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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07-27 19:54    조회 : 3,708

문학을 비평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재적 비평 태도는 시대적 상황이나

작가의 전기적 생애로 텍스트를 감상하는 것입니다.

내재적 비평은 오로지 작품 내적 요소만 가지고

이해, 감상,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손님을 조국 광복으로 해석한다면

외재적 비평에 해당됩니다.

육사라는 호는 수인번호입니다.

윤동주의 <서시>도 일제시대에 쓰여졌기 때문에

외재적 비평을 하게 되지요.

만약 <청포도>에 내재적 비평을 한다면

청신한 언어 감각과 안정적 구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즉 문학적 요소로만 작품을 해석해야 합니다.

7,80년대 <창작과 비평> 그룹에서는 김수영의 시 <>을 외재적 비평으로

<문학과 지성> 그룹에서는 자유 진영답게 내재적 비평을 했지요.

이렇듯 동일한 작품일지라도 작품 해석의 차이는 큽니다.

양쪽을 넘나든다면 총체적, 구체적 이해가 가능하겠지요.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짐은

폭포의 기세와 저항정신을 나타냅니다.

거침없이 떨어지는 물줄기인 폭포를 통해

김수영은 본인 시의 대표적 정신인 자유를 보여주고 있지요.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는

목적 없이 떨어짐을 의미하며

, 명예, 권력이라는 목적이 없기에

순수한 자유정신을 나타냅니다.

고매하다는 것은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음을

금잔화는 아름다움을

밤은 어두운 시대 상황을 말합니다.

곧은 소리는 정의로 가장 정직함을 뜻합니다.

바로 선구적 정신이지요.

나타와 안정은 소시민의 비굴성을 말합니다.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는 거침없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높이와 폭을 계산한다면 무서워서 감히 떨어질 수 없겠지요.

이 시는 4.19 정신을 노래한 정치적 알레고리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메이지 유신 시대의 작가들을 비판했습니다.

아름다운 홋카이도섬 원주민들의 생활상은 무시한 채

미문(美文)주의만을 추구한 것을 비판했지요.

7,80년대의 거대담론을 추구했던 한국문학 역시

90년대부터 미시담론으로 바뀌어 미문주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고전 중 위대한 작품 중 불륜을 소재로 하지 않은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미문주의는 경계해아 합니다.

미문 강박증에 빠져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신경숙 사건은

개인의 욕심을 뛰어 넘어 한국 문단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 없이 꾸미는 데만 집착하는 오류의 결과이지요.

베스트 셀러는 오염된 언어로 이루어졌으며

독자들은 이런 언어에 친숙합니다.

요즘은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작가가 그리운 시대입니다.

 

장맛비가 지난 주말부터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신나게 퍼붓는 빗줄기가 무척 시원하네요.

휴가철인지라 빈자리가 많았지만 문학의 역사적 배경을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중국에 다녀온 동생이 선물로 준 대추를 갖고 오신 정미 총무님 덕분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 주도 휴가철이 계속 되니 결석이 많을 듯 하네요.

그래도 오붓하게 수필반은 팔월 첫 강의를 꾸려갑니다.

오늘 빠지신 분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진미경   15-07-27 23:10
    
무덥고 습한 날씨라 거침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곧은 소리가 그립습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태풍은 소멸되었지만 밤새 거침없이 퍼붓던 장대비는 속시원했습니다.
문제는 엄청난 기다림 끝에 맛 본 해갈이었다는 점이죠.
인생사가 그러하듯 맘대로 되지않아 까맣게 타들어갔을 농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패러디합니다.
간절함은 간절함을 부른다.

지난 주 쇼핑을 하다 가을 옷이 디스플레이된 것을 발견했어요.
이 여름도 그리 길지않겠구나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보아요.
     
한지황   15-07-28 06:53
    
휴가중이신 미경샘 빈자리가 더욱 컸던 날이었어요.
칠월의 마지막 강의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스승님의 재미난 얘기로 가득 찼었지요.
곧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는 세태가 안타깝기도 했고요.
덥다덥다해도 팔월 중순만 지나면 어김없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지요.
가을이 단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있을테니까요.
최영자   15-07-28 11:18
    
미경샘 ,
역시나 1등으로 다녀가셨군요. 어제  못 본 아쉬움이 댓글로나마 위로가 되네요

어제 한국산문 8월호에 실린 천양희 시인의 < 직소포에 들다 > 중

~~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 표현에  반했습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스승님의 콕 집어주시는 해설을 들으니
조개에서  진주라도  발견한 듯 즐거웠습니다.
그 문장을 씹고 또 씹어봅니다.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네요.

저도 패러디 하고 싶지만  꾹 참아봅니다.  ㅎㅎ

반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지황   15-07-28 21:59
    
다람쥐의 꼬리에 환해지는 오솔길....
다시 봐도 멋진 표현이네요.
이런 맛에 우리는 시를 읽나봅니다.
수필에도 한 두 번은 이런 시적  표현을 넣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시를 많이 읽다보면 익숙해질까요?
패러디는 무죄!
영자샘의 재치를 맛볼 기회를 놓치다니요. 안타까운 일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