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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엾은 리자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3-18 22:20    조회 : 4,889

 

 

<가엾은 리자> 를 통해서, 낯설었던 한 러시아 작가의 이름이 이제는 꽤나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니콜라이 카람진‘ , 1766년 심비르스크 출생으로 러시아의 작가, 역사가, 저널리스트이며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의 회원이기도 했던 그는 러시아 문학의 감상주의 유파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귀족 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교육받았고 계몽주의 철학과 서유럽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2년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을 여행한 후 <<모스크바 저널>>을 창간하고 <<러시아인 여행자의 편지>>를 발표합니다. 이는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러시아에 계몽적, 유럽적 문화를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그의 대표소설인 <가엾은 리자>(1972)<보야르의 딸 나탈리야>를 발표하는데 장 자크 루소와 로렌스 스턴의 영향을 받아 자기 폭로적인 문체로 쓰여 졌습니다.

황제 알렉산드르 1세와의 친교 덕분에 궁정사가 가 되고 전 12권으로 된 <<러시아 제국의 역사>> 집필에 여생을 바쳤습니다. 최초의 러시아 개설서인 이 책은 러시아 전제정치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면서 역사 사건에 대한 외국 기록과 무수한 문서를 활용한 저술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민중 없이 러시아는 없다는 인식을 했던 그는 농민들의 일상 언어인 러시아어를 문학용어로 승격시켰고, 농노계급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을 갖고 있어서 작품 속에 그네들을 반영했습니다.

1826년 카람진은 12권의 역사서를 미완성으로 남긴 채 사망했습니다.

가엾은 리자에는 당시 서유럽에서 유행하던 감상주의를 유감없이 반영했습니다. 감상주의에는 크게 두 가지 문학경향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계몽주의와 고전주의에 반기를 든 질풍노도의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에 호소해 눈물을 쏟게 하는 묘지 문학이었습니다. 묘지 문학은 이름 그대로 대부분 사연 많은 황폐한 무덤가에서 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가엾은 리자도 시작 부분에서 폐허가 된 수도원 무덤들 사이로 부는 바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리자는 은방울꽃을 팔러 모스크바에 갔다가 귀족 청년 에라스트를 만납니다. 에라스트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풍기는 리자에게 반하여 한동안 상류사회를 버리고 그녀와 만남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범한 후에는 전쟁을 핑계로 작별하고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하기로 합니다. 에라스트는 우연히 다시 만난 리자에게 백 루블을 주고 하인을 통해 집밖으로 쫒아냅니다. 리자는 깊은 절망 속에서 연못에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합니다.

신분상의 차이로 인한 불행한 사랑이야기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자연 묘사에 빠져들며 읽다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화자에 소설의 흐름이 방해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열고 닫는 화자는 가끔씩 중간에 등장하여 독자의 눈물을 유도하려 합니다. 마치 신파극의 변사같아서 오히려 소설의 감동을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화자가 드러나지만 않았다면 한편의 아름답고도 슬픈 동화 같은 소설 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현대소설에 익숙한 우리의 편견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남성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쾌락의 끝까지 가고 나서 원래의 제 갈 길로 돌아서는 에라스트에 대한 묘사입니다. 김은희샘은 이 부분에서 사랑의 행위는 뒤로 갈 수 없다.‘ 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뒤로 돌아간다면 사랑이 끝났음을 의미 하겠지요.

또한 이 소설에서는 죽음이 연속됩니다. 수도원 묘지에서 수도사들의 죽음을 묘사한 것에서부터 농부였던 리자 아버지의 죽음, 리자의 죽음, 리자 어머니의 죽음, 에라스트의 죽음등 소설 전체에 불행이 깔려 있습니다. 이것도 독자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한 감상주의 문학의 장치일 것 입니다. 거기에다 은방울 꽃의 꽃말이 성모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토론 때 우리는 우리들의 청춘 때의 사랑과 요즘 젊은 세대의 사랑을 잠시 비교하기도 했고 리자가 못 생겼다면 사랑도 비극도 없었을 텐데 예뻤기 때문에 불행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나눴습니다.

 

 

볼일이 있어 못 나오신 이순례샘, 낭군님 일 돕느라 못 나오신 엄선진샘, 강의가 있어 못 나오신 청일점샘, 다음 주 에는 푸쉬킨의 <역참지기>와 함께 뵙겠습니다.

 

 

 


이영희   16-03-19 05:16
    
'너희들도 사랑을 할 줄 아는 구나'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문득 아주 오래 오래 전에 봤던 영화속 장면이 하나 떠올랐어요.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을 맡은 ...
 흑인 선생이 백인 문제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좌충우돌하는 내용.
 
