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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미래의 문장은 계곡에서 탄생한다네    
글쓴이 : 한지황    15-06-29 21:54    조회 : 4,392

계곡에서 나는 글공부를 한다네.

지난 가을 계곡에서는 투명하면서도 서늘한 문장을 익혔지만

올 여름 계곡에서는 깊고 활달한 문체를 배운다네.

숲속상상 마당에서는 한참, 새들이 낭독회를 열고

흘러내리는 그늘로 더욱 파래진 못에서는 열목어, 버들치들이

지느러미 붓체로 시문을 짓고 있더군.

구름 서넛만이 유유자적하며 고개 끄덕이고 있더군.

내 미래의 문장은 계곡에서 탄생한다네.

 

이재무 스승님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시입니다.

시인의 상상력은 새들도 낭독을 하게하고

버들치들이 지느러미 붓체로 시도 짓게 합니다.

사실을 그대로 쓰는 것은 시가 아닙니다.

거짓 속의 진실이 시입니다.

이것이 문학의 속성이지요.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다큐영화도 사실은 감독에 의해 재구성되었습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 또한 사색적이고 연약한 이순신을 그렸기에

특별한 소설이 되었고 대박을 터뜨린 것이지요.

가장 사실에 가깝다는 수필도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상상력에서 촉발되는 시적 진실이 있어야만 문학이 됩니다.

빗소리에서 비는 놔두고 소리만 따서 양동이 또는 욕조에 넣어서 세수를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만 따서 유기농 화장품을 만든다.’ 등등의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논리, 체계가 없는 거짓말은 공상이지만

논리, 체계가 있는 거짓말은 상상입니다,

무서운 나이 / 이재무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 올까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그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내적 아이러니를 쓴 시입니다.

과거의 나는 시적 인간이었지요.

모든 어린이들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논리적 인간이 됩니다.

아이는 순수해서 잡초에도 물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별력이 생겨서 꽃과 잡초를 가릅니다.

우리는 호사 취미 때문에 잡초를 뽑고 예쁜 꽃을 심습니다.

모든 역사가 이렇게 이어져왔습니다.

늘 가진 자, 힘센 민족이 힘없는 자, 약소민족을 침범하고 짓밟았지요.

아이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여기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과학으로 분별하면 좋을 것 같지만

번개는 단순히 대기 중의 전류방전이라고만 생각하기보다

내 죄에 대한 벌이 아닐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문학의 힘입니다.

 

내 몸 속에는 / 이재무

 

두 마리 서로 다른

짐승과 동물이 산다

그러나 이들이 사이좋게

이웃하며 산 적은 없다

순종이 안에서 한가롭게 어슬렁대면

야만은 밖에서 갈 데 없이 배회를 하고

광기가 저 홀로 미쳐 날뛰면

복종은 천애 고아가 되어 눈치만 본다

개와 늑대

이 오랜 유전의 숙명을 어쩔 수 없다

사랑의 손길에 길들여진

순한 귀와 탐스런 꼬리

분노의 발길질에도 순응을 모르는

성난 이빨과 이글거리는 눈

내 낡은 집 속에는

도무지 양보를 모른 채 으르렁대는

두 마리 서로 다른

인내와 충동이 산다

 

짐승은 길들여 진 것이고

동물은 길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순종, 복종, , 인내는 짐승을

야만, 광기, 늑대, 충동은 동물을 말합니다.

내 낡은 집은 늙은 내 몸이지요.

 

훌륭한 시는 단일적 감정이나 긍정적 감정만으로 씌어져서는 안 됩니다.

양가적 감정들이 갈등과 긴장 속에서 하나로 통합되어야 하지요.

역설과 아이러니를 쓰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모순되는 감정들의 대립을 잘 나타내는 것도 좋습니다.

항상 아름답고 긍정적인 정서로만 써서는 안 됩니다.

서정주의 시 <문둥이>는 혐오스런 감정이지만

시인의 정서적 반응을 형상화하여서 성공했습니다.

독자는 작가가 똑똑한 것을 싫어합니다.

작가의 무너진 모습과 상처를 보고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하며

나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승리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읽히는 글이 됩니다.

그래서 시인은 모두 엄살쟁이입니다.

 

한주를 쉬고 만난 우리 일산반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무척 반가워했지요.

시론강의는 역시 열강이었고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하시는

스승님의 끊이지 않는 열망은 6시까지 계속 되었지요.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아는 우리들은

열심히 기억하고 연마하여 상상력이 깃들고 형상화가 잘 된 글을 써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습에 의해서 굳어진 관념깨기가 필수이지요.

내일이 지나면 7월입니다.

여름이 깊어지는 새달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매주 만나요!

    


진미경   15-06-29 22:11
    
반장님의 초특급후기가 올라왔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무려 세 시간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재밌게 강의해주신 이재무교수님
고맙습니다.
 
