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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디게 더디게 와서인지 더욱 소중한 봄입니다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03-14 18:45    조회 : 3,993

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일가(一家)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 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나 멀리 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꺾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 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

 

제사를 즐겁다고 한 이 시에서는

아이들이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닌다는 표현이 좋습니다.

명절 풍속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고 있지요.

본래 의미가 변질된 명절은 현대판 이산가족의 만남일 뿐입니다.

이 두 번의 명절이 없다면 형제를 비롯한 친척들은

십 년이 가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69년 부산에서 출생하고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한 시인 박지웅은

2005문화일보신춘문예에 즐거운 제사로 당선되었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를 출간하였습니다.

 

가족사진 / 이창수

 

 

할머니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아니, 카메라가 초점에

잡히지 않는

우리 가족의 균열을

조심스레 엿보고 있다

 

 

더디게 가는 시간에 지친 형들이

이러다 차 놓친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처럼

잠시 후엔 누가 붙잡지 않아도

제풀에 지쳐 제각각 흩어져

갈 것이다

 

 

언제나 쫓기며 살아온 우리 가족

무엇이 그리 바쁘냐며

일부러 늑장을 부리시는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 위로

플래쉬가 터진다

 

 

순간, 담장을 타고 올라온

노오란 호박꽃이

푸른 호박을 끌어안고

환하게 시들어간다

 

 

가족의 균열을 다룬 시입니다.

'환하게 시들어 간다'는 모순으로 역설적 표현입니다.

전국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밥을 먹었으니 모두들 서둘러 떠나려고 합니다.

명절 때 흔히 보게 되는 쓸쓸한 풍경이지요.

 

1970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하고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한 시인 이창수는

2000년 <시안>으로 등단하였습니다.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인은 봄이 딴 짓을 하느라고 쉽게  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계절을 의인화 하여 의인관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았습니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이렇게 의인화를 하면 쉬워집니다.

봄은 가장 까다로운 20대 여인처럼 변덕이 심하지요.

왜 봄이 까칠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0년대에 쓰여진 이 시에서는 봄을 민주화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민주화는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 시는 중의법을 사용했습니다.

 

1942년에 태어나 2012년에 사망한 시인 이성부는

195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서 시<<바람'>이 당선되었습니다.

 

한 주를 결석하고 미안한 마음에 맛있는 떡을 갖고 오셨다는

문정혜샘 덕분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늘 성실한 자세로 강의실을 지켜주시는 문정혜샘,감사합니다.

한결 봄이 무르익었는지 무척 따스한 월요일이었습니다.

더디게 더디게 와서인지 더욱 소중한 봄입니다.

 


정정미   16-03-14 21:23
    
역시나 오늘도 빠른 후기에 당연하다는 듯 미소가 지어집니다.
반장님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문정혜샘  여태껏 수업에 빠지시는 분이 아닌데  정말 어쩌다  한 번
결석하셨다고 떡까지 해오시다니..... 포장도 예쁜 찰떡 넘 맛있었어요.
ㅎㅎ 또 결석 하시면 학습효과 땜에 떡 기다립니다 ....농담이예요^^

'적자생존(籍字生存 )이  적어야 산다'로  바뀌어 늘 메모를 하신다는 래순샘
표현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도 적어놓지 않으면 불안할때가 많아요. ( 적자 그래야 산다!!)

오늘 봄을 소재로 주제로 한 작품 덕에  봄이 성큼 다가온듯 했습니다.
봄 봄 봄~~~~~~~
     
한지황   16-03-15 05:07
    
봄처럼 위험한 계절은 없다는 스승님 말씀처럼
봄에는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지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희망도 가져보고요.
점점 인생의 봄과 멀어지는 나이 때문에 애착이 더 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찬란한 봄날 보내세요.  총무님!!
최영자   16-03-15 15:16
    
' 적어야 산다 (적자생존)'는  박래순 샘의  사자성어를 사용하는 재치에 저도 빙글빙글 웃었어요.
문우님들의 글을 읽다가 재치있는 문구가 나오면 눈망울이 똘망똘망 해지고  멍하던 머리속이 생기가 돌지요.

봄이 와서  맘이 느슨 해진걸까요?
수업 끝나고 별 생각없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반장님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전해준 핸드폰.  이런  핸드폰을 두고 나오다니.

반장님. 핸드폰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ㅎ
     
한지황   16-03-16 08:11
    
학창시절 100미터 달리기를 이 나이에 다시 해보다니...ㅎ
그래도 영자샘을 잡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지요.
모든 정보가 가득 숨어있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사라졌을 때 오는 당혹감!
알파고와 함께 인공지능이 가져올 괴력에
가슴이 콩당콩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