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첫째 금요일, 멋진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의 폭풍 끝에 작은 바람을 맞으며 총총히 나타나신 금반님들께 교수님은 추석을 잘 쉬고 모두 건강하게 돌아와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앗! 그런데 이 어인 일입니까? 왼 팔이 부러진 노정애 반장께서 깁스를 하고 ‘무기여 잘있거라!’ 의 한 장면처럼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항상 건강하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터이라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이만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가을이 깊어진 어느 더 멋진 날에 훌훌 나아서 예전보다 더 튼튼해진 팔로 키보드를 두드리실 것이니, 잠시 신이 내리신 특별휴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한희자 님께서 팥 앙금이 가득 찬 찹쌀떡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한 입 베어 물으니 나른함이 싹 가시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가을타는 요즘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오늘 글은 단 두 편이었지만 색다른 주제에 심도 있는 합평이어서 몇 배의 글을 읽은 것처럼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김종순님의 ‘哭 소리“, 송교수님의 평:
“간결하고 명쾌하게 쓰여 진 글이다. ‘오이디프푸스 콤플랙스(Oedipus Complex)’의 주제에 속한다. 자신의 사유를 덧붙이거나 해서 일상적인 마무리를 하지 않고, 경험의 자료만 인용하여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 점이 오히려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다. 결론 부분도 고부간의 갈등으로 가지 않고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 작가 개인의 심리적 반발로 끝을 낸 점이 독특하다. 단 첫 단락의 두 줄은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서술을 했고, 의미에 맞는 어휘나 조사가 사용되지 않았다. 두 번째 단락에서도 반복된 어구가 있어 하나로 줄여야 한다. 셋째 단락에서는 따져봐야 알게 되는 미흡한 부분이 있어 좀 더 친절하게 설명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감정을 섞지 않고 또박또박 잘 쓴 글입니다.“
아직 몇 편 쓰지 않았지만 냉철한 열정이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김종순 님의 글이었습니다.
정영자님의“ T.P.O.( Time. Place. Occasion), 송교수님의 평:
“가히 교과서적인 글이라 하겠다. 정보와 상식이 내포된 전문성이 있는 글로 한권의 책속에 들어갈 하나의 장이 될 수 있겠다. 주제가 안정되어 있으며 가지런히 정리된 글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격식과 모범적인 면만 있어, 간 단락에 조금씩 엿보이는 예화를 더 풍요롭게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 요즘의 옷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면 내용이 풍성해질 것이다. 결국 이 글을 체험기로 쓰느냐, 학술적으로 쓰느냐는 순전히 작가의 의도에 달려 있다. 제목은 팻션계에 통용되는 말이라면 차라리 우리말로 티.피.오(Time. Place. Occasion) 로 하는 것이 좋다. 1. 결혼식, 2. 장례식 등으로 쓴 것은 결혼식; 장례식; 등으로 바꾸면 좋겠다. 이글은 전체적으로 전문성 있는 원로의 글입니다.“
긴 수필의 지루함을 피하고자 1,2,3 으로 나누기를 시도했다는 작가의 정성이 새삼 수필의 간결성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상동화>> 중 프란츠 헤쎌 (Franze Hessel,1880-1941)의 단편 <일곱번째 난쟁이>를 함께 읽었습니다. 백설공주에 대한 드러나지 않은 일곱 번 째 난쟁이의 사랑을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그려 낸 뛰어난 작품입니다. ‘상상력이 우리의 예상을 뒤엎으면 흥미로워진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기발한 착안들이 이글에 깔려있습니다.
덧붙여 아리스토테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비극적 결함(Hamartia)“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현명한 자, 혹은 영웅의 꽉 막힌 머리에서 발생한 문제가 비극을 낳는다는 말로, 소설의 줄거리에서 자주 토론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백설공주의 순진무구성, 공주를 데려간 왕자의 완벽한 승리가 숨겨진 일곱 번째 난쟁이의 설움과 희생을 알기나 할까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지워지는 이 있어 승리자가 있는 건 아닐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이화원‘에서 교수님을 모시고 열여덟 분이 함께하여 탕수육과 짜장면 등으로 맛난 중식을 먹었습니다. 이원예님과 이종열님의 생일이 마침 같은 오늘이어서 케잌을 자르며 축하했습니다. 케잌은 소지연님이 마련했습니다. 함께 축하하는 것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종종 그리하겠답니다. 금반님들! 어느 금요일이 귀빠진 날이라면 감추지 말고 알리시기입니다.
이렇게 멋진 날이 끝났습니다. 다음 주 9일은 한글날 공휴일이니 문화센타로 오지 마시고 가까운 공원에서 가을꽃과 대화하세요. 이 모든 것 또한 지나가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