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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위대한 구라쟁이! (분당반)    
글쓴이 : 이화용    15-10-28 23:44    조회 : 3,890
詩人은 위대한 구라쟁이!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없이
뛰어든 밤새 울음,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카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
베어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트리며 사립 나서면
태기봉 옆구리를 헉헉,
숨이 가쁜 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 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위대한 식사> 이재무
 
 
*수필을 잘 쓰려면 시를 많이 읽어라.
 
시와 수필은 장르는 다르지만 상당히 공통된 점이 많다.
시를 잘 알면 시의 빛깔 있는 문체를 통해서 수필창작의 능력이 강화될 것이다.
문학이란 문체에서 느끼는 美的 쾌감이며 모든 문학예술의 핵심은 詩다.
 
*詩의 상상력을 동원하라
 시에서는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다.
 
*생활 언어(현실언어)를 과감하게 수필에 써라.
 
*시의 반어법과 역설법을 수필에도 활용하라.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소문난 악동들 따라 나도 소
쿠리에 된장주머니 달아놓고 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
미역 즐기다 해거름 출출해지면 소쿠리 건져올린다 된장주
머니 둘레에 새까맣게 민물새우 떼가 매달려 있다 그걸 담
은 주전자가 제법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오다 남의 집 담장
위 더운 땀 흘리는 앳된 애호박 푸른 웃음 꼭지 비틀어 딴
후 사립에 들어선다 막 밭일 마치고 돌아와 뜰방에서 몸에
묻은 흙먼지 맨수건으로 터는 엄니는, 한 손에 든 주전자와
또 한 손에 든 애호박 담긴 소쿠릴 번갈아 바라보다가 지청
구 한마디 빼지 않는다 "저런 호로자식을 봤나, 싹수 노란
것이 애시당초 큰일하긴 글렀다, 간뎅이가 부어도 유만부동이
지 남의 농사 집어오면 워찍한다냐 워찍하길" 그런데도 얼
굴 표정 켜놓은 박속같다 아들은 눈치가 빠르다 다음날, 또
다음날도 서리는 계속된다 된장 밝히다 죽은 새우는 애호
박과 함께 된장국에 끓여져 식구들 입맛 돋우곤 하였다 그
런 날 할머니의 트림 소리는 냇둑 너머까지 들리고 달은 우
물 옆 팽나무 가지 휘청하도록 크게 열렸다
                                                 <민물새우는 된장을 좋아한다> 이재무
 
 
아들이 서리해 온 호박을 보고는 "저런 호로자식을 봤나…." 이렇게 욕을
퍼붓는 어머니는 겉으로 화를 내지만 얼굴 표정은 박속같다.(반어법)
아들은 그걸 빠르게 눈치 챈다.
애호박과 민물새우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식구들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이웃집 담장 위에서 애호박 하나 따오는 게 그리 흉 될 게 없던 시절.
우리집 애호박도 내 친구가 슬쩍 따 가니까 피장파장인 셈.
문제는 남의 집 호박을 돌로 짓찧어서 끓인 것이 더 맛있다는 데 있다.
이것이 詩의 묘미?
된장국에 저녁을 잔뜩 먹고 난 할머니 트림 소리가 냇둑 너머까지 들리곤 했다.
 
 
*시(수필)는 상상력과 기억의 굴절을 통해 진실을 구현한다.
 
경험을 토대로 하되, 독자를 위한 굴절이 필요하다.
   (구리 료헤이<우동 한 그릇>, 피천득<인연>)
경험에는 직, 간접경험 뿐 아니라 가상체험도 포함된다.
 
*감각과 비유의 문체를 써라.
 
문학은 내용 파악이 아니다. 문체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쾌감이 중요하다.
설명에 의존하는 진술을 피히라.
특히 수필에서는, 정보 전달을 위한 일상언어를 지양하고
詩的 사유를 거친 감각적인 문체를 탐구하라.
예를 들면,
  “꽃의 향기가 시끄럽다”
  “나무에서 그늘이 쏟아져 내린다”
  “숲 속, 고요가 우거지다”
  “우거진 더위를 헤쳐오다” 등 등
 
 
*수필에서도 詩의 구성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의 구성요소란, 이미지, 비유 상징 신화 알레고리, 반어 역설 등
글에서의 지나친 친절을 독자를 무시하는 것.
돌려서 말하기
   김광균 <추일서정>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국 폴란드의 정치현실을 고발한 詩
 
*은유의 활용
   소유격 은유-- ‘일광의 폭포’
   역설적 은유-- ‘고통의 축제’
                       고통은 살아 있는 자들의 존재 증명, 그러므로 고통은 축복이다.
                       ‘현대는 영혼의 무통시대’
 
