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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적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 수필입니다.(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5-10-26 18:45    조회 : 3,531

우리는 타자와 공감하기 위하여 즉 공감능력 증강을 위하여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인문학의 본질은 인간탐구입니다.

첨단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탐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시인이 자연을 노래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의 일환입니다.

정서적 유대관계를 향상시키는 일이지요.

 

 

연기/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 조그만 집 한 채.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까.

 

 

아무리 자연이 아름답다한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삭막할 수 밖에 없겠지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연기로 인해 자연은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풍경이란 언어 주체 내면의 기억, 정서. 경험 등에 의해서

굴절되어 나타난다.”라고 했습니다.

마음 상태에 따라 풍경은 달라 보입니다.

누구는 단풍을 붉은 눈물로,

누구는 생의 느낌표로, 민화투로 또는 술 취한 사내로도 볼 수 있으니까요.

결국 내 방식으로 굴절되고 표현되는 것이지요.

 

문학은 인간의 모방입니다.

그러나 비극은 구체적인 인간행위를 모방합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모방인 시와

인간 행위에 대한 모방인 소설로 나뉩니다.

존재는 행위가 있기 전의 본원적 실상으로

행위는 존재로부터 나옵니다.

인간 존재를 모방하는 시는 직관적일 수 밖에 없으며

주관적이고 순간적 문학입니다.

사물을 보는 즉시 감정이 발동하는 것이지요.

마치 플러그를 꽂자마자 불이 들어오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행위를 모방하는 소설은

긴 시간의 사유가 필요합니다.

전동차 안에서 페이스북에 시를 한 번에 세 편씩이나 올릴 수 있는 본인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인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에 우리 모두 까르르 웃었습니다.

행위의 모방은 지속되는 행위와 동일한 상황 속의 행위로 나뉩니다.

지속되는 행위의 모방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사건이 이어지는 소설이고

동일한 상황 속의 행위는 사건이 지속될 수 없고

시간, 장소가 정해진 상황 속에서만 일어나는 희곡입니다.

지속되는 행위의 모방 중

사실적 행위이면 전기, 역사

허구적 행위이면 소설입니다.

 

시는 존재론적 시, 소설 양식을 빌린 이야기시,

드라마나 상황시, 비대상시로 구분됩니다.

비대상시를 제외한 모든 시는 대상에 대한 의식행위로 시를 쓰는데

비대상시는 초현실의 시로 이상의 시가 대표적입니다.

이용악, 백석, 신경림의 시와 김명인, 김용택의 초기 시들이 이야기시에 해당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쉬운 시들입니다.

한국인 DNA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지요.

줄글이라도 시적 표현이 있으면 시이고

행갈이를 했더라도 시적 표현이 없으면 시가 아닙니다.

시적 표현이란 이미지, 묘사, 상징, 알레고리, 반어 ,역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산문의 문체에서도 이와 같은 구성요소를 활용해야 하지요.

그래야 다채롭고 감미롭고 맛깔스러운 문장이 됩니다.

존재의 본질적 문제인 사랑, , 이별 등등은 이성으로 사유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정답은 얻지 못하더라도 산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비유로 묘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느낌으로 알 수 았게 하는 것

그래서 본질적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 수필입니다.

사실을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시론을 복습하며 결국 본질은 비슷한 수필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려우면 일단 의인법으로 시작하라는 스승님의 팁을 기억하세요.

언제나 읽어도 좋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주옥같은 문장들 중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이 두 문장을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총무님이 사 오신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시월의 마지막 강의를 끝냈습니다.

잔뜩 찌푸리던 하늘은 결국 비를 뿌리고

이제 이 비가 그치면 낙엽이 거리를 뒤덮겠지요?

한결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들 하세요.

가을 학기의 마지막 달 11월에도 모두 열심히......


박래순   15-10-26 21:29
    
와~ 기네스북에 올라도 좋을 저 기억력.
불타는 단풍 숲만 보고 감탄할 일이 아니군요.
난 돌아서면 잊히는 강의를 어찌 저리도 명확히 쓰셨나요. 또박또박 다시 읽어주는 해설자 같아요.
비가 그치면 낙엽이 거리를 뒤덮겠지요.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한지황   15-10-26 22:29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요가를 하러 가는 길엔 이미  나무랑작별인사를 한 갈색 나뭇잎들이 저마다  무늬가 되어 바닥을 장식하고 있더군요.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우리들에게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잎사귀들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던 봄이 엊그제 같더니만.....
시몬의 낙엽밟는 소리는 시대를 초월해서 영원히 우리들 귀를 적실겁니다.
     
