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라오콘과 인셉션    
글쓴이 : 신현순    15-10-02 19:33    조회 : 7,506

 

서강수필바운스(9. 24. )

- 라오콘과 인셉션

 

 

1. 수필은 시간 예술이다.

아폴로로 섬기는 트로이의 제관인 라오콘은 트로이의 전쟁 때 목마(木馬)를 성안에 끌어들이는 것을 반대하여 신의 노여움을 사 두 마리의 뱀에게 두자식과 살해당한다. 이를 표현한 조각상라오콘은 뱀에게 감겨 질식당하는 라오콘과 두 아들의 고통과 격노를 표현하였다.

독일 비평가 G. E 레싱은 <<라오콘: 시와 회화의 한계에 대하여>>을 통해 조형예술(회화)과 시(문학 전반)의 경계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조형예술은 공간에서 순간을 포착하여 한 장면을 모방 대상으로 삼고, 문학은 사건 경위와 전개를 모방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조형예술과 시는 공간예술이며 소설과 수필은 시간예술이라 할 수 있다.

 

2. 인셉션-생각을 훔치는 거대한 전쟁

 

나의 개인적인 실존은 무엇인가? 어느 날 거리에서 간혹 버스, 택시, 간판, 노점상, 전봇대 등 모든 사물이 의미가 잡히지 않는 때가 있다. 늘 상 보는 길에서 어느 순간 낯설게 보이거나 너무 선명해서 정작 아무것도 모르겠다. <인셉션>에 나오는 꿈 설계 전문가 아리아드네는 크레타 왕국의 공주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집이, 동네가, 주변 사물이 온통 미궁이다.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리아드네가 건네 준 실타래로 입구에 실을 매어 놓고 들어가 실을 풀면서 미궁에서 길이 막히면 한 발 물러섰다. 한 발 내 디뎠다. 그러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수필도 테세우스처럼 다른 시각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3. 수필을 잘 쓰려면?

 

-우선 전달하려는 내용을 정확히(!) 쓰는데 집중한다

-처음엔 얽기 설기 쓰되 흐름순서(체계)에 주의하여 배열한다

-퇴고가 글을 완성한다. 문장(표현)을 연구하면 사유가 는다

-사유가 나아가면 문장과 표현도 개선된다. 시너지 효과!

 

4. 회원 글 합평

 

. 빈 둥지에 핀 희망(선점숙)

 

첫 작품으로 매우 우수하다. 글쓴이의 삶이 잘 투영된 글로 글쓴이를 잘 이해하는 계기다 되었다. 드라마어셈블리를 보고 노동운동하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에 이르는 액자구조를 채택했다.‘나는 누구인가, 나의 현 주소는 어디인가?’를 성찰하는 나에 대한 인식론적 글이다.

붕어빵 장사를 하다 친구를 만나는 장면은 이 글의 백미이다. 정의를 외쳤던 젊은 시절 현실의 질곡과 이상 사이의 고뇌가 가슴을 찌른다. 의욕 없는 삶이 승화되어 남을 돕는 일로 전환되는 진솔함은 수필가의 삶의 모습이다. 아쉬운 점은 느낌표 과다 사용, 숫자는 우리말로, 문단 구성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읽는 사람이 정황이 이해되도록 하면 더욱 좋은 글이 되겠다.

 

. 등잔(안해영)

 

글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1차 합평 보다 글이 훨~ 좋아졌다. 한 줄로 꿰어 있고 과장된 표현이 없으며 무리없이 정황이 이해된다.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남을 위해 비추는 애잔한 불빛의 등잔을 가족을 위해 피곤하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은 어머니의 삶과 동일시한 비유가 매우 뛰어나다.

