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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천국 불신지옥 (서강반)    
글쓴이 : 심혜자    15-09-15 19:19    조회 : 8,020


서강수필바운스(9. 10, 목)


ㅡ 김밥천국 불신지옥


1. 천국과 지옥

- 단테의 <<신곡(神曲)>> 이야기가 아니다. 교수님의 동네(행신역 근처)에서 일어난 해프닝. 교수님이 큰맘 먹고 오랜만에 ‘김밥천국’에서 외식(원조 메인 김밥 2000원)을 하고 나오니 옆에서 어떤 성직자(노숙인?)가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세상의 종말 운운하며 겁을 주더라는 것이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몸에는 ‘666’이라 쓰인 섬뜩한 천(플래카드?)도 휘감고.

-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닌 듯 교수님은 잠시 길 위에 서서 명상에 잠김. 그러다 여러 인문학적 코드를 추출해 이런저런 사유를 전개함. 천국과 지옥은 ‘서로이웃’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야콥슨의 현대수사학으로 접근하면, 주관념(Tenor)과 보조관념(Vehicle)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즉, 종속적 은유(유사성)가 아닌, 대등한 환유(인접성)다.

- 그보다 우리 내부에 ‘천국적인 것과 ‘지옥적인 것’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도서로 위에서 언급한 단테의 <<신곡>>은 말할 것도 없고,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헤세의 <<데미안>>, 영화로도 상영된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르기 까지. <<데미안>>에 나오는 ‘아프락사스’는 신성과 악마성을 통합한 신(新) 개념 신(神)이다(조금 어렵죠? 그냥 넘어가죠 ^^).


2. 수필은 무엇?(계속)

  

(3) 윤오영 수필론

  “옛 사람이 높은 선비의 맑은 향기를 그리려 하되, 형태 없기로 난(蘭)을 그렸던 것이다. 아리다운 여인의 빙옥(氷玉) 같은 심정을 그리려 하되, 형태 없음으로 매화(梅花)를 그렸던 것이다”

“작자와 독자 사이에 맺어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공민(公愍)이요, 사 회의 공분(公憤)이요, 인생의 공명(公鳴)인 것이다. 문인들이 흔히 대단할 곳도 없는 신변잡사(身邊雜事)를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편모(片貌)와 생활의 정회(情懷)를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 피천득과 비견되는 고매한 수필가. 대표작 <염소> <방망이 깎는 노인>

피천득의 아름다운 수필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수필론 개진

 

  (4) 김태길 수필론

    “좋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글이 독자에게 미적 감동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미적 감동은 글 속에 담긴 내용(대상)의 깊이에서 올 수도 있고, 그 대상을 묘사한 문장의 아름다움에서 올 수도 있다.”

 “작가의 내면세계가 진솔하게 표현되고 문학적 향기가 있으며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사유가 담겨 있을 때 미적 감동을 느낀다. 문장은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이어야 하며, 철학성은 사물과 삶을 넓고 깊게 생각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또한 사유의 진행과정에서 논리적 오류가 없어야 한다.”

* 철학계의 태두이자 지적인 수필가. 대표작 <대열>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

미적 감동을 설명하고 현대수필이론을 정립하여 지지를 받음


4. 회원 글 합평

 

가. 아버지의 부르심(형옥주)

처음 쓰는 글로서 합격점을 줄만하다. 글에 대한 감이 있고 촉이 좋다. 글은 처음부터 잘 쓰거나 못 쓰거나 하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환의 정이 주제다. 평범한 회고담으로 끝났을 법한 밋밋한 글이 뒷부분의 연결로 큰 감동을 준다. 화자는 결혼 후 아버지와 한 번도 함께 연말연시를 맞이한 적이 없으며, 아버지의 위독 소식을 접하고서도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새해를 맞았다는 내용이 그렇다. 남편과의 갈등 대목은 주제 구현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삭제하는 편이 좋다.

 

나. 고무신(안해영)

따뜻함이 전해오는 글이다. 습작을 많이 한 것을 느낄 수 있는, 내공이 깊은 글이다. 처음 글인 ‘등잔’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글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꽃)고무신’ 스타일이 더 바람직하다. 한 줄로 꿰어 있고 시간 흐름에 무리가 없으며 쉽게 이해되는 것이 장점이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시대상을 전달한 것도 호감이 간다. 반면 호소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없는 때문이다. 인용문 ‘구슬이 서 말이라도...’도 딱 들어맞지 않으니 재검토했으면 한다.

