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네째 금요일, 어제까지도 무례하던 미세먼지가 싸악 걷히어 금요반님들의 출석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거기에다 우리의 캡틴, 노반장의 헤어스타일이 상큼 발랄한 쇼트로 바뀌어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 뭡니까. 팔을 깁스한 터에 뒤로 묶느라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라지만, 계속 이 스타일로 가도 좋을 듯. 뭐, 아무나 어울리나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 송교수님은 임옥진님과 정지민님을 청송세미나에 금요반 대표로 파견하셨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이번에 많은 분들이 못 갔으니 꼭 교수님 탓인 것만 같아 민망하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유머러스한 비약이 아니겠습니까.
청송에 두 사람이나 가고 없어 우리 반이 출렁했을까요? 아니, 여섯 편이나 되는 글을 합평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답니다. 청송에서도 한창 세미나에 불이 붙었을 테지요. 오늘의 합평 시작합니다.
서청자님의 <글을 통해 말할 수 있네>: 작가는 어린 시절, 한국 전쟁 피난통에 철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초래했던 사건에 대해, 글을 통해 고백함으로써 마음의 빚을 덜어내고 있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맑고 간결한 글로 잘 수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목은 다시 숙고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야 (글로) 말하네’, 또는 ‘철없는 말’ 중에서 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두 표현만 가다듬으면 OK입니다.
교수님께 합평 받은 것을 토대로, 고칠수록 자신의 글이 발전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서청자님의 긍정 마인드가 아름답습니다.
김종순님의 <곡(哭)소리(3)-질투>: <곡소리>시리즈 중 세 번째 글로서, 작가는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까지의 내용으로 이 시리즈를 끌고 가려 합니다.
송교수님의 평: 글감이 좋고 독특합니다. 운명을 거슬러서 살아온 날들을 낭만에 빠짐이 없이, 치렁치렁하지 않게 써서 좋은 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단락에 엿보이는 괴기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표현은 혹 작가가 의도적으로 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작가의 개성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기대됩니다. 몇 군데 철자법에 유의하면 완전한 글이 되겠습니다.
어떤 의도에 앞서,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자 노력했다는 작가의 말이 있었습니다.
조병옥님의 < 피아노, 검은 건반 없는-- >: 서울 수복 전까지의 대구 피난시절, 14살과 11살 남매가 생계를 꾸려가는 동안, 군악대의 악기소리, 자폐아 달순이의 첫 음악소리인 “고얀 밤‘은 주인공 ’란이‘의 의식을 지배하고... 흥미진진한 소설이 작가 특유의 필치로 펼쳐집니다.
송교수님의 평: 잃어버렸던 달순이를 찾았고, 수복이 되어 아버지도 만났으니 여기쯤에서 소설은 끝이 나야 하지 않나요?
작가의 말: 하얀 건반만으로도 충분히 음을 즐길 수 있는 자폐아와 고차원의 화음을 이루는 군 악단을 대비시키는 쪽으로 조금 더 소설을 끌고 가고자 합니다. 제목도 결말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전쟁 통이라는 평범한 소재에서 작가가 끌어내는 특이한 체험과 용기, 내지는 신념에 해학이 넘치고 있어 앞으로의 장면이 기다려지기만 합니다.
안명자님의 <구름다리>: 청명한 가을에 친구들과 강천산에 가서, 계곡물과 구름다리를 노니며 자연을 예찬하는 잔잔한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간결하게 쓰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물 흐르듯이 유연한 글 솜씨가 편안합니다. 풍경화에 인물 하나를 넣듯이 ‘구름에 달 가듯 걷고 싶은’ 작가 자신을 마지막 단락에 넣은 점은 화룡점정이지만, ‘생의 현장을 떠날 수 없음’을 미리 설정해놓는 것 보다는 자연이 어떻게 이런 현실을 지양해 줄 것인가를 유추해 가는 것이 이글의 주제와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떠가는 구름, 막힘없이 흐르는 물처럼 휘적휘적 살고 싶다.“ 고 토로하면서도 유한한 삶의 터전을 의식하고 마는 작가의 심경이, 어떤 모순을 불러 온다 해도 솔직함 그 자체인 것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나소민(나윤옥) 님의 <또 만날테지>: 몇 년 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중한 친구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한, 아름다운 글입니다.
송교수님: 손 볼데 없이 완벽하게 쓰여졌습니다. 굳이 몇 군데 지적하자면, 너무 강한 표현( 광야에 버려진...) 이라든지, 의미가 완전히 닿지 않는 구절( ‘나는 천사의 강렬함으로 소멸하리라.’) 등이 있습니다만 옥에 티라고나 할까요.
꿈의 영험함으로까지 만나고, 생전의 충고까지도 나의 것으로 만들만큼 고귀한 작가의 친구가 저는 욕심이 나더이다.
그리고는 이종열님이 교수님께만 드린 글, <누나의 뜨락>과 < 효도하러 들지 마라>를 교수님께서 낭독하셨습니다. 앞의 글이 누나의 시골 삶에 대한 기억을 들추는 글이라면, 뒷글은 자신에 대해 쓴 글로, 두 편이 모두 당선작이라 가정한다면 첫 번째 글을 장원으로 뽑을 것이라 하십니다. 시골 남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농촌의 멋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수작이기 때문이지요. 안정된 작가의 현재 생활이 옛일을 다만 신세타령으로 엮어가지 않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요즈음 나날이 좋은 글을 안정적으로 써 내시는 이종열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수업후의 점심은 ‘우미옥’에서 단품으로 즐겼습니다. 주인이 바뀌었는지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코다리찜’ 은 없었지만, ‘뚝불고기‘ 와 ’된장찌개백반‘이 그럴싸했습니다. 우리 테이블만 그랬을까요. 네프킨을 놓는데 하트오양이 새겨 있어서 저는 모두에게 마음속에만 있던 사랑을 전했습니다. 느끼셨나요???
오늘 결석하신 한희자님, 송경순님, 정영자님, 한혜경님, 유니님, 그리고 청송특파원 임옥진 전반장님과 정지민님까지, 다음 금요일엔 모두 그 미모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시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낮 동안 더웠다고 훌훌 벗어 던지지 마시고 저녁 무렵 한켜 한켜 입으세요. 글쓰기도 차곡차곡 챙기시고요. 모든 분들 감기 들지 마시고 10월의 마지막 날 꼭꼭 뵈어요!!!
집안에 일이 있어 후식 타임에 참석하지 못했답니다. 함께 하신 분들! 좋은 시간 가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