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에서 독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모든 글은 실패입니다.
제 40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 김경욱의 <천국의 문>의
첫 문장은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기별을 들었을 때
여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을 고치는 것이었다.‘
상식을 뒤엎는 이 첫 문장으로 인해 독자들은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떨치고 싶어서 다음 문장을 읽게 됩니다.
혹시 엽기?하는 마음도 들지요.
이렇듯 첫 문장은 감각적이고 인상적이며 간략한 것이 좋습니다.
소설 공부 첫 시간으로 서정인의 <강>을 공부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 100년> 중 <단편소설 베스트 20> 에 선정된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 주목할 점은
첫째, 문체입니다.
작가의 문체를 파악하고 다른 자가와의 차이점을 찾아봅니다.
서정인의 <강>과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비교해보면
김승옥의 문체가 훨씬 감수성이 깊으며 농밀합니다.
물론 우열은 가릴 수는 없지요.
둘째, 줄거리입니다.
전체 줄거리를 요약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주인공 성격 파악입니다.
넷째, 인상적 진술
다섯째, 작가 경향
여섯째, 주제입니다.
<강>에서 이름은 생략한 채 김씨 등으로 표현한 것은
대유법을 사용함으로써
특별한 존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임을 나타냅니다.
강이 보통 사람을 대변하기 때문이지요.
강은 운명, 민족의 삶, 역사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다에 도달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삶과 조우하게 됩니다.
바다는 생성과 소멸의 이중 공간입니다.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열등생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이 소설의 주제입니다.
‘누구나가 템즈강에 불을 처지를 수야 없는 일’라는 말에서
자신의 욕망을 불태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느껴옵니다.
60년대 만해도 교육은 계급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그 사다리마저 사라졌습니다.
흙수저, 금수저가 회자되는 세상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60년대에도 이런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흑백사진을 보는 듯합니다.
옛날 소설을 읽으면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요즘 소설은 표현주의 즉 내면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사실성과 무관합니다.
우리의 정서는 아직 리얼리즘에 익숙한데 말입니다.
김동리의 <무녀도>는 종교적 갈등 즉 문명과 문명의 충돌을 다룬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인물 성격이 아주 대조적이어서 캐릭터가 분명합니다.
<등신불>처럼 액자 소설 구성입니다.
서술 양식에는 말하기(telling)과 보여주기(showing)이 있습니다.
‘말하기’는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직접 말하는 것입니다.
‘보여주기’는 관찰자 시점에서 등장인물의 성격, 심리를 직접 말하지 않고
대화나 행동 묘사를 통해 독자가 짐작하고 판단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현대 소설일수록 ‘보여주기’가 많습니다.
똑똑해진 독자는 일일이 짚어주지 않아도 파악을 잘 하니까요.
수필을 쓸 때 설명을 하지 말고 묘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지요?
이렇게 소설 첫 수업은 많은 것을 배우고 알차게 보냈습니다.
다음 달 공부할 소설은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입니다.
이왕이면 황석영의 중편 <객지>도 읽어오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명절 후유증인지 결석자가 많았습니다.
진미경샘이 갖고 온 레드향이 어찌나 향긋하던지요.
이번 학기도 두 번이면 끝을 맺습니다.
3월에 개강하는 봄 학기,
그리운 얼굴들과 새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