 

다. 용산 환승역(배경애)

두 개의 에피소드가 엇갈린 처음 글 ‘청춘열차’보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고쳐졌다. 글 쓴 이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인간의 근원적인 순수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은 주제의식이 깊은 울림을 준다. 한 팔이 없는 장애 청년의 빈 소매 깃에서 유치환의 ‘깃발’을 떠올린 것이 이 글의 백미이자 문학성을 담보한다. 선행을 베푼 청년의 순수한 마음에 처음 불신으로 대했던 거리낌과 망설임, 당황스러움 같은 마음의 토로가 있었더라면 더욱 절실한 글이 되었을 법하다.


4. ‘서강수필바운스 2돌!’

서강반 문우님들과 교수님을 모시고 거구장 뷔페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처음처럼’ 우리 문우들을 지도해주신 교수님의 열정과 사랑에 감사드리며, 항상 웃음이 피어나고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 서강반이 앞으로 ‘쭈욱~’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힘차게 강진후 반장의 수필 제목이기도 한 ‘쨍’으로 건배를 하였다.




강진후   15-09-16 07:25
    
방망이를 깍던 노인은 동대문에서 차 시간을 기다리던 작가가 차를 놓치며 기다리는동안 비싸고 퉁명스런 방마이를 깍는 노인의 불만이 잘 깍아졌다는 부인의 말씀에 화가 플렸다. 글 이 깔끔하게 떨어져 방망이 두짝의 주인을 제대로 만났다. 노인의 맑은 향기에서 진실이 흐르는 감동이다. 형옥주셈 안해영셈 배경애셈 우리 서강수필의 밝은 등불이 여기저기에서 반짝 압니다. 서강대에 실전 수필교실의 2년 기념일로 근사한 저녁식사 파티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심혜자총무님 수고 하셨습니다.
     
심혜자   15-09-16 14:38
    
강반장님~
지금처럼만요.. 쭈우욱~~~
제기영   15-09-16 11:25
    
단테의 <신곡>은 늘 초등학교 5학년 때 추운겨울의 산사(山寺)를 떠 올리게 합니다. 고전읽기 시합을 위해 스파르타식 공부를 했던  그 열악한 산사 말이죠. 뜻 모르고 고통스럽게 읽었던 <신곡>은 구원의 여인인 베아트리체를 알게 해 주었으니, 그 만한 보상을  받은 셈이지요.
전번 주에 합평한 수필들은 모두 수작이었다고 감히 평가합니다. 배경애 선생님의 실력은 이미 알고 있는 바이고, 처음 대하는 형옥주 선생님과 안해영 선생님의 글도 아마추어 답지 않은 필력을 느낄수 있었지요. 서강반의 미래가 더욱 밝아 보입니다. 
심촘무님, 후기 올리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심혜자   15-09-16 14:40
    
제선생님~ 감사해요~ㅎ
우리 서강반의 앞날이 정말 밝아 보여서 행복합니다~^^
배경애   15-09-16 15:58
    
심총무님~~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주변에 천국과 지옥이 늘 공존하신거 같아요. 김밥천국과 어떤 성직자(?)의  불신지옥 등 .
반전에 화법의 묘미가 있어 강의실은 항상 천국, 지옥, 웃음바다 까지 ~~ㅎㅎ
형샘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가 가슴에 있는 아버지를 불러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잘 읽었답니다.
안해영 샘~~ 고무신에 대한 기억이 아련합니다만, 직접 겪어본 일처럼 그날이 생생합니다.
안샘 진즉 알아봤어요.  우리도 분발할께요~~ㅋ
신현순   15-09-17 10:23
    
참 많은 곳에서 코드를 발견하시는 교수님!
천국과 지옥은 언제나 내 안에 함께 공존하며 어깨동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 마음은 근심도 걱정도 없는 천국을 보게하고 
어른인 내 마음은 온갖 근심과 걱정으로 지옥으로 데려가길 좋아하니까요.
한 때, 하루에도 극적인 변화를 수시로 경험하면서 내가 낯설어 밖에서 서성일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도 어른이 된 나도 모두 나라는 걸.
결국은 아마도  함께 손잡고 갈 거라는 걸.

다양한 서강반의 글이 흥미롭네요. 돌아가신 아버지도 만나게 하고, 어릴적 고무신의 향수도 느끼게 하고,
낮은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알게하고....
마음이 한껏 훈훈해 집니다. 참 좋은 서강반!
김밥에서는 천국을 불신(不信)에서는 지옥도 보았구요. ㅎㅎ
심총무님~ 후기 정리하느라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