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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딘 소설이기에 <무진기행>은 위대한 것입니다.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11-23 22:15    조회 : 3,770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인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공부했습니다.

<무진기행>을 읽지 않고는 단편을 논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지요.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필사를 하며 공부하는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시인이신 스승님이 시인보다도 더 묘사를 잘했다고 천재라고 할 정도입니다.

<무진기행>은 주인공의 현실적 자아인 세무서장 조씨와

이상적 자아인 음악선생 하인숙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현실과 이상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아내의 전보를 받고 하인숙과 아내 사이에서 아내를 선택함으로써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요.

현실이 이상보다 강하기 때문이지요.

이상이 현실보다 강한 사람은 현실 부적응자가 되니까요.

문학사적 의의를 살펴보면 김승옥 이전의 소설가인

장용학, 선우휘 등은 한자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김수영 시인도 일본어로 시를 쓴 후 한글로 번역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자어가 많지요.

유치환의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김승옥, 이청준, 황동규 등 4.19 세대의 문인들로 인해 한글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승옥에 의해 한글의 아름다운 문체가 두드러집니다.

전후문학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김승옥의 소설은 당시 보기 드문

신선한 감수성과 감각적인 문체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으며

평론가 유종호는 그의 소설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라고까지 하였지요.

김승옥은 소설에서 인물의 의식이나 관념, 감정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사건이나 외부세계의 풍경을 청각, 후각, 시각 등의

감각을 통한 화화적인 이미지로 그려놓지요.

그러고 나서 그것을 인물의 의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딘 소설이기에 <무진기행>은 위대한 것입니다.

최소한 열 번은 읽어보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잊지 마세요!

 

오늘은 12월에 <낙타의 눈물>로 등단하시는 박영희님의 등단파티를 했습니다.

미덕원이라는 진흙오리 전문점에서 푸짐한 영양식을 먹었지요.

맛있는 점심과 더불어 우리가 드린 금일봉까지 일산반 회비로 기부해주신

박영희샘의 넓은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등단을 다시 축하드리오며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식사 후 <커피 거래소>란 특이한 이름의 카페에서 모처럼 오붓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주는 가을 학기 종강날입니다.

모두 함께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미경   15-11-23 23:24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죠?  오늘 날씨는 박영희샘의 등단축하로 따스하게 느껴졌어요.
수업도 유익했구요. 혼자서 읽는 것도 좋지만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고 나아가 스승님의 해석을 더하니.....
반장님의 후기를 읽으며 놓친 부분도 다시 얻어갑니다.
20세기 한국소설도 어느덧 18권을 향해 가는군요.
역순으로 읽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듯해요.
다음 주 독토가 기다려져요^^
     
한지황   15-11-24 07:35
    
드디어 겨울이 가을을 쫓아내고야 마는군요. 
하기야 12월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아직 사투를 다해 매달려 있는 단풍들도 곧 낙하를 하겠지요.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자연을 보면서 순응을 배웁니다.
삼십 권 넘게 읽은 창비 한국소설 전집.  갈수록 재미가 더해지네요.
그 긴 여정을 함께 하여서 참 좋아요.  미경샘!
최영자   15-11-24 10:30
    
반장님의 후기로  중요부분을 다시 한번 공부하고 지나갑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깨어 있을 때는 수없이 많은 시간의 대열이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비웃으며 흘러가고 있었고,
 내가 잠들어 있을 때는 긴긴 악몽들이 거꾸러져 있는 나에게 혹독한 채찍질을 하였었다.  <무진기행> 중에서

  시간을 이렇게 멋있게 표현한 김승옥작가에게 저도 반했습니다.
무진기행 뿐만 아니라 김승옥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다 읽어 볼 참 입니다. 작심삼일이 아니기를 ~  ㅎㅎ

박영희 샘의 등단파티와 야외수업 그리고 이어진 커피 타임이  느슨해진 제 마음에 신선한 에너지를 충전 해 주었습니다.

 영희샘의 등단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한지황   15-11-24 21:03
    
무진기행을 스타트로 김승옥작가의 작품들을 읽어 보겠다는
영자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글공부에 큰 도음이 되리라 믿어요.
모처럼 느긋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니 
종종 이런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보았지요.
누구 또 등단하실 분 없을까요?
공인영   15-11-24 14:27
    
어쩌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자리, 이 도시,
이 시대가 떠나지 않고도 겪어내는 오늘
또 다른 무진의 세상은 아닌가 싶기도...합니다.
그 안에서 고단하게 삶을 견디며
고뇌하는 우리들도 또한 주인공들일 테구요
아, 연민으로 가슴이 다시 먹먹해지네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축하해드린
독특했던 '미리축하파티' 신선했습니다 허허;
박영희님의 새로운 시간 앞에
축하와 축복과 함께 묵직한 기대와 기원을
놓습니다. 예습의 질과 농도로 미루어,
값진 성과를 이뤄가며 행복한 글쓰기 하실 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요~^^
모처럼 덕분에 따뜻하고( 너무 따뜻해 땀이 날 정도)
찰진 밥과 지적 양식으로 무친 반찬들로 해서
건강하게 올 겨울나기는 끄덕없겠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고 뒷풀이까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한 주 또 알차게 보내시고 다음 주 종강수업에서 봬요.

늦가을의 문지방은  초겨울의 문턱이려니,
우리가 겨우내 따뜻하려면 사랑과 이해로 무장하고
그걸 누군가와 자주 나눌 때 가능하겠지요?
아, 진즉 다 아신다구요? ^____* 쏴리~~~
이래서 벗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는!!!
     
한지황   15-11-24 21:09
    
일찌감치 고뇌 없는 삶은 불기능하다고 인정하고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더군요.
더 고통이 심한 삶이 아닌 것에 안도하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벗들에게 워로를 받곤 하지요.
인영샘과 더불어 따스한 사랑방에서 쉬어갈 수 있으니
 더욱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