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11. 12, 목)
- 황혼녘의 부엉이
1. 황혼녘에 날아오르는 부엉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의 철학서 <<법철학소고>>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미네르바 는 아테네를 지키는 지혜의 여신이며,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하는 새다. 상황이 끝 난 다음에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진행되는 현상에 대한 학문(철학)의 뒤늦은 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은유다.
생각해보면 삶의 역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어떤 일에 대한 깨달음을 늦 게 얻게 된다. 누구에게나 뒤늦은 깨달음에서 오는 회환 같은 것이 존재한다. 류시 화의 번역 시집에도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이라 했듯. 삶의 뼈저린 순 간들은 더할 나위 없는 수필의 소재가 된다.
2. 쉽게 쓰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가. 어려운 내용 ㅡ> 쉽게 쓰기
사안에 따라 어려운 주제의 글도 쓸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쉽게 쓰 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용을 완전히 숙지, 제어할 수 없으면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 어려운 내용 ㅡ> 어렵게 쓰기
글 잘 쓴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유의 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시론이나 평론 중에 이런 글들이 많다. 최근엔 수필 평론을 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웃긴다.
다. 쉬운 내용 ㅡ> 쉽게 쓰기
이렇게만 써도 괜찮다. ‘깊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쉬운 글 도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 특히 초심자는 이렇게 써야한다.
라. 쉬운 내용 ㅡ> 어렵게 쓰기
산만하고 모호한 글쓰기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연결도 흐름도 없다. 자기만 알 고 남은 모른다. 속빈 강정이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화려함과 수식이 많은 것 이 공통점. 이런 스타일의 글을 칭찬하는 ‘이웃’도 있어 더 큰 문제다.
3. 한국 산문 10월호 합평
슈퍼우먼 우리 어머니(이천호)/손녀 돌보기(박소언)/싫지 않은 중독(심혜자)/
클릭, 그녀를 삼키는 소리(홍정현)/이 달의 수필 읽기(신재기) 등
4. 회원 글 합평
- 반항아(선점숙)
두 번 째 쓴 작품으로 개성과 파워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반항이라기보다 어릴 적을 돌아보며 어른들이 빚는 위선과 맞서는 진솔하고 격정적인 토로이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조리한 상황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패기가 통쾌하지만, 제목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쌈닭’이라고 하면 어떨는지? 아니, 화자의 별명이기도 한 ‘쌩콩’ 이 더 바람직. 글에 등장하는 사람(선생님)이 혹 이 글을 읽게 될 때 불편함이 느끼지 않도록 배려(표현 순화)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 서강반 동정
새로 오신 두 분 선생님(박소언, 이천호)의 글도 함께 읽었다. 서정적이고 정확한 글을 쓰시는 두 분의 가세로 사강 반원들은 용기백배. 한국산문 개소식 행사가 있는 날이어서 수업은 한 시간 반 정도로 짧게 하였음. 한국 산문 새 사무실에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우정 있는’ 글쓰기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만 같은 글밭의 세계를 살짝 엿보았음은 덤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