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 / 오장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이따금 솔나무 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슬픈 시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요.
해방 직후 시인은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일제 시대에 불타버린 민둥산은 온통 붉기만 합니다.
가도 가도 붉은 산으로만 뒤덮인 황폐한 조국 산하를 바라보는
시인의 아픔이 전해 옵니다.
슬픔은 생의 재산 (아들에게) / 이재무
내 방에 들어온 네가 깜박 잠드는 것 보고
몰래 빠져나와 늦도록 친구가 보내온
시집 읽는다 시 속에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 많구나 지상의 낮은 지붕 위에
내려와 별들 글썽 글썽 반짝이는 것도
이별이 슬프기 때문이란다
종아리에 회초리 대던 날 아비는 옥상에 올라
내 아픔을 울엇다 살다보면 쇠심줄보다
더 질긴 인연도 떠나보낼 때가 있단다
그 때를 대비하여 너는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크게
서러운 법인가 군데군데 울음 감춘 시집
눈을 자주 젖게 하고
문지방 넘어오는 곤한 숨소리
햇빛 부신 날처럼 평화롭구나
나보다도 더 소중한 아들아, 너를 사랑하듯
이웃들을 대하마 먼 훗날
슬프고 설운 밤이 오거든 울기 전
먼저 하늘의 가장 먼 곳
글썽글썽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거라
시간이 네 생의 멱살 움켜쥐어도
가금씩은 먼 오지 가장 잃은 소년들의 부은
손등 떠올리고 낡은 마루 끝에 놓인
냉수사발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이야
미쳐 다 갚지 못하고 마을 빠져나온
이 아비 생전의 빛이라 여겨다오
아픈 아내는 입원해 있고
초등학생인 외아들을 돌봐야 하는 시인은
학원을 빼먹고 놀다온 아들에게
생전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아들의 다리만큼이나 아픈 시인의 마음은
아들을 먼저 보낸 친구 시인이
망원경을 들고 별을 보러가자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아들이 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아픈 사연을......
너를 사랑하듯 이웃들을 대하겠다는 아비의 마음에서
자식을 가진 부모는 선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앞으로는 냉수사발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을 보면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시보다도 부성이 끈끈하게 느껴오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시입니다.
함민복 시인의 수필집 <눈물은 왜 짠가>를 공부했습니다.
가난이 아름답고 담담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야기가 있으며 슬픔이 배어 있으나
궁색스럽지 않아서 좋은 글이 되었습니다.
수식이 거의 없는 점도 좋습니다.
<찬밥과 어머니>에서
구절초는 구월 구일 구월산에 아홉 살 난 동자를 데리고 가
뜯는 것을 최고로 쳤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재미있습니다.
‘달빛이 냉큼 걸음을 붙잡아 주어 넘어지지 않았다’는
달빛이 길을 밝혀준다는 시적 표현이며
‘지게에 달빛까지 앉은’도 시인이 아니면 쓰기 힘든 표현입니다.
<소젖짜는 기계 만드는 공장에서>은 마지막이 압권입니다,
종이에 적힌 것만이 시가 아니며
몸으로 쓴 시도 훌륭하다는 마지막 부분에서
앗!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생활 경험을 재구성한 수필로 경험이 진실되어
글 또한 감동을 준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백선숙님이 처음으로 글을 내셨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의 하루를 잘 묘사한 <갈색 문화>.
세련된 제목답게 내공이 엿보이는 글이었습니다.
백지 공포가 없는 듯한 선숙님의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많은 분들이 결석을 해서 조용한 분위기가 약간은 쓸쓸했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에어콘까지 켰지만
아직 벚꽃이 다 사라지지 않은 사월입니다.
잔인한 사월이 아닌 아름다운 사월 하루하루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