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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사병 ( 러시아 문학반-러시아 고 읽기반 )    
글쓴이 : 심희경    16-02-28 10:42    조회 : 5,326

일사병

   

작가 이반 부닌, 러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반 부닌을 비롯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미하일 숄로호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조지프 브로드스키(시인)등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5명이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구요.

단편집 <<사랑의 문법>>안에 들어 있는 <일사병>을 공부하기에 앞서, 프랑스로 망명했던 이반 부닌의 망명 전과 후의 삶, 수많은 사람들이 망명했던 망명시기, 망명 인텔리겐차들에 대해 김은희샘의 강의를 들으며 혁명과 전쟁으로 대변혁을 겪은 러시아를 보았습니다.

이반 부닌은 1870년 중부도시 보로네쉬에서 몰락한 귀족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났습니다. 소년시절에 푸쉬킨과 레르몬토프를 모방한 시를 썼으며 잡지<조국>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합니다. 그 후에 계속 산문을 발표하고 시 보다 산문 작가로 더 많은 인정을 받게 되는데 시적인 서정이 어린 산문을 썼습니다. 첫 단편집<<세상의 끝>>이 호평을 받았고 1903년에는 푸쉬킨 문학상을 받습니다.

신혼여행으로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을 여행한 이후, 전 유럽과 터키, 알제리 등을 여행하여 많은 영감을 받고 유럽적인 것과 아시아적인 것을 통합하는데 관심을 갖습니다. 이집트, 세이론 섬 여행에서 받은 인상을 단편<형제들>에 반영했습니다.

피폐한 농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시골>로 명성을 얻고 <안톤의 사과><시골>은 전형적인 러시아인의 성격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봄날 밤>,<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는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고, <창의 꿈>에서는 동양철학을 반영하며 시공을 초월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썼습니다.

그는 1917년 혁명을 극도로 싫어했고 참사로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에는 혁명을 환영했으나 비인간적인 유혈사태로 인해 인간사회를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광란의 짓거리라고 평가 했습니다. 혁명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일기를 쓰고, 1920년 프랑스 파리로 망명합니다. 그해 자신의 어릴 적 사랑을 다룬 <미쨔의 사랑>을 발표합니다.

그의 주된 창작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은 서로 교감하는 하나의 유기체’, ‘창조주의 지배를 받는 죽음과 시간이라는 우주질서’, ‘사랑으로 극복해야하는 존재의 유한성등 이었고, 톨스토이를 깊이 존경하여 그의 작품과 사상에 매료되었습니다. 체호프, 고리키와 친분이 깊었으나 러시아 혁명 후에 고리키와는 사이가 틀어집니다.

그는 당대에 지배적인 상징주의, 혁명의 도구화된 사실주의와 거리를 두고 어떤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사실주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서정적 산문기법을 추구했습니다.

1933<<아르세니예프의 삶>>으로 러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후 체호프에 대한 많은 자료를 모아 회고록 체호프에 대하여를 미완성으로 남기고 1953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일사병>은 여행 중에 처음 만난 중위와, 남편과 세살바기 딸이 있는 유부녀와의 짧은 불륜을 묘사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안나 는 불륜을 길게 이어 가지만, ’일사병의 여인은 상대 남자에게 자신의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하룻밤 사랑을 불태우고 떠납니다. “우리 둘 다 일사병 같은 것에 걸렸던 건 아닐까요.” 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는 여름날 꿈결처럼 다가왔다가 꿈결처럼 떠나버린 이상한 로맨스에 몸이 달았다가 그녀의 말대로 일사병에서 깨어난 후 10년은 늙은 것처럼 느낍니다.

어제 TV의 한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배신과 복수와 죽음이 전편에 깔린 영화 대부의 음악을 들려주며 진행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배신 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랑이라고. ‘일사병의 여인은 아침이 되자 정신을 차리고 배신 보다 더 위험한 사랑을 떠나 자신의 집으로 가는 배를 탑니다.

