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수필바운스(9. 10, 목)
ㅡ 김밥천국 불신지옥
1. 천국과 지옥
- 단테의 <<신곡(神曲)>> 이야기가 아니다. 교수님의 동네(행신역 근처)에서 일어난 해프닝. 교수님이 큰맘 먹고 오랜만에 ‘김밥천국’에서 외식(원조 메인 김밥 2000원)을 하고 나오니 옆에서 어떤 성직자(노숙인?)가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세상의 종말 운운하며 겁을 주더라는 것이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몸에는 ‘666’이라 쓰인 섬뜩한 천(플래카드?)도 휘감고.
-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닌 듯 교수님은 잠시 길 위에 서서 명상에 잠김. 그러다 여러 인문학적 코드를 추출해 이런저런 사유를 전개함. 천국과 지옥은 ‘서로이웃’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야콥슨의 현대수사학으로 접근하면, 주관념(Tenor)과 보조관념(Vehicle)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즉, 종속적 은유(유사성)가 아닌, 대등한 환유(인접성)다.
- 그보다 우리 내부에 ‘천국적인 것과 ‘지옥적인 것’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도서로 위에서 언급한 단테의 <<신곡>>은 말할 것도 없고,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헤세의 <<데미안>>, 영화로도 상영된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르기 까지. <<데미안>>에 나오는 ‘아프락사스’는 신성과 악마성을 통합한 신(新) 개념 신(神)이다(조금 어렵죠? 그냥 넘어가죠 ^^).
2. 수필은 무엇?(계속)
(3) 윤오영 수필론
“옛 사람이 높은 선비의 맑은 향기를 그리려 하되, 형태 없기로 난(蘭)을 그렸던 것이다. 아리다운 여인의 빙옥(氷玉) 같은 심정을 그리려 하되, 형태 없음으로 매화(梅花)를 그렸던 것이다”
“작자와 독자 사이에 맺어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공민(公愍)이요, 사 회의 공분(公憤)이요, 인생의 공명(公鳴)인 것이다. 문인들이 흔히 대단할 곳도 없는 신변잡사(身邊雜事)를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편모(片貌)와 생활의 정회(情懷)를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 피천득과 비견되는 고매한 수필가. 대표작 <염소> <방망이 깎는 노인>
피천득의 아름다운 수필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수필론 개진
(4) 김태길 수필론
“좋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글이 독자에게 미적 감동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미적 감동은 글 속에 담긴 내용(대상)의 깊이에서 올 수도 있고, 그 대상을 묘사한 문장의 아름다움에서 올 수도 있다.”
“작가의 내면세계가 진솔하게 표현되고 문학적 향기가 있으며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사유가 담겨 있을 때 미적 감동을 느낀다. 문장은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이어야 하며, 철학성은 사물과 삶을 넓고 깊게 생각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또한 사유의 진행과정에서 논리적 오류가 없어야 한다.”
* 철학계의 태두이자 지적인 수필가. 대표작 <대열>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
미적 감동을 설명하고 현대수필이론을 정립하여 지지를 받음
4. 회원 글 합평
가. 아버지의 부르심(형옥주)
처음 쓰는 글로서 합격점을 줄만하다. 글에 대한 감이 있고 촉이 좋다. 글은 처음부터 잘 쓰거나 못 쓰거나 하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환의 정이 주제다. 평범한 회고담으로 끝났을 법한 밋밋한 글이 뒷부분의 연결로 큰 감동을 준다. 화자는 결혼 후 아버지와 한 번도 함께 연말연시를 맞이한 적이 없으며, 아버지의 위독 소식을 접하고서도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새해를 맞았다는 내용이 그렇다. 남편과의 갈등 대목은 주제 구현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삭제하는 편이 좋다.
나. 고무신(안해영)
따뜻함이 전해오는 글이다. 습작을 많이 한 것을 느낄 수 있는, 내공이 깊은 글이다. 처음 글인 ‘등잔’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글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꽃)고무신’ 스타일이 더 바람직하다. 한 줄로 꿰어 있고 시간 흐름에 무리가 없으며 쉽게 이해되는 것이 장점이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시대상을 전달한 것도 호감이 간다. 반면 호소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는 때문이다. 인용문 ‘구슬이 서 말이라도...’도 딱 들어맞지 않으니 재검토했으면 한다.
다. 용산 환승역(배경애)
두 개의 에피소드가 엇갈린 처음 글 ‘청춘열차’보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고쳐졌다. 글 쓴 이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인간의 근원적인 순수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은 주제의식이 깊은 울림을 준다. 한 팔이 없는 장애 청년의 빈 소매 깃에서 유치환의 ‘깃발’을 떠올린 것이 이 글의 백미이자 문학성을 담보한다. 선행을 베푼 청년의 순수한 마음에 처음 불신으로 대했던 거리낌과 망설임, 당황스러움 같은 마음의 토로가 있었더라면 더욱 절실한 글이 되었을 법하다.
4. ‘서강수필바운스 2돌!’
서강반 문우님들과 교수님을 모시고 거구장 뷔페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처음처럼’ 우리 문우들을 지도해주신 교수님의 열정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항상 웃음이 피어나고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 서강반이 앞으로 ‘쭈욱~’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힘차게 강진후 반장의 수필 제목이기도 한 ‘쨍’으로 건배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