책가방에 자리 지킴을 부탁하고등의 의인화, 어머니의 바늘귀 꿰는 모습과 볼 수 없는 사람의 길 찾는 모습의 묘사도 놀랍다. 등잔 아래 바느질하는 어머니와 책을 읽는 작가의 모습은 그림을 보듯 세밀하다. 작가의 역량과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준 글이다. 글에서 고민하던 대목을 문우들과의 카톡에서 영감을 포착했다는 예리함으로 보아 분명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 기운생동(김순자)

 

정성들여 쓴 글이지만 해독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고답적인 학술 언어와 전문지식을 동원한 의미 있는 비평 글이다. 표현을 순화(한자어> 한글)하고 단락별로 논리를 부여하여 서예, 문인화 등 학술지에 게재하면 본격 논문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수필의 영역을 살짝 넘어섰다.

이 글은 수필로 바꿔 쓸 수 있다. 첫 부분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 중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구도나 필법이 엉성한 듯한데도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후 기운생동(골법용필)의 단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 세미나 질의>세한도 제작 배경>추사 김정희 개관> 세한도의 함의 및 우수성>기운생동.

 

 

 

# 서강반 동정

 

딸 결혼식을 치른 박도원 화백이 문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글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교수님의 격려에 교실의 분위기는 업 되었다. 문우들 보다 더 좋아하시는 교수님을 보는 문우들도 즐겁다. 서로에게 UP되니 교실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 질 수밖에. 수업이 끝난 후 간단한 뒤풀이로 마음을 나눴다. 다음 주 수업은 학교 학사일정에 따라 휴강. 우리 모두 생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기를!

 

 

 


안해영   15-10-02 23:41
    
어린시절  옛날 이야기 들으며 어머니 무릎에서 잠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이야기의 서두나 스토리는 다 잊어 버렸는데  마지막 부분에  정체를 알기 위해 실을 옷에 꿰어서  그 실을 따라  갔더니 커다란 지네가 무덤에 죽어 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지혜라고나 할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궁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은 실타래만한 것이 없나 보네요.  교수님의 명강을 증명 하는셈이기도 하구요.  까맣게 잊고 지났던 이야기가  이렇게 생각나니 감성터치에 대한 새로운 발견입니다.

그나저나 신현순, 강진후, 배경애, 심혜자, 제기영샘들의 강의 후기 노트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수업중에  이해도 잘 못하는 내용들을 어떻게 이렇게 일목 요연하게 정리를 하시는지 궁금증 유발입니다.  신현순 샘  수업 후기 정리하여 올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읽는자는 그저 감사 할 따름입니다.

사족하나:  대문에 서강반 문패가 없어요.
     
심혜자   15-10-03 11:04
    
역쉬~ 안샘은 댓글도 한편의 수필이 되는군요. 많이 부럽습니다~~^^
          
안해영   15-10-03 14:06
    
혜자샘의 선파워 수필에 나는 늘 기가 죽습니다.
글에 힘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젊다는 증거니까요.  지는해가 뜨는 해 앞에 어찌 기운이 있을 턱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부럽습니다. 젊음의 힘이.
               
신현순   15-10-04 00:50
    
안선생님! 감사합니다~
실타래가 안선생님의 잠자고 있는 추억을 깨웠군요.
미궁에 있는 쥐에게도 실타래를 건네 줘야 할 것같아요.   

안선생님~ 강의후기를 맡게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어요.
함 써 보세요~ 장담컨데 안선생님은 훨씬 잘 쓰실 거예요.
     
안해영   15-10-03 14:00
    
댓글 써놓고 한참 후에 지네 이야기 조금 더 생각 났어요. ㅎ 
아름다운 젊은 과부가 혼자 살고 있는 집으로 한 밤중이면 젊고 건장하고 잘 생긴 남정네가 찾아와서 여인네와 함께 밤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닭이 울기 전에 홀연히 가버리곤 했답니다.  젊은 과부 여인네가 남자를 붇잡고 싶은데 어디서 온 남자인지 전혀 알길이 없어 애를 태웠답니다.  뒤를 쫒아가도 문 밖을 나서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남정네.  여인은 어쩔 수 없이 남정네가 어디로 가는지 알기위해 그가 입고 온 옷에  실을 걸어 남정네가 가는 길에  실타래를 풀었다네요.  그리고 낮에 그 실을 따라 갔더니 무덤에 지네 한 마리가 실에 걸려 죽어 있드랍니다. ㅎ 재미 있나요? ㅋ
          