스승님의 미래의 문장은 계곡에서 탄생합니다.
저에게 있어 미래의 문장은 ?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숙제 하나 등에 메고
생각에 잠기니 이 또한 좋았습니다.
담 주 만나요 !
한지황   15-06-29 23:53
    
비가 내리는 월요일밤입니다.
유월의 마지막 날인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네요.
차분한 마음으로 빗소리를 들어봅니다.
스승님처럼  비는 놔두고 소리만 모아서 세수를 하고싶어요.
아니 그런 상상력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어요.
자연  속에서 개구장이처럼 뛰어놓을 수 있는 어린이가 되고 싶어요.
미경샘의 숙제는 잘 풀리고 있겠지요?
성남 문화축전에 같이  가게되어 기뻐요!
정정미   15-06-30 14:30
    
장장 3시간이나 넘는 수업을 강의하신
스승님저력에 놀랐습니다
그 긴 수업 내용을 한눈에 쏙 들어오게  한
반장님도 놀랍기는 마찬가지고요

큰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무섭지 않은
어른이 되어~~ 어린시절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작가의 심정에  참으로 공감했습니다

반장님 어제 비가 왔나요?
난 그것도 모르고 잤나봐요
빗소리  참 좋아하는  소리인데....
미경샘  반장님 미래의 문장이 기대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첨 올려보려니 잘안돼요ㅎ
     
한지황   15-06-30 18:07
    
스승님의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저리도 신나실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흥에 겨워하시는 것 같아요.
진정  타고난 시인이신데다가 스승님이 아니신가 합니다.
배워서 열심히 남주시는 스승님의 제자인게 감사할뿐이고요.
정미 총무님. 이사 정리하느라 힘드셨을텐데
담주는 얘기 많이 나누어요!
진미경   15-06-30 15:38
    
총무님 저도 스마트폰으로 댓글 올려요.
그러다보니 익숙하지않아 길게 못 올리지요.

화요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입니다. 조용한 생활 소음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짧은 동선이지만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어느덧 일몰을 바라보게되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한지황   15-06-30 18:10
    
난 오늘도 네이든 보고 샌드위치먹고 팥빙수먹고
지인 둘과 셋이서 일산을 휘젓고 다녔답니다.
눈독들여놨던  푸른색 악세서리도 결국 샀지요.
미경샘과 같이 봤던 거요. ㅎ
김혜정   15-06-30 16:50
    
" 독자는 작가가 똑똑한 것을 싫어한다.
무너진 모습과 상처를 보며 위로 받고 공감 한다.
그러고서도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승리하여야 한다."

이렇게 쉽고도 어려운 주문이라니.....
이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아무래도 한지황쌤의 후기로
빠짐없이 나머지 공부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때로는 예리하게 때로는 둔중하게
가슴에 와서 꽂이는 재무쌤의 글.
감탄으로 답하기도 송구하여 그저 가만히 오래 느끼기만 합니다.
"굳어진 관념 깨기" 도 가슴에 쟁여 넣습니다.
한지황   15-06-30 18:12
    
독자뿐이 아니겠지요.
대부분 잘난척엔 속으로 흥흥거리는게 사람마음이 아닌가 해요.
김혜정 반장님의 방문. 참 반갑고 고맙습니다.
톡톡 튀는 재치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반장님덕분에
월욜 용산반은 어제도 재미있었겠지요?
     
김혜정   15-06-30 21:52
    
한지황반장님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섰음에도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박래순   15-06-30 20:55
    
영화 네이든을 볼까, 경성학교를 볼까. 망설이다가 순수한 소녀의 감성으로 들어가 보자. 하고 경성학교를 봤는데 반장님은 옆 관에서 네이든을 보셨군요~ㅎ  올여름은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색다른 배경으로 만든 공포영화였어요.
시론을 다시 복습하는 의미로 배우니 더 쏙 집중이 되더군요. 어디 공부가 한 번에 그리 잘 되리라고요~
매번 느끼는 일은 반장님의 기억력 좋은 머리로 쓴 후기. 감탄합니다.
 비가 오면 소리만 따다가 스킨 만들어 얼굴에 토닥토닥 바르고 우리 집 금붕어 지느러미 부채로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고 싶네요.
     
한지황   15-06-30 21:30
    
ㅎㅎ 역시! .금붕어  지느러미 부채라... 
열심히 공부하신 우등생 래순샘!
경성학교 포스터는 복고풍 배경에 처음부터 눈길을 끌더군요.
아주 무섭다는 말에 볼 생각은 못하고 있는데 용감하신 래순샘은 보셨군요.
천재 수학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네이든은 잔잔하면서도감동적이었어요.
 예술영화관 아르떼가 있어서
늘 감사하지요.
비는 안 오고  무척  후덥지근하던 유월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네요.
     
김혜정   15-06-30 21:50
    
와~~박래순선생님
정말 멋진 댓글입니다.
강의하신 선생님께서 박선생님의 글을 보시면
완전 감동 먹으실 것 같습니다.
          
박래순   15-07-01 10:08
    
김혜정 샘! 반갑습니다. 시론 하는 날 일산반으로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