안해영   15-10-26 23:05
    
시적 언어가 있어야 맛깔스런 문장이 되는 시를 배우셨군요.
이 가을에 딱 맞는 시간이었겠어요.
어디서 오셨나 궁금했는데,  일산반에서 오셨군요.
저도 밀레리엄해에 일산에서 일 년 반 정도 살았습니다.
고봉산이 보이는 고즈넉한 산 속에서. 
박래순님 우리 서강반에 찾아 주심 감사합니다.
          
한지황   15-10-27 08:59
    
안해영선생님.
일산에 사신 적이 있다니 더욱  반갑네요.
산이 하나 밖에 없어서 일산이라는데
고봉산이 보이는 명당에서 사셨군요.
멋진 가을 보내세요.
               
안해영   15-10-29 12:30
    
아항~  일산의 이름이 그랬군요. 
고봉산 높지도 않고 그저 살살 오르다 보면 금방 꼭대기에 오르게되고,
둘러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니 조망 또한 좋아요.
언제고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집이 있으니
지금은 마음의 고향이라고나 할까요?
일산반의 따스함에 젖었다 갑니다. 한지황님.
          
박래순   15-10-27 10:33
    
안해영 샘, 일산 반에 들르셨군요. 이웃집이니 가끔 놀러 오세요.
대접할 건 없어도 달콤한 시 한 컵 마시고 가셔요.
안명자   15-10-26 23:10
    
한선생님! 이밤에 시몬의 낙엽밟는 소리가 우리 귀를 적십니다.
우연히 방에 들렸다가 기막히도록 좋은 후글에 감탄하여 몇자 적어 봅니다.
시인 문하생답게 이 많은 후글을 어찌 이리도 잘 쓰셨는지요.
이미 한샘의 실력을 알고는 있었지만  컴속에서 한샘의 후글이
우리 눈과 마음을 빗소리와 함께 젖어 들게 합니다.
     
한지황   15-10-27 08:55
    
안명자선생님. 비오는 가을밤은 우리모두를 감상에 젖게 만드나 봅니다.
비와 함께 찾아주시 선생님은  단비와 같은 존재이시죠.
늘 푸근한 성정으로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시니까요.
진미경   15-10-27 14:42
    
후기를 읽으며 어제 시론수업을 다시금 정리해봅니다.
고맙습니다.
가을가뭄을 해소하기엔 다소 부족한 양이었지만 그래도 반갑고
감사한 비님이었어요. 꾸벅!
이제 가을과도 서서히 이별해야하나요. 추워요.
브레히트의 연기처럼 따뜻한 온기!
지붕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집에 살고있을 사람들,식탁, 대화등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 뿐인가요?
그들의 모습도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생겼을까?
옷깃을 여미는 추위가 찾아와도 사람사는 의미와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 있기에 포근합니다.
피어오르는 연기같은.....
     
한지황   15-10-27 23:08
    
인사성 밝은 미경샘은 비님에게도 깍듯한 인사를 잊지 않으시네요.ㅎ
저도 모처럼 내리는 비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참으로 긴 가뭄에 단풍들도 바짝 타들어가는 모습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연기가 나는  집이 있는 정경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따스해지지요?
일산반은 매주 피어오르는 사랑의 연기에 더욱 훈훈하지요.
김선희   15-10-27 16:22
    
우리반 샘들은 모두 시적 감성이 넘치십니다.
시대가 원하는 시인 샘을 둔 덕분인지요.ㅎㅎ
아직 일산반 연륜이 짧아 따라가려면 한참을 뛰어야할것 같습니다.
반장님 후기 감사드려요, 정리의 여왕^^

밤새 비소리를 들으며 잤네요.
계절이 깊어가는 소리에 우리 마음도 깊어가길 바랍니다.
모두들 가을비에 건강 조심하시고 담주에 못본 님들 다 보고싶네요.~~
     
한지황   15-10-27 23:14
    
그럼요. 제자는 스승뒤를 열심히 쫓아가야지요.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시인의 감성에 전염되지 않을 수 없지요.
번득이는 시정을  매주 토해내시는 시인 곁은 늘 열기로 뜨거우니까요.
선희샘이 사는 헤이리의 가을은 더욱
아름답겠지요.
거실에 앉아 비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는 선희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