신현순   15-10-04 00:56
    
ㅎ 재미있네요. '전설의 고향' 같은.
제게도 깊이 잠자는 추억을 깨우네요.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이야기예요.ㅎㅎ
저의 향수가 선생님 한테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곳에 맡겨 둔 사실이 없는 데 어찌된 영문인지...ㅋ
               
안해영   15-10-04 02:15
    
외설스런 이야기를 아무 뜻 없이 들었을텐데,
지금  외설스럽다는 생각이 드니 순수함이 사그러든 때문이겠지요?
심혜자   15-10-03 11:03
    
신현순선생님 열심히 공부하고 갑니다.
수업에 참석 못한 아쉬움이..
수업을 한 주 빠지면 시간이 너무 길고 허전하고 참 그래요~ㅎ
수고하셨습니다..^^
     
안해영   15-10-03 13:45
    
혜자샘 사실 누가 수업에 빠지고 싶어 빠지겠습니까?  수업 불참보다 더 한 일이 있으니 빠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허전하고....갈급증 나는 표현입니다. ㅎ
신현순   15-10-04 01:09
    
심총무님! 반가워요~~
지난 시간에 뭔가 허전했어요.
심총무님 없으면 우린 앙꼬없는 찐빵. 담주에 반갑게 만나요~~
공부되었다니  감사해요~^^
배경애   15-10-05 13:40
    
사건을 문학으로 만들어 가는 경계일까요?
라오콘의 처절한 고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일까요. ~~ㅎㅎ
아직 단락이 미로 입니다. 실타래의 실마리를 끝에서 부터 찾아도 풀릴것 같은데요.
어린나무의 우문이 서강반에서 문우들과 성장해 가기를 기대 할 뿐입니다.
신샘 수고하셨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감솨~`^^
     
신현순   15-10-06 17:45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묵힐수록, 품을수록, 좋은 글이 된다는 걸 배웠으니 우리에게 미로는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요?
배샘! 미로에 있을 수록 광명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요.
미로의 세계를 즐기자구요.  한손에 실타래는 잡구요 ㅎㅎ
     
안해영   15-10-06 20:40
    
라오콘의 처절했을 고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구요?
지나친 겸손으로 받아 들여집니다.   
배샘의 글에서도  라오콘의 고통 이 나오고 있었어요.
남을 돕는자를 도와야 한다든지,
바람도 없는 거리에서 흔들리던 소매자락....
이런 느낌들이 다 라오콘의 처절한 고통과 통하는 맥락 아닐까요?
강진후   15-10-05 22:29
    
퇴고가 글을 완성한다. 깊이 생각 생각 하겠습니다,
신선생님 후기 작성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의실을 비웠지만 그시간의 그림은 훤하게 그려 집니다.
고 , 감 , 사 ,
     
신현순   15-10-06 17:32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구요?
좋은 말이네요~ 늘 그런 미음으로 산다면 우리 모두 훈훈해지는 세상이 되겠네요.
저두 퇴고의 의미 마음에 닿았어요.
단단한 반장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장님!
     
안해영   15-10-06 20:45
    
고, 감, 사,,,,,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역시 젊은 감각을 따라 갈 수 없네요.  ㅎ

퇴고의 중요성은 교수님이 콕콕 찔러주는 송곳같은 합평에서 가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심혜자   15-10-10 00:10
    
늦은밤에 살짝 들린 우리반 풍경..
 강의후기  보다 더 친근하고 이쁘고(감히 죄송)
댓글보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음은...
마음 따뜻한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사랑해요~~~
     
안해영   15-10-12 00:58
    
나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