*활유법의 활용
 
*대유법의 활용
 
*풍류법 속담 격언을 사용하라. (격언을 만들어서 써도 된다.)
           대표적 아포리즘...“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한 줄기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결론적으로,
*詩, 수필에서 감성적 진술을 자제하라.(외롭다 쓸쓸하다 등 추상어를 남발하지 말라)
*감정 환기적 진술을 하라.(이미지와 비유를 섞어서 간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라)
*이미지 +비유 = 묘사 (形象化를 하라)
      “詩(수필)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시인은, 수필가는 능청스러워야 한다. 언어적 詐欺에도 능해야한다.(이재무<위대한 식사>)
      ‘시인은 면책 특권이 있는 거짓말쟁이’ ‘詩의 진술은 사이비 진술이다’
 
*사물의 상징적 의미를 바꾸라. 상상력을 발휘하라 (낯설게 보기)
 
 
한밤중, 누워 있던 검은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 먹잇감을 찾아나선다
콜타르칠한 벽처럼 빗물에 번들거리는 몸,
속에서 먹을수록 커지는 허기가
컹컹, 인접한 산을 향해 짖고 있다
나흘 끼니를 건너뛴 아스팔트
제몸 무두질하며 달리는 차량들
돌돌 말아 혀 안쪽으로 삼키고 싶다
공복이 불러온 뿌연 안개 속
검은 아스팔트가 바퀴를 굴리며 달리고 있다
질주의 관성은 중력이 낳은 사생아
아스팔트 등에 올라 탄
재규어와 쿠거, 바이퍼, 머스탱, 스타리온,
갤로퍼, 라이노, 포니, 무소들이
꽥꽥 비명을 지를 때마다
와들와들 산천초목이 떤다
산을 빠져나온, 길 잃은 본능을 잡아먹고
점점 더 난폭해지는 아스팔트
고삐 풀린 저 무한 질주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로드 킬> 이재무
 
 
*前景化의 법칙
 하나의 소재를 구체적으로 조명해서 쓰라.
   (목욕, 아버지의 등에 집중)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아버지의 등을 밀며> 손택수
 
 
 요약하면,
수필(시)을 쓸 때 ‘구성’을 생각하라.
①전경화의 법칙
②비유적 원리---서로 다른 대상끼리의 유사성(예: <소주병> 공광규)
③고정관념을 없애라---나만의 해석을 하라 (예: <소음은, 나의 노래> 유홍준)
④수식어를 자제하라
⑤외로움이 고여야 문학이 된다. ---- 각방을 써야 문학이 된다.
 
 
***글쓰기의 가장 큰 원동력은 독서다. 활자 중독에 걸려야 좋은 글이 나온다.
 
 
 
그리스로 문학 기행을 떠난
임헌영 교수님과 반장, 총무를 비롯한 문우들의 빈자리를
위대한 구라쟁이, 이재무 시인께서 담뿍 채워주셨습니다.
이재무 시인의 달변과 촌철살인,
때로는 폐부를 찌르는 직설언어는
교실을 거의 메운 문우들의 가슴을 시원히 뚫어주셨습니다.
특별한 주제 없이 평소의 詩와 수필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겠다고 시작된 강의는 두 시간을 채우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냥 여기서 헤어질 수는 없지요.
‘돈(豚)달라’라는 중의적 이름을 가진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겼지요.
가을밤은 깊어가고,
9월의 만월이 하루 지난  희디 흰 달빛이 창가를 기웃거릴 때 쯤 아쉬움을 떨치고 일어서야 했지요.
“외로움이 고여야 문학이 된다!”
모든 것이 충족된 삶에서는 진정 가슴을 울리는 글이 나오기 어렵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며
이재무 선생님의 가슴을 때리는 詩 <오래된 농담>를 함께 나눕니다.
 
 
 
-물은 본디 소리가 없다 물이 소리 있음은 곧 그 바닥 이 고르지 못한 까닭이다(『채근담』).
내 고르지 못한 생의 바닥 때문에 물처럼 고요했던 그대들이 내지른 그 모든 소란이여.
두루두루 미안하다
 
바위의 허리에 매달려 소용돌이치며
크게 울고 있는 물방울은
어제 바닥이 험한 냇가를 걸어왔다
그러나 나는 안다 먼 훗날
저 물방울은 아주 고요한 얼굴로
강의 하류를 한가롭게 걸어갈
것이란 것을 삼일수하(三一樹下) 떠돌이
건달인 나는 어제 강의 상류에서
허리가 반쯤 꺾인 채 생을 접고
울고 있는 꽃 한 송이 보고 왔다
그런데 오늘 바람도 없는데 길가
풀 한 포기 웃자란 키 우쭐거리며
방자하게 웃고 있다 오, 님이여,
새삼 생각하노니 삶이란
얼마나 넓고도 깊은 농담인 것인가
 
 
 

공해진   15-10-29 01:06
    
와우! 화용샘! 어찌 표현하리오. 부럽습니다.

략하옵고

2015년 11월 4일(수) 무역반과 함께하는 길입니다.
집합은 정자역 1번 출구 10시30분이구요.
코스는 분당의 속살을 보는 길로  분당 천을 따리 중앙공원을 경유하여 율동공원으로 가는 한 시간 남짓한 10,000보 거리입니다. 

시간이 안 되시는 분은 점심식사에 합류하는 것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13시, 율동공원 두부마을에서 식사 예정입니다.

