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러시아 문학반-러시아 고전 읽기반)
안나 카레니나에 뒤이어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했습니다. 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 남부 항구도시 타간로그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농노였지만 나중에 자유인이 되었고 아버지는 조그만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16세 때 아버지가 파산하여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사하면서 체호프 혼자 타간로그에 남아 중등학교를 마쳐야 했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지만 이 경험은 그가 인간의 특성을 파악하게 해 주었고 그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갔습니다. <어수룩한 사람>과 <가정교사>등의 작품에 그때의 경험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모스크바 의대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위해 소설을 쓰는데 유머와 풍자가 있는 짧은 소설 속에 하급 관리, 농민, 가난한 지식인 등 ‘작은 인간’ 들을 담아냈습니다. 1880년 페테르부르크의 주간지에 실린 <박식한 이웃에 보내는 편지>가 지면을 통해 발표한 최초의 작품이며 <관리의 죽음>,<뚱뚱이와 홀쭉이>,<카멜레온>등을 발표하며 다작의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최고의 신문 중 하나였던 ‘신시대’를 이끄는 수보린에게 발탁되어 대작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고 <아가피야>,<여행 중에>,<성스러운 밤에> 등의 작품이 이 시기에 쓰여 졌습니다.
체호프는 풍경화가 레비탄을 통해 인상주의 화풍을 접하게 되고 이를 문학에 접목 시킵니다. 그의 문학관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의해 다채롭게 반짝이는 대상의 순간을 깊이 있게 잡아내고자 했던 인상주의와의 연결성을 드러내는 것 이었습니다. 그것은 날카로운 직관과 더불어 간결하게 대상을 포착하면서도 대상의 속내를 잡아내는 것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사할린 섬을 여행한 후에는 <시베리아 여행>과<사할린 섬>을 남겼으며 1892년 모스크바 근교 멜리호보에 영지를 사고 1897년 까지 머물며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콜레라가 창궐할 때는 톨스토이 등과 함께 구호활동을 벌이며 의사로서 봉사했고 이 시기에 <다락방이 있는 집>,<3년>,<나의 인생>,<농부들> 등의 작품 속에서 인간생활의 객관적 묘사와 등장인물을 넓은 시야에서 밝히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개업의 로서의 활동과 지칠 줄 모르는 창작활동이 건강을 잃게 했고 폐결핵에 걸리면서 이것이 평생의 지병이 됩니다. 얄타에서 요양할 때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썼고 말년에는 불후의 명작인 희곡 <갈매기>,<바냐 아저씨>,<세 자매>,<벚꽃동산>을 남겼습니다.
1904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요양 중 숨을 거두고 러시아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 되었습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사랑에 빠진 여자 이름도 ‘안나‘입니다. 얄타에 온지 두 주일 된 유부남 구로프는 그곳에 온지 닷새 된 금발에 베레모를 쓰고 흰 스피츠 종의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유부녀 안나와 불륜을 맺습니다. 그전에 바람을 피우던 여자들은 금방 싫증이 나고 역겹게 느껴졌었는데 안나에 대해서는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두드러진 무채색은 두 사람의 불안을 반영합니다. 흰색 스피츠는 안나의 공허와 외로움이며 회색 울타리, 안나의 회색 눈, 회색 옷, 회색 싸구려 모포, 구로프의 희어지기 시작한 머리 등은 차가움, 사회적 불신, 의심, 방관, 질투, 욕정등을 나타냅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부정한 사랑의 결말은 ‘죽음‘ 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에 비하여 이 소설은 불륜이 진행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체호프는 이 불륜의 결말을 작가가 내리지 않고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구로프가 안나에게 가는 길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기온은 3도 인데 그래도 눈이 내리는 구나. 하지만 따뜻한 건 땅의 표면이지. 대기의 상층에서는 기온이 전혀 다르단다.” 이 말은 작품 전체를 함축합니다. 상충되는 두 사실, 내리는 눈과 영상3도가 공존하는 위태로운 불안정성을 나타냅니다.
이 소설은 얄타에서의 경험과 작가의 마지막 사랑인 올가 크니페르와의 사랑이 접목되었다는 의견과 함께 반사회적 소설이라는 평가와 위대한 작품 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 불안한 상태 속에서 각각의 가정이 있는 구로프와 안나가 위험한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해 우리들의 뜨거운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그냥 지나가는 사랑일 수도 있고 진실한 사랑일 수도 있다“ ”불륜이 끝나지 않는 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나눠 가져야하는 애틋함 때문이다“ ”함부로 불륜을 저지르면 죽음으로 끝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륜은 여자에게 더 손해다” “‘먼 항해를 나갈 때는 한번 기도를,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번 기도를, 결혼 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는 말이 있다” “사랑의 열정이 지나가면 의무와 책임감으로 살아야한다” 등등의 내용과 다 올릴 수 없는 많은 이야기 들이 오갔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과 음악, 성 ,그리고 죽음> 이라는 흥미로운 논문 한편을 읽었습니다. 이 논문은 ‘성욕이 예술의 기원이 된다.’ 는 톨스토이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언급은 다윈의 <<인간의 유래>>에서 차용하여 ‘음악 예술의 기원은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울음소리’ 라고 했습니다. 또한 음악은 인간 내면의 성적 감성을 자극하여 삶 자체를 파멸 시키고 죽음으로 인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통해서 묘사했다고 합니다.
톨스토이는 음악마저도 우리를 성적으로 타락시키고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란한 락 음악이나 트랜스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의 악마성을 느낄 때도 있지만 순기능 으로서의 성스러운 음악은 우리를 영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는 것을 보면 톨스토이의 주장은 역기능으로써의 음악일 때 만으로 한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 부정한 사랑은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반면, 체호프는 사랑에 대한 자유로운 결론에 이르도록 결말을 열어 놓았습니다.
임명옥샘, 수정작업 하느라 빠진 자리가 허전했습니다. 이영희샘의 과자와 김정희샘의 제주도 초코렛 감사합니다. 박윤정샘, 아드님의 대입 합격턱으로 쏘신 점심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러시아 문학과 연애하는 요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