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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녘의 부엉이(서강반)    
글쓴이 : 안해영    15-11-18 19:54    조회 : 7,751

서강수필바운스(11. 12, )

- 황혼녘의 부엉이


1. 황혼녘에 날아오르는 부엉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의 철학서 <<법철학소고>>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미네르바 는 아테네를 지키는 지혜의 여신이며,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하는 새다. 상황이 끝 난 다음에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진행되는 현상에 대한 학문(철학)의 뒤늦은 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은유다.

생각해보면 삶의 역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어떤 일에 대한 깨달음을 늦 게 얻게 된다. 누구에게나 뒤늦은 깨달음에서 오는 회환 같은 것이 존재한다. 류시 화의 번역 시집에도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이라 했듯. 삶의 뼈저린 순 간들은 더할 나위 없는 수필의 소재가 된다.


2. 쉽게 쓰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가. 어려운 내용 ㅡ> 쉽게 쓰기

사안에 따라 어려운 주제의 글도 쓸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쉽게 쓰 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용을 완전히 숙지, 제어할 수 없으면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 어려운 내용 ㅡ> 어렵게 쓰기

글 잘 쓴다는 사람들 중에 이런 유의 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시론이나 평론 중에 이런 글들이 많다. 최근엔 수필 평론을 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웃긴다.

다. 쉬운 내용 ㅡ> 쉽게 쓰기

이렇게만 써도 괜찮다. ‘깊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쉬운 글 도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 특히 초심자는 이렇게 써야한다.

라. 쉬운 내용 ㅡ> 어렵게 쓰기

산만하고 모호한 글쓰기여서 바람직하지 않다. 연결도 흐름도 없다. 자기만 알 고 남은 모른다. 속빈 강정이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화려함과 수식이 많은 것 이 공통점. 이런 스타일의 글을 칭찬하는 ‘이웃’도 있어 더 큰 문제다.


3. 한국 산문 10월호 합평

슈퍼우먼 우리 어머니(이천호)/손녀 돌보기(박소언)/싫지 않은 중독(심혜자)/

클릭, 그녀를 삼키는 소리(홍정현)/이 달의 수필 읽기(신재기) 등


4. 회원 글 합평

- 반항아(선점숙)

두 번 째 쓴 작품으로 개성과 파워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반항이라기보다 어릴 적을 돌아보며 어른들이 빚는 위선과 맞서는 진솔하고 격정적인 토로이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조리한 상황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패기가 통쾌하지만, 제목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다. ‘쌈닭’이라고 하면 어떨는지? 아니, 화자의 별명이기도 한 ‘쌩콩’ 이 더 바람직. 글에 등장하는 사람(선생님)이 혹 이 글을 읽게 될 때 불편함이 느끼지 않도록 배려(표현 순화)하는 것도 잊지 말도록.


# 서강반 동정

새로 오신 두 분 선생님(박소언, 이천호)의 글도 함께 읽었다. 서정적이고 정확한 글을 쓰시는 두 분의 가세로 사강 반원들은 용기백배. 한국산문 개소식 행사가 있는 날이어서 수업은 한 시간 반 정도로 짧게 하였음. 한국 산문 새 사무실에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우정 있는’ 글쓰기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만 같은 글밭의 세계를 살짝 엿보았음은 덤이라고 할까?


심혜자   15-11-18 22:28
    
안해영선생님~
지난주 그 중요한 날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결석을 하고,
 강의후기를 보며 궁금했던 지난 시간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난주 수업을 공부하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강의후기 올리신다고..^^
     
안해영   15-11-19 10:01
    
지난주는 짧은 시간 강의를 들었지만,  지혜의 신 미네르바와 부엉이가 시사하는 내용이었지요. 뒤늦은 깨달음이라고나 할까요?  상황이 끝난 다음에 알아차리는 지혜로 가끔은 중요한 기회를 놓치기도 하는 삶이지요.
글 쓰기는 가능한한 쉽게 쓰는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쉬운 내용 어렵게 쓰는것보다는.
가끔은 몸이 아픈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해요.
아파봐야 진한 내용이 나오지 않나요? ㅎㅎㅎ
늘 그 타령으로 사는 삶은 무자극으로 깊은 사색의 글이 안만들어지니까요.
제기영   15-11-19 11:56
    
안선생님,  후기 정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시간될 때  댓글 제대로 올리겠습니다.
제기영   15-11-23 12:44
    
상황이 끝난 다음 개입하는 학문이나 지성보다 더 나쁜  것은 학문이나 지성의 침묵입니다.  즉,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아예 날아 오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지요. 이런 면에서 행동하는 지성 에밀 졸라는 '날아 오르는 부엉이'의 귀감이 될것 입니다.
에밀 졸라는 1898년 '나는 고발한다'라는 기사를 프랑스 대중지에 실었습니다. 유대계 프랑스 포병대위인 드레퓌스가 독일 스파이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은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지요.  그 동안 진범이 밝혀졌지만 프랑스내의 반유대주위 감정이 뿌리 깊어 드레퓌스는 그대로 희생양이 될 처지에 있었고요.  이때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인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신문에 싣고 재심을 청구했으니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지요.
결국 에밀 졸라는 프랑스 정부에 의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어 영국으로 망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을 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했지요. 졸라가 죽은지 4년 후인 1906년 드레퓌스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졸라도 복권되어 팡테옹에 이장되었습니다. 수많은 파리시민들이 이장식에 참여하여 그를 애도하였지요. 한 지성인의 용기의 승리였습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낮에 날아 오르면 최상이겠지만, 황혼넠에라도 날아 올라야 겠습니다.
     
안해영   15-11-24 03:08
    
사실 부엉이가 야행성이기에 황혼녘에 날아 오르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부엉이가 지혜의 비유로 상징이기에 황혼녘에 날아 오르는 것이 뒤늦은 날기라는 것이겠지요?  뒤늦게 누명을 벗은 드레퓌스는 에밀졸라 같은 대 문호의 행동하는지성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묻힐 뻔한 진실이었겠네요.  우리가 추구하는 작가의 사명감을 느끼게 해 주는 좋은 글이네요.  제기영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