 선생님이 손을 다쳐 피를 흘리자 ...어느 학생의 말--
"  검둥이 피도 빨갛구나"-- 하는 장면이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는....
 주제곡인 ...투 써 위드 럽....으로 더 유명했지요.

저 가련한 리자에서.. 너희들도 사랑할 줄 아는구나..
그 말이나 흑인 피도 빨갛구나....ㅠ

백인이 백인끼리..흑인이 흑인을..
국가가 다른 국가를...한 나라안에 지방과 지방간에...
그래서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말.. 믿습니다..^^
까람진의 이 소설을 읽고.. 그나마 당시의 귀족들이 농노에 대한 생각이
적으나마 ...인간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서....

점점 진화하는 러시아 소설을 기다리며....^^
     
심희경   16-03-19 21:45
    
'칼 보다 펜이 강하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文은 武보다 강하다.' 라고 해석되는 이문장,
고등학교때 '성문종합영어' 에서 봤지요.
공부를 열심히 안한 탓에 다른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이 문장만은 외우고 있어요.
우리들의 수필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칼보다 강한 수필'
꿈꿔 봅니다. ^^
김정희   16-03-19 15:17
    
"은방울 꽃을  모스크바 강에다 던져 버렸다"
 생계를 위해 팔러 나갔던 은방울 꽃을 던져버리는 리자의 모습에서
  '너희들도 사랑을 할 줄 아는 구나' 를  넘어서
 '너희들도 사랑때문에 끼니를 버릴수도 있구나' 라고  놀라지 않았을까요?
 
값싼 감상주의라고 치부했는데  결과적으로 참혹한 농노들의 실상과
그들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권까지 인식하게 해준 격조 높은 문예사조였네요.

궁정사가宮廷史家로서 지배계급의 관점에서 역사집필을 시작한 그가
'민중 없이 러시아는 없다' 라고 인식한것은  카람진이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의 역사관도 진화시켰다고 생각해요.

문학과 역사의 접점을 어떻게 글로 풀어나갈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저에겐
카람진의 다른 작품들과 《러시아인 여행자의 편지 》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카람진을  알게해준  러시아 문학 수업은 제게 나날이  기쁨입니다.
또 다음엔  '앎' 에 대한 어떤 희열을 안겨다 줄까 ...하고 가슴 설레입니다.

심반장님~ 이번주는 쉬지도 못하시고 바로 수업 후기 올려주시느라 힘드셨겠어요.
늘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만난 김은희 샘과 러시아 문학반 샘들 만나뵌 덕분에 제 눈이 힐링되었어요~♡
     
심희경   16-03-19 22:03
    
'사랑 때문에 끼니를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절절한 사랑을 해 본지가 너무도 오래 되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사랑은 오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러시아 문학속에서는 가능하네요.
읽는 동안 주인공이 되어 맘껏 사랑에 빠지니까요.^^

김정희샘, 눈이 많이 나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박서영   16-03-20 10:59
    
김은희샘의 강의에 심반장님의 야무진 복습 노트에 ~잘 보지도 않은 tv틀었더니 (산업의 시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톨스토이가 농노들과 함께 생활하며 결국에 땅을 나눠주는데,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거부하던
장면... (부활)에서 네흘류도프의 사유지 분배에 받기를 머뭇거리던 농노들...
전기현의 씨네뮤직에선 (닥터 지바고)의 선율과 명장면들 보여 주고..  관심 만큼 보이는 걸까요?
요즘  제 눈엔  러시아적인것들이 많이 들어 오네요~ 톨선생, 도스선생, 푸선생정도 알았던 러시아 작가들에
대한 앎의 영역이 넓어지는것도 희열이고 꽉 찬 느낌입니다. 반전의 문체가 매력적인 이반 부닌에 이어
카람진도 알게되구요  마구마구 유식해지는 이뿌듯함...

리자가 빠져 죽은 곳에 꽃다발을 바치며 진실로 애도하는 상류층 젊은이들이 많았다니...
그 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라~~
심반장님 감사합니다.
     
심희경   16-03-21 18:02
    
'산업의 시대' 는 못 봤는데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봤어요.
 얼마전 공부했던 '안나 카레니나' 와 앞으로 할 '닥터 지바고',  '백야' 의 장면들과 음악이 가슴을 두드리더군요.
특히 닥터 지바고 에서는, 얼음으로 덮인 집안에서  밤에 늑대 울음을 들으며 시를 쓰는 지바고가 무척이나 낭만적으로 보였어요. 지바고를 연기한 오마 샤리프의 우수 깃든 눈동자는 너무나도 리얼한 지바고 그 자체이고... 
청소년기에는 독일 문학에 꽂혔었는데 중년을 넘어서면서 러시아 문학에 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