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9. 24. 목)
- 라오콘과 인셉션
1. 수필은 시간 예술이다.
아폴로로 섬기는 트로이의 제관인 라오콘은 트로이의 전쟁 때 목마(木馬)를 성안에 끌어들이는 것을 반대하여 신의 노여움을 사 두 마리의 뱀에게 두자식과 살해당한다. 이를 표현한 조각상〈라오콘〉은 뱀에게 감겨 질식당하는 라오콘과 두 아들의 고통과 격노를 표현하였다.
독일 비평가 G. E 레싱은 <<라오콘: 시와 회화의 한계에 대하여>>을 통해 조형예술(회화)과 시(문학 전반)의 경계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조형예술은 공간에서 순간을 포착하여 한 장면을 모방 대상으로 삼고, 문학은 사건 경위와 전개를 모방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조형예술과 시는 공간예술이며 소설과 수필은 시간예술이라 할 수 있다.
2. 인셉션-생각을 훔치는 거대한 전쟁
나의 개인적인 실존은 무엇인가? 어느 날 거리에서 간혹 버스, 택시, 간판, 노점상, 전봇대 등 모든 사물이 의미가 잡히지 않는 때가 있다. 늘 상 보는 길에서 어느 순간 낯설게 보이거나 너무 선명해서 정작 아무것도 모르겠다. <인셉션>에 나오는 꿈 설계 전문가 아리아드네는 크레타 왕국의 공주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집이, 동네가, 주변 사물이 온통 미궁이다.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리아드네가 건네 준 실타래로 입구에 실을 매어 놓고 들어가 실을 풀면서 미궁에서 길이 막히면 한 발 물러섰다. 한 발 내 디뎠다. 그러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수필도 테세우스처럼 다른 시각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3. 수필을 잘 쓰려면?
-우선 전달하려는 내용을 정확히(!) 쓰는데 집중한다
-처음엔 얽기 설기 쓰되 흐름순서(체계)에 주의하여 배열한다
-퇴고가 글을 완성한다. 문장(표현)을 연구하면 사유가 는다
-사유가 나아가면 문장과 표현도 개선된다. 시너지 효과!
4. 회원 글 합평
가. 빈 둥지에 핀 희망(선점숙)
첫 작품으로 매우 우수하다. 글쓴이의 삶이 잘 투영된 글로 글쓴이를 잘 이해하는 계기다 되었다. 드라마〈어셈블리〉를 보고 노동운동하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에 이르는 액자구조를 채택했다.‘나는 누구인가, 나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를 성찰하는 나에 대한 인식론적 글이다.
붕어빵 장사를 하다 친구를 만나는 장면은 이 글의 백미이다. 정의를 외쳤던 젊은 시절 현실의 질곡과 이상 사이의 고뇌가 가슴을 찌른다. 의욕 없는 삶이 승화되어 남을 돕는 일로 전환되는 진솔함은 수필가의 삶의 모습이다. 아쉬운 점은 느낌표 과다 사용, 숫자는 우리말로, 문단 구성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읽는 사람이 정황이 이해되도록 하면 더욱 좋은 글이 되겠다.
나. 등잔(안해영)
글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1차 합평 보다 글이 훨~ 좋아졌다. 한 줄로 꿰어 있고 과장된 표현이 없으며 무리없이 정황이 이해된다.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남을 위해 비추는 애잔한 불빛의 등잔을 가족을 위해 피곤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은 어머니의 삶과 동일시한 비유가 매우 뛰어나다.
‘책가방에 자리 지킴을 부탁하고’등의 의인화, 어머니의 바늘귀 꿰는 모습과 볼 수 없는 사람의 길 찾는 모습의 묘사도 놀랍다. 등잔 아래 바느질하는 어머니와 책을 읽는 작가의 모습은 그림을 보듯 세밀하다. 작가의 역량과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준 글이다. 글에서 고민하던 대목을 문우들과의 카톡에서 영감을 포착했다는 예리함으로 보아 분명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다. 기운생동(김순자)
정성들여 쓴 글이지만 해독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고답적인 학술 언어와 전문지식을 동원한 의미 있는 비평 글이다. 표현을 순화(한자어ㅡ> 한글)하고 단락별로 논리를 부여하여 서예, 문인화 등 학술지에 게재하면 본격 논문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수필의 영역을 살짝 넘어섰다.
이 글은 수필로 바꿔 쓸 수 있다. 첫 부분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 중‘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구도나 필법이 엉성한 듯한데도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후 기운생동(골법용필)의 단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즉, 세미나 질의ㅡ>세한도 제작 배경ㅡ>추사 김정희 개관ㅡ> 세한도의 함의 및 우수성ㅡ>기운생동.
# 서강반 동정
딸 결혼식을 치른 박도원 화백이 문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글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교수님의 격려에 교실의 분위기는 업 되었다. 문우들 보다 더 좋아하시는 교수님을 보는 문우들도 즐겁다. 서로에게 UP되니 교실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 질 수밖에. 수업이 끝난 후 간단한 뒤풀이로 마음을 나눴다. 다음 주 수업은 학교 학사일정에 따라 휴강. 우리 모두 생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