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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수사발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04-20 19:37    조회 : 3,780

붉은 산 / 오장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이따금 솔나무 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슬픈 시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요.

해방 직후 시인은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일제 시대에 불타버린 민둥산은 온통 붉기만 합니다.

가도 가도 붉은 산으로만 뒤덮인 황폐한 조국 산하를 바라보는

시인의 아픔이 전해 옵니다.

 

슬픔은 생의 재산 (아들에게) / 이재무

 

내 방에 들어온 네가 깜박 잠드는 것 보고

몰래 빠져나와 늦도록 친구가 보내온

시집 읽는다 시 속에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 많구나 지상의 낮은 지붕 위에

내려와 별들 글썽 글썽 반짝이는 것도

이별이 슬프기 때문이란다

종아리에 회초리 대던 날 아비는 옥상에 올라

내 아픔을 울엇다 살다보면 쇠심줄보다

더 질긴 인연도 떠나보낼 때가 있단다

그 때를 대비하여 너는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크게

서러운 법인가 군데군데 울음 감춘 시집

눈을 자주 젖게 하고

문지방 넘어오는 곤한 숨소리

햇빛 부신 날처럼 평화롭구나

나보다도 더 소중한 아들아, 너를 사랑하듯

이웃들을 대하마 먼 훗날

슬프고 설운 밤이 오거든 울기 전

먼저 하늘의 가장 먼 곳

글썽글썽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거라

시간이 네 생의 멱살 움켜쥐어도

가금씩은 먼 오지 가장 잃은 소년들의 부은

손등 떠올리고 낡은 마루 끝에 놓인

냉수사발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이야

미쳐 다 갚지 못하고 마을 빠져나온

이 아비 생전의 빛이라 여겨다오

 

아픈 아내는 입원해 있고

초등학생인 외아들을 돌봐야 하는 시인은

학원을 빼먹고 놀다온 아들에게

생전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아들의 다리만큼이나 아픈 시인의 마음은

아들을 먼저 보낸 친구 시인이

망원경을 들고 별을 보러가자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아들이 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아픈 사연을......

너를 사랑하듯 이웃들을 대하겠다는 아비의 마음에서

자식을 가진 부모는 선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앞으로는 냉수사발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을 보면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시보다도 부성이 끈끈하게 느껴오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시입니다.

 

함민복 시인의 수필집 <눈물은 왜 짠가>를 공부했습니다.

가난이 아름답고 담담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야기가 있으며 슬픔이 배어 있으나

궁색스럽지 않아서 좋은 글이 되었습니다.

수식이 거의 없는 점도 좋습니다.

<찬밥과 어머니>에서

구절초는 구월 구일 구월산에 아홉 살 난 동자를 데리고 가

뜯는 것을 최고로 쳤다는 아버지의 말씀도 재미있습니다.

달빛이 냉큼 걸음을 붙잡아 주어 넘어지지 않았다

달빛이 길을 밝혀준다는 시적 표현이며

지게에 달빛까지 앉은도 시인이 아니면 쓰기 힘든 표현입니다.

<소젖짜는 기계 만드는 공장에서>은 마지막이 압권입니다,

종이에 적힌 것만이 시가 아니며

몸으로 쓴 시도 훌륭하다는 마지막 부분에서

!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생활 경험을 재구성한 수필로 경험이 진실되어

글 또한 감동을 준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백선숙님이 처음으로 글을 내셨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의 하루를 잘 묘사한 <갈색 문화>.

세련된 제목답게 내공이 엿보이는 글이었습니다.

백지 공포가 없는 듯한 선숙님의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많은 분들이 결석을 해서 조용한 분위기가 약간은 쓸쓸했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에어콘까지 켰지만

아직 벚꽃이 다 사라지지 않은 사월입니다.

잔인한 사월이 아닌 아름다운 사월 하루하루를 보내세요!

 

 



 


진미경   15-04-21 07:08
    
해외여행을 앞두고 바쁘실텐데도 무한책임감으로 정성어린 후기를 올리심에
감사드립니다. 2주 동안 반장님의 빈자리가 느껴질 듯 합니다. 그래도 알찬 여행되시길
빌어요.
   