식당 오시는 길은 서현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마을버스 15번 이용하시면 10분 거리, 국군 수도병원입구 하차. 식당 ‘두부마을’ 간판이 바로 보입니다.
전화번호 031-701-0892 /  주소 분당구 율동 298번지
     
이화용   15-10-29 09:45
    
해진샘
임시반장 수행하시느라 어제는 쌈빡한 정장차림이
완전 핸섬보이였드랬죠.^^
든든한 공선생님이 계셔서 늘 마음이 흐믓합니다.
영양 조지훈 생가뜰에서 한 이랑 도라지 밭을 보았답니다.
걸음이 절로 멈춰졌던 것은
그가 샘의 글을 통해 제게로 왔기 때문이지요.^^
문영일   15-10-29 04:21
    
청출어람이라더니
  어제 두 시간 수업만 따진다면 바로 그렇군요.
  귀가 좀 어둡기도 하지만 제가 들은 것은 이 반도 않됩니다
  과연 내공이 쌓인 우리반 고참 언니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후기는  보질 못했어요.  감사합니다.
 
    한 달만에 나갔더니 남의 집에 간것 같아 좀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여전하신 문우들 보니 반가웠고 이재무선생님과 함께 한 4교시도 유익했습니다.
     
이화용   15-10-29 09:52
    
'청출어람'이라 하심은 수사법중 무엇에 속할까요?
문선생님의 뻥튀기 칭찬은 그러나 늘 즐겁습니다.

제 앞자리가 어제서야 오랫만에 편안했습니다.
'문선생님의 등'은 어째  1cm쯤 낮아지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동생분의 병환으로 상심이 얼마나 컸었나가 짐작되어
살짝 눈시울이 뜨거워 졌네요.
선생님!  삶은 넓고도 깊은 농담이라하지 않습니까?
내일이면 더 강건한 모습을 볼 수 있을테지요....
이승종   15-10-29 07:23
    
이 후기를 보니 어제 괜이 필기할려고 주접을
떨었다는 후회가 생기네요.
박서영 반장이 위기감을 가지겠네요.
좀, 적당히 하시지.
공부 잘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 선생.
     
이화용   15-10-29 09:55
    
여러모로,
이승종선생님이 계셔서 위기감을 느끼는 게 바로 접니다.
부탁드린(?) 대로 '선배'가 아니라 '이선생'으로 불러 주시니
이제 맘 놓고 좀 어리광도 부리고
주접도 좀 떨어도 용서가 되겠지요?
류미월   15-10-29 10:47
    
이화용 샘!

맛깔나는 후기
어제 불참하신 분들도 읽으면  배가 불러질...

글쓰기 기법 축약본같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견디기 힘들어
우린 
불멸을 향하는 문학작품을 쓰고 문학에 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훗날 세상과 이별할때는
농담처럼  알수없는 미소를 흘릴지도~~~?@#!!!

밀란쿤테라를 좋아합니다.

어제 수업과  4교시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오늘도 문우님들
좋은 시간 되세요~~~~~^^
     
이화용   15-10-29 22:35
    
류미월선생님을 분당반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 5년 만인가요? 더 됐나요?
빛나는 글솜씨, 여전하시고
예뻐지고 나이도 거꾸로???
하여튼 다시 같이 글공부하게 되어서 기뻐요.
후기방 입성도 반갑고요. 꾸벅^^
음영숙   15-10-29 17:21
    
찐짜 찐짜 후기 짱이당~~~~. 말이 필요 없네요.  난 반도 못 받아 썼는데...    머리도 손도 속기 대장이십니다.  저력을 보여 주셨네요.  알차게 복습 했습니다.
     
이화용   15-10-29 22:43
    
명강으로 소문 난 이재무 시인겸 교수님의 강의 후기를 써야하는데,
그 명성에 누가 될까봐 긴장했더랬지요.
2012년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선집 <<길 위의 식사>>에서
시인의 詩 몇 편 빌려왔습니다.
저의 서툰 기억력보다 훨씬 훌륭한
강의자료가 될테니까요.
음선생님 후기방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데보라   15-10-29 21:32
    
오랫만에 강의실에 들어오니 어리버리함
화용샘 장문의 후기 수고 많았네요.
     
이화용   15-10-29 22:46
    
데보라! 오랫만이유~~
<<알프스의 눈동자>>의 김 데보라 목사님,
오랫만에 청송에서 만나서 반가웠어요.
데보라의 필력을 누가 감히 따라가리오.
좋은 글 많이 보여주세요.
엄선진   15-10-30 13:36
    
이화용 선생님!
멋진 후기 복습 잘 했습니다.
존경 합니다~~~♡.
     
이화용   15-11-03 11:32
    
알토란=엄토란=엄선진
촉촉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로 詩 낭송을 기가 막히게 하더니
청송 문학기행에는 쫀득,고소,달큰한 약식으로 우리들의 입까지 즐겁게 해주더니
장터에선 마늘 두접을 사서 챙기는 살림꾼의 기민함까지
어찌 알토란 같은 엄선진이라 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