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까닭으로 내게 있어 다듬이 소리는,
하이데거식 표현을 빌려 말하면
비록 지금에 와서 그 자취가 사라졌을지언정
여전히 심장에 남아 그날의 ‘존재’를 거듭 떠올려
다시 살게 하는 ‘존재자’인 셈이다.‘
이재무 선생님 수필 <다듬이 소리>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시는 존재자들을 통해 존재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했습니다.
자연 사물을 통해서 신을 드러내고 증명한다는 말이지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시냇물, 오동잎은 자연 사물이고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누구의 노래입니까? 는 설의법으로
자기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법입니다.
누구란 절대자 즉 부처님으로
자연 사물인 시냇물, 오동잎을 통해서 절대자를 드러내고 증명한 셈입니다.
화가란 색, 음악가는 가락, 시인은 언어를 통해
존재를 구현합니다.
<다듬이 소리>에서 ‘존재’란 바로 어머니입니다.
이 수필은 전경화 법칙을 썼기 때문에
집중력과 일관성이 있습니다.
수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전경화 법칙입니다.
또한 기억을 사실대로 재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억을 굴절시켜서 지금 내 심정을 담고 의미 부여해야 합니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황인숙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자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앗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지르며
탕! 탕! 탕!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하늘과 새는 크기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이지만
조그마한 새가 그 넒은 하늘을 가지고 노는 것을 잘 그려낸 시입니다.
송아지 / 정현종
내가 미친놈처럼 헤매는
원성 들판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세상에 나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송아지
너 때문에
이 세상도
생긴 지 한 달밖에 안 된다!
곡식이 떠난 들판, 과일이 떠난 과수원, 배추가 떠난 텃밭이
갑자기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늘고 지쳐 보이는 겨울 들판이지만 한 달된 송아지가 뛰어다니니
겨울 들판도 젊고 생생해 보입니다.
낚시를 하다가 낚싯대에 걸린 대어를 잡아당기는 순간
대어가 강물을 끌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마치 강 하나가 빨려나오는 느낌으로
스승님은 시를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낯선 표현을 하면 주어와 목적어를 바꾼다면
시는 생동감을 얻습니다.
때로는 주어의 장기집권을 그만두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둥오리가 갈대숲에서 나온다’가 아닌
‘갈대숲이 청둥오리를 토해낸다’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봄 학기의 첫날, 오랜만에 나오신 박인숙샘! 정말 반가웠습니다.
새 회원도 두 분이 계셨지요.
김한남 선생님. 해방둥이라고 밝히셨는데 퇴직 후 사진도 배우시고
개인전도 하셨다는군요.
이미 200편이나 되는 수필을 쓰신 다재다능하신 분이십니다.
신은진 샘은 해마다 눈을 보는 감성도 늙어가는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남은 감성이나마 꺼내보자고 나오셨다고 합니다.
두 분 환영하고 새 식구가 늘어서 신이 납니다.
정정미 총무님이 맛있는 단팥 소보루를 사 오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달콤한 빵처럼 봄 학기 내내도록 달짝지근한 정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