵, 어둠, 낡음, 힘겨움 같은 것이다. 왜 그럴까? 딸린 식구들(변압기, 전압선, 전기단자, 전단지 까지)이 많아서이다. 전봇대는 그것에 잇대어 있거나 의존해 붙어 있는 다른 것들의 무게를 감내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전봇대에서 가족의 무게를 진‘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이것이 비유다. 즉,
나. 비유는 서로 다른 대상에서 유추(상상의 과정)를 통해 유사점을 찾는 수사법이다. 비유는 아름답게 꾸미고 멋 부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의 본질에 정확하게 닿기 위한 기법이다. 비유를 통해 미적 감동이 구체적으로 생생하고 인상 깊게 전달되고 여운이 오래 간다. 하지만 비유가 너무 빈번히 사용되거나, 지나치거나(over-size) 인습적이면(stereo-type) 하지 않으니 만 못하다.
2. 비유에 관한 이해와 오해는 다음 시간에 다룰 예정
- 비유의 일반적 분류와 특별한 분류
(직유, 은유, 풍유, 제유, 환유, 활유, 의인, 의성...)
- 병치은유, 은유와 환유의 차이는 무엇?
- 주관념(tenor)과 보조관념(vehicle)이란?
- 비유와 상징, 신화, 전설, 잠언의 구분
- 시, 수필, 소설, 영화에 나타난 사용례
3. 회원글 합평
가. 청춘열차(배경애)
이 글의 주인공은 딸, 장애 청년 아줌마들의 모습으로 분산되어 있다. 도입(딸 이야기이자 청춘열차를 타는 이유)을 축약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두 개의 각각 다른 이야기(2편의 수필)로 나뉜다. 순후한 장애청년을 형용한, “그의 어깨 한쪽 빈 소매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에서 느끼는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모습과, “신비롭게도 우리는 남을 도울 때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대목은 글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제의 집약으로 볼 수 있다. 기차 여행 중인 다른 무리의 아줌마들을 보며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투사(projection)와 성찰(self-reflection)은 또 다른 좋은 글감이다.
나. 사군자(김순자)
수정한 글인데 매우 좋아졌다. 반듯한 미술 에세이이다.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이런 유의 글도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미술에 문회한인 독자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한 줄로 잘 꿰어 있는 것이 이 에세이의 장점이다. 전통을 계승하는 목적은 새로운 창조의 기반이 되는 때문이며 사군자를 통해 전통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관점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익숙지 않은 한자성어나 ‘꽃의 규율’ 같은 생경한 표현은 재검토해야 한다. 예술이 곧 일상의 삶이고 매일 매일의 삶속에 예술 혼을 가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샤님(심혜자)
순수한 우리말로 남편을 뜻하는 ‘샤님’이란 제목이 매우 좋다. ‘샤님’의 뜻은 마지막 대목에 밝혀진다. 추리기법으로 읽히는 궁금증이 있지만 장, 단점이 있다. 스피디한 문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독자는 끝까지 읽지 않는 때문이다. 도입 부분에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스마트 폰 화면에 ‘샤님’이라고 뜬다”라는 문구를 배치하고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 글의 핵심은 ‘남편과의 갈등’ 국면을 구체화 하는 데 있다. 그래야만 나중에 남편을 이해하게 되는 정황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4. 서강반 동정
박도원님의 등단 축하식으로 횟집에서 저녁 만찬이 있었다. 수업에 참석한 문우들 중 한분도 빠짐없이 축하연에 참석해 박도원님의 인기를 다시한번 실감. 박도원님은 30년 경력의 중견화가다. 화가보다 수필가로 등단한 것이 더 감명 깊다는 소감을 술회하여 자리를 숙연케 했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지도와 동료 문우들의 도움과 배려에 감사하며, 앞으로 우리 서강반 문우님들이 발간하는 수필집의 모든 표지를 책임지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표명하자 모두들 환호작약. 그때가 언제 될는지? 어쨌거나, 박 화백님, 녹음 땄걸랑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