이 소설에서도 안전한 사랑을 놓아두고 위험한 사랑으로 향하는 남녀를 보면서, ’결혼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 소설 속 여인은 뱃머리에 머리를 휘날리며 영악하게도 일사병으로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났다고 안도할 것 같군요.

   

이사회에 참석해야 해서 수업 중간에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강의실을 나왔습니다. 수업 후반부와 토론 때 하셨던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김정희   16-02-28 16:09
    
자신의 외도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리고 당당하게 불륜의 관계를 지속하다가 불행해버린 《안나카레니나》,
반면에  서로의 가정을 지키며 몰래 사랑을 키워나가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제목처럼 마치 한바탕 일사병처럼  하룻밤 One night stand의 정염으로 끝내버린 <일사병>을 끝으로~
드디어  '불륜의 러시아판版  3종세트' 를 마스터했네요^^
'배신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랑' 이라고 말한다면 , 우리들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이 위험한 사랑의 전투를 간접경험했구요.
그게 바로 문학의 매력이겠지요. 
하필이면 이사회 가는 날이어서 ...  러시아 망명작가들에 관한 수업을 못들었네요. 에구구..아쉬워요ㅜㅜ
혁명이란 , ‘비인간적인 유혈사태로 인해 인간사회를 강제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광란의 짓거리’ 라는 부닌의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심반장님 알토란 같은 수업후기는 언제나 톨스토이式으로  영혼의 양식이 되어줍니다. 아리가토셰셰멸치뽀꿈~^^
이영희   16-02-28 18:12
    
기름기 없는 이야기...'일사병'
영화의 한 장면을 뚝 떼어낸 듯한.. 하지만 모든 정황이 다 들어가 있는.
태양빛에 그을린 여자의 탱글한 몸매에서 나는 냄새 (화근내)? 까지... 상상했지요.^^

톨스토이의 안나, 체홉의  안나... 그리고
부닌의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맹랑한 유부녀까지. .. 점점 진화하는 사랑의 유람선.

남자는 여자와  하룻밤 자고 나서 거울 속 자신을 보고 10년은 늙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남자가 여자를 안고 나니 인생사가  달라보이고... 철이 갑자기 든 것을 이야기 하고픈건지.
아니면 부닌이...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니..'일사병' 안에  장자의 '호접몽' 을 꼭 대입시키고팠던 것인지.
.......여자의 꿈속에 자기가 들어가 한바탕 놀았나..아니면 남자의 꿈속에 여자가 들어와 놀았던가...??!! ㅋ

우얏든 ..이야기는 더이상 상상하지 않아도 되니 깔끔한 마무리.
이야기가 끝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맺음도 좋지만 ... 난 이런 이야기가 훨 좋더라구요...^ㅇ^

오랜만에 눈송이가 펄펄 내렸지요.
<부활> 읽어야하는데.. 조금 멀리 어디 좀 다녀 왔더니...진도는 안나가고..ㅠㅠ
그래도 빡세게 할당량을 향하여....
정진희   16-02-28 20:49
    
저도 이사회 참석으로  또 하나의 불륜판을 못 들어 섭섭~^^
근데 배신보다 위험한 것이 사랑, 이라는 말에 확~꽂히네요.
모든 사랑은 파멸을 지향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르고요..
사랑으로 인해 한번도 위험에 처해보지 못한 나는 ...
과연 사랑했다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밤이네요^^
박서영   16-03-01 21:53
    
톨스토이의 안나는 온 몸을 던졌고  체홉의 안나는 007작전처럼 위태한 사랑을 하면서도 괴로워하고 끝나버린 소설의 뒷얘기가 심란하게 상상이 되더니~~ 부닌이 그려낸 무명씨의 여인은 참 깔끔하네요.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면  부닌의 여인~
다른 작품들에서 다소 황당한 주인공의 죽음으로 인해서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든 치열한 인생이든  그 유한함을  말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알듯도~~
꿈같은  원 나잇 스탠드를 하고 배를 타고 떠나버린 그녀는  참 쿨한 여자? 아님 선수?
많은 상상을 하게되는 고향도 이름도 성도  그 무엇도 밝히지 않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