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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 그 자체를 그려내는 글이 좋습니다.    
글쓴이 : 한지황    15-09-21 18:58    조회 : 4,929

한국산문 권두시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공부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다루었던 시이기에  친숙하지만

기승전결의 구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요.

1,2,4연에 나오는 술병, 빈병, 소주병과 달리

3연에는 아버지가 나옵니다.

기승전결 형식에서는 에서

그런데 ,‘그러나와 같이 소재가 달라집니다.

이 시는 비유의 원리에 의해 쓰였습니다.

두 개의 대상 사이의 유사성이 비유인데

형태나 내용의 유사성 중

이 시에서는 내용의 유사성을 다루었지요.

자기를 따라주면서 빈 것이 되어간다는 유사성이지요.

수필에서도 이 비유의 원리를 적용하면

순조롭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생활 이야기로 들어가지 말고 주제가 나오기 전에

비유되는 사물을 써 내려가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선경후정의 원리도 좋습니다.

꼭 기행문에서만 쓸 수 있는 기법이 아니지요,

불이 나지 않으려면 퓨즈가 나가야 합니다.

퓨즈가 죽는다고 구리로 바꾸면 화재가 나지요.

자발적 희생 실천이 아니면 화를 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퓨즈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바로 지성인이지요.

지식노동자인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릅니다.

전문 분야에 통달한 사람인 지식인은 많으나

성찰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은 드뭅니다.



현실 속에서는 윤리적 판단, 결론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글에서 정답을 향해서 달려가는 태도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습니다.

너무 쉽게 반성에 이르면 글의 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렵구나하는 공감을 일으키기 위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관성화된 반성은 기계적 반성으로

죄짓는 것보다도 더 나쁠 수 있습니다.

갈등 그 자체를 그려내는 글이 좋습니다.

독자 위에 군림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죄와 벌 /김수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내 안의 속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시인 김수영의 용기는 대단합니다.

처절한 반성과 함께 내 안의 치부를 드러내었기에

생명력이 강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소설, 영화를 이해하려면 그 안에 있는 상징을 이해해야 합니다.

영화 <설국열차>는 전부 상징으로 꾸며져 있지요.

총리의 치아가 전부 쇠인 것과

마지막 열차에서의 열차 지배자가 자꾸 손을 돌리는 행위도

노동자 출신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열차의 폭발은 문명사회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열차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할 수 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최후에 남은 두 아이가 혼혈아와 흑인인 것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한 자의 상징입니다.

물고기를 죽이는 장면은 너희들이 계속 저항하면

물고기들처럼 죽음을 당한다는 암시이고요.

뜨개질하는 아녀자들은 집단 이익에만 빠진

중산층 이기주의를 상징합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장인의 제약회사 부장인 주인공이

무진 기행에서 만난 음악교사 하인숙과의 만남에서 갈등하다

아내로부터 빨리 올라오라는 전보를 받고는

홀로 서울로 올라온다는 내용입니다.

하인숙은 주인공의 이상적 자아,

아내는 현실적 자아입니다.

두 자아 사이에서 현실적 자아를 선택한 김승옥은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다는 이유를 암시했다는 설도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 절필한 천재 작가 김승옥이

계속 소설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습니다.

 

회계사 아드님 한턱을 내신 성희샘 덕분에

맛있는 점심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햇밤을 손수 쪄오신 한나샘과

곶감을 갖고 오랜만에 나타나신 인영샘,

모두 고맙습니다.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한 주 건너뛰어 시월에 만나요!


진미경   15-09-21 19:56
    
반장님  후기쓰시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추석을 앞두고 강의도 풍성했고 문우님들의 정겨운 광경도 한가득입니다.

설국열차는 보지 못했는데 강의내용을 읽으며 그렇게 많은 상징이 있다니?
꼭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김수영시인의 죄와 벌은 자기 안의 속물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시네요.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잊혀지지않아요.
글쓰는데는 용기가 필요해요.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복된 한가위되시고 2주 후에 만나요.
     
한지황   15-09-21 21:17
    
미경샘의 빈자리가 컸던 날이었어요.
그래도 후기로나마 공부에 열심인 미경샘은 역시 모범생!
올 한가위는 더울 것 같아요.
오늘도 30도라니요.....
따스하다못해 뜨거운 태양 덕분에
오곡백과는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우리의 재능도 햇볕받고 자랄 수 있다면......
     
공인영   15-09-21 21:33
    
미경~ 보고싶소^_^ 명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하고 봅시다.
          
진미경   15-09-22 07:47
    
저도 공샘 많이 보고싶어요. 사랑이 담긴 곶감도요. 쉬엄쉬엄 일하시고 가을이 무르익는
10월에 만나뵐게요. 오늘도 가을날씨가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네요. 굿 럭!!
공인영   15-09-21 20:58
    
관성화된 반성, 관성화된 칭찬, 관성화된 위로, 등등...
정말 우리 일상이 관성화의 수레바퀴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만 합니다.
그것에 지쳐 때론 숨고 싶고 닫고 싶고 단절되고 싶어지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남발되는 성찰과 흔한 다짐이라도 간혹 희미하나마 진심어린 삶의 싹도 한번씩은
다시 돋을 거라는 기대로, 희망으로... 암튼 제 맘 아시려니.  ^___^; 
우린 관성화된 사람 되기를..... 거부합시다요.  모처럼 참석한 수업에서
단순하고도 어마어마한 진리를 새삼 환기합니다. 스승님과 우리 식구들  봬서 살 것 같았습니다. 헤
다들 명절 준비 잘 하시고 명절에 결코 휘둘리지 마시고^^ 따뜻한 축제처럼 지휘하세요.
 그리고 모여 뒷풀이 하자구요~~~~ 꼬옥
수고하셨어요 반장님!
     
한지황   15-09-21 21:20
    
달콤한 곶감만큼 좋았던 재회!
참 오랫만에 나오셨어요. 인영샘!
결석하더라도 이렇게 끈을 이어가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명절 뒷풀이라. 좋지요.
만나도 만나도 좋은 사람들!
박래순   15-09-21 21:48
    
이젠 말귀를 좀 알아 듣나봐요. 수업이 점차적으로 재미가 붙어가네요.
우리 님들 풍성한 한가위 잘 보내시고 활짝 웃는 여인의 모습으로 만나요~~
달콤한 글, 쑤시고 아팠던 글들을 마구 써서 속을 확 풀어보시고요.
     
한지황   15-09-21 22:33
    
명절 증후군에 관한 글을 쓰시겠다고 결심하신 래순샘이
얼마나 재미있게 써오실지 기대되어요.
명절을 좋아할 수 없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실거죠?
최영자   15-09-22 12:54
    
점심 먹고  수다도 떨고  수업도 들으려고 다짐했건만 , 갑자기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하게 되었네요.
후기로 나마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맛있는 점심, 말랑말랑 달콤한 곶감, 포근포근한 햇밤 들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집에서 먹은들  그 맛이 같을까요?

명절이 다가오네요.
일년 전부터  소원이 하나 생겼어요.

명절  때 여행 떠나는 것  ~ ㅎ ㅎ

생각만으로도 꿀맛입니다.

명절 잘 지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기쁘게 만나요.
     
한지황   15-09-22 22:04
    
함께 밥먹는 시간을 누구보다도 즐겨하실 영자샘이
자꾸 빠지게 되니 얼마나 애석해 하실지 상상이 되어요.
다음 번에는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에게도 명절 때 여행은  꿈일 뿐
현실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답니다.
그런 날이 오기는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