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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질적인 재료를 짜깁기해서 독창적인 기법을 만드는 꼴라주처럼(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11-09 19:21    조회 : 4,331

오염된 독자들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작품들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는 평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상투적이고 관습적이며 기계적인 시들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과 반대로

창의적인 시들이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오르기 힘든 까닭이기도 하고요.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서사극에서

낯설게 하기(Verfremdung)를 시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낯설게 하기는 소격이라고도 합니다.

낡고 진부한 소재를 낯설게 하는 것이 문학입니다.

황지우의 80년대 시들은 전위적인 실험시들입니다.

미술에서의 꼴라쥬와도 같지요.

이질적인 재료를 짜깁기해서 독창적인 기법을 만드는 꼴라쥬처럼

황지우 시인은 신문에서 부음기사, 가출기사, 고우영 만화 대사. 술집 간판 이름 등을

한군데로 모아서 이상한 시를 만들었지요.

낯익은 소재들을 긁어와 낯설게 하기를 함으로써

천박하고 상업화된 자본주의에 오염되어 사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 야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뉴욕에서 맹인이 <나는 맹인입니다>라는 팻말을 놓고 구걸을 할 때는

돈이 많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행인이 <곧 봄이 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라는

팻말로 바꿔주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앞의 문구가 사실적 표현이라면

뒤의 것은 에둘러 표현한 문구이지요.

이것이 문학입니다.

특별하고 예외적인 언어 선택이 문학이 아니라

때가 묻은 일상 언어라도 쓰는 방식에 따라서

문학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쓰는 방식이 곧 언어의 체계이고

이것을 잘해야 낯설기가 잘 된 문학이 됩니다.

 

기존 가치관에 대한 비판의식, 인간에 대한 사랑,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평화주의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인 브레히트의 시 두 편을 읽으며

브레히트를 기억해 보려 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 브레히트

 

모든 것은 변화한다. 마지막 숨을 거두며

당신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이 포도주 속에 부은 물을 당신은 다시 펴낼 수 없다.

 

이미 일어나 일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이 포도주 속에 부은 물을 당신은 다시 퍼낼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화한다.

마지막 숨을 거두며 당신은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단비가 내렸던 주말이 지나고 오늘도 내내도록 찌푸린 하루였습니다.

정미 총무님이 독토 시간에는 쿠키를,

수업시간에는 밥쌀 찹쌀떡을 주셔서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늘 수고하심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간식을 선물하시는 총무님!

정말 따스한 분이세요.

가뭄 때문에 건조했던 단풍들이 비를 맞아 수분을 머금으니

한결 예뻐 보입니다.

아직도 생을 마감하지 않은 단풍들을 소중히 바라보며

가을의 끝자락을 움켜잡고 싶네요.

부디 쓸쓸하지 않은 11월이기를.........



 


최영자   15-11-10 11:52
    
반장님. 

 세세한 후기로 보충 수업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당신이 포도주 속에 부은 물을 당신은 다시 펴낼 수 없다.'

올려주신 브레히트 의 싯구가 길게 여운이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지황   15-11-10 15:02
    
어제는 영자샘의  여유로운 미소가 그리웠어요.
샘을 뵈면 푸근함에 마음이 편해지지요.
이미 지나간 일에는미련을 두지 말고 후회도 하지말라는 브레히트의 말에 공감하고 힘을 얻습니다.
늘 정신없이 살다보니 과거보다는 현재에 시선을  두게 되더군요.
한 두 살 나이 먹어 가면서 얻어진 소득이기도 하고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되세요.
진미경   15-11-10 14:27
    
반장님의 정성어린 후기는 항상 감사합니다.
어제 수필 수업 받으러 나가는 길은 단풍의 절정으로 아파트 곳곳, 거리마다
노랗고 빨간 물감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그 빛깔이 바래져 어제의 그 풍경이 아닙니다.
아 ! 가을이 가을을 보내려합니다.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마음을 흔들어놓는군요.
오래사는 것은 수많은 죽음과 목도하는 나날입니다.
아픔과 대면하는 순간이 늘어나겠지요.
그래서 가을이 가을을 보내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별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총무님의 두번에 이은 간식 ! 늘 감사드립니다.
어제 못 뵌 문우님들 다음 주엔 모두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나뭇잎이 떨어져 딩굴더라도 일산반은 더 따뜻하기를!
     
한지황   15-11-10 15:09
    
일산 호수로의 단풍도 장광이지요. 
매주 휴일이면 조금씩 변화되는 단풍들을 만나러 갑니다.
짧은 삶을 살다가는 단풍들은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가을이 올 때까지 다시는 볼 수없는 단풍들을 잊고 싶지 않아
자꾸만 쳐다봅니다. 
그러나 가을이 가버리더라도 따스한 벗들과 함께라면 
다가올 겨울도 두렵지 않아요.
공인영   15-11-10 22:31
    
가을이라서일까요, 
말하기보다 침묵하고 싶어지고 
드러나기보다 사라지고 싶어지고...
웃음 짓기보다 울고 싶어지기도 하니 말이지요
아, 나 참 이상해요 ~~~^__^;

가을답지 않은 날씨 탓에 단풍이 영~ 이더니
추위가 큰 숨 한번 내지르며 비를 뿌리고 나서인지
어제 수업 가는 길, 철길 따라 바라보던 풍경엔
그만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여, 수업에 완전 몰입은 쩜;; 못했음을 고백하나이다.
반장님 후기 덕분에 이제사 정신 차리고 복습합니다.
브레히트란 양반에 대해선 공부가 필요할 듯^__^;

남은 가을 살뜰히 지내고 담주에 뵈어요.
저마다 단풍 드시고 그 붉어진 마음들로
삶이 따뜻해지시길 기도합니다.
나도 그대도, 그리고
우리라는 울타리 밖에서 외롭고 추울 사람들도...
     
한지황   15-11-11 13:24
    
엉? 인영샘. 그러시면 안되는데...... 
가을을 타시나봐요.   
붉고 노랗게 불타오른는 정열을 듬뿍 빨아들여서
멋진 글로 쏟아내셔요.
아직 단풍이 많이 남아있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않아 산책하기도 좋네요.
햇빛도 듬뿍 받고  겨울을 준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