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인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공부했습니다.
<무진기행>을 읽지 않고는 단편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지요.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필사를 하며 공부하는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시인이신 스승님이 시인보다도 더 묘사를 잘했다고 천재라고 할 정도입니다.
<무진기행>은 주인공의 현실적 자아인 세무서장 조씨와
이상적 자아인 음악선생 하인숙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현실과 이상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아내의 전보를 받고 하인숙과 아내 사이에서 아내를 선택함으로써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요.
현실이 이상보다 강하기 때문이지요.
이상이 현실보다 강한 사람은 현실 부적응자가 되니까요.
문학사적 의의를 살펴보면 김승옥 이전의 소설가인
장용학, 선우휘 등은 한자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김수영 시인도 일본어로 시를 쓴 후 한글로 번역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자어가 많지요.
유치환의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김승옥, 이청준, 황동규 등 4.19 세대의 문인들로 인해 한글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승옥에 의해 한글의 아름다운 문체가 두드러집니다.
‘전후문학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김승옥의 소설은 당시 보기 드문
신선한 감수성과 감각적인 문체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으며
평론가 유종호는 그의 소설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라고까지 하였지요.
김승옥은 소설에서 인물의 의식이나 관념, 감정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사건이나 외부세계의 풍경을 청각, 후각, 시각 등의
감각을 통한 화화적인 이미지로 그려놓지요.
그러고 나서 그것을 인물의 의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딘 소설이기에 <무진기행>은 위대한 것입니다.
최소한 열 번은 읽어보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잊지 마세요!
오늘은 12월에 <낙타의 눈물>로 등단하시는 박영희님의 등단파티를 했습니다.
미덕원이라는 진흙오리 전문점에서 푸짐한 영양식을 먹었지요.
맛있는 점심과 더불어 우리가 드린 금일봉까지 일산반 회비로 기부해주신
박영희샘의 넓은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등단을 다시 축하드리오며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식사 후 <커피 거래소>란 특이한 이름의 카페에서 모처럼 오붓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주는 가을 학기 종강날입니다.
모두 함께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