    독토모임도 2주간 쉬기로 했지요. 41권을 읽으며 문학의 힘을 느꼈고 작가란 상처를 위로하는
사람들이라는 정도상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내 안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울까요?
저마다 상처를 입는 방식과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 다르다고 합니다.

분단의 고통과 연좌제, 5.18 광주항쟁의 생생한 묘사는 임철우,이창동, 정도상, 김유택, 홍희담의
펜을 통해 살아났습니다. 알았어도 그 정도일 줄은 .....문학이 가지는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미경   15-04-21 09:43
    
스맛폰으로 댓글달다보니 이상하게 되었어요.
죄송합니다.
한지황   15-04-21 16:55
    
네. 저도 두주간의 휴식 기간 동안 미경샘을 비롯하여 일산반이 많이 그리울거에요.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사이는 보통 사이가 아니지요.
특히 독토를 하면서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이번 창비는 광주사태를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루어 불편한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된 계기가 되었어요.
가슴 아프지만  알아야 할 진실이지요.
새삼 문학의 힘을 느껬고 그 역할을 하는 작가에게 고개숙여졌어요.
작가 특유의 은유와 묘사도 많이 배웠고요.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자 노력해야하며?특히 책을 통해서  그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
정정미   15-04-21 19:53
    
반장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역시나 알찬 내용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반장님  안 계신  2 주를 생각하니  벌써 허전합니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 길이니 기쁜 맘으로 보내드릴께요. 잘다녀오세요
이 곳은 우리들이 잘지키고 있을테니 걱정 마시고요.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릴께요.

이번 주는 결석하신 분들이 많아 교실이 널찍 했어요.
못오신 사정들이 모두 좋은 방향으로 잘 해결 되어 담주는 좁은 교실에서 공부하면 좋겠네요.
5월을 앞두고 자식과 어버이를 소재로 한 편씩 써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계셨죠....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풀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 주 잘보내시고 담주는 모두 만나요.
     
한지황   15-04-22 11:46
    
야무진 총무님이 계시니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ㅎ
가끔은 일상에서의 일탈이 삶의 활력소라 생각해요.
오월에는 총무님의 일탈이 예정되어있으니  미안한 맘이 덜하네요.ㅎ
오월은 행사도 많고 가족이 더 돈독해지는 달이죠.
일산반도 가족이란 느낌으로 더욱 가까워지길 바래요.
연산홍이 활짝 피었어요.
그 화사함이 시들기 전에  부지런히 즐기세요!
박래순   15-04-21 21:21
    
반장님! 여행 앞두고 마음이 들떴을낀데 부지런히 후기 쓰셨네요.
몸성히 잘 댕겨 오셔요~~
     
한지황   15-04-22 11:49
    
독토시간에 언제나 열심이신 래순샘이 계셔서 우리는 힘이 납니다.
푸근한 래순새의 마음을 한가득 담고다녀올께요.
독토 쉬는 동안 멋진 글 많이 쓰세요!
공인영   15-04-23 12:03
    
아직도 뛰쳐나가지 않은 자 유죄!
일탈 부추기나요 제가?@___@;;마음만 그렇다는 거.
우리 모두의 욕망과 흔들림을 모아
반장님이 일차로 떠나신다니  으악! 좋습니다.
한 주 결석했으니 수업 뒷풀이에 할 말 없지만서도
또 안그런 척 아무 불편없이 끼어들 수 있음이
우리 일산반의 마법같은 일입지요~ 하하하

암튼, 행복하게, 힐링되게, 그리고 값지게 다녀오세요.
여행이 우리를 무지하게 크고 깊게 해준다는 세간의 소문을 증명해주세요.
남은 자들은 남은 대로 이봄에 걸맞게 방황하고 있을테니^___^

오시는 날, 누가 아나요
우르르 공항로비에서 손 흔들며 써프라이즈할지. 킥
다정한 우리 벗들... 남은 한주 잘 지내시고  좋은 책도 보시고
4월의 슬픈 잔향..... 외면하지 말고 느끼며 견디고 가자구요.
허구많은 색깔 중 노란 그리움이 염증처럼 매달립니다.
잊으면 안된다는 환청과 함께...
공인영   15-04-23 12:07
    
반장님,
저,  스페인의 정열이 묻어있는 화려한 투우사 한 명 플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