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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상상과 허구(서강반) & 아프로디테의 황금사과와 수저계급론    
글쓴이 : 안해영    16-01-25 19:32    조회 : 4,074

서강수필바운스(2016, 01. 21, 목)

- 수필의 상상과 허구(서강반)

 

1. 수필에서의 상상력은?

수필은 자신의 사상, 관점, 체험, 감정을 허구가 아닌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는 장르이다. 즉 사실을 토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문학적 진실을 구현한다. 문학적 효과(감동) 제고를 위한 선의의 조정(Adjustment)은 가능하지만, 있지도 않은 일을 있었거나, 있음직하게 꾸며 거짓으로 왜곡(Manipulation)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처음부터 속이려 드는 것은 자기기만이자 수필의 정체성을 훼손한다.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시나, 소설, 특히 소설을 쓰라!)

2. 비유의 명(明)과 암

비유는 글의 알파와 오메가가 아닌 수사법(修辭法)의 일종이다. 새롭고 고유하며 보편적인 비유라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관습적인 죽은 비유(Dead Simile, Dead Metaphor)는 쓰지 않으니 만 못하다. 사유와 경험에서 얻은 참신한 비유는 아름다움과 깊이를 담보하지만, 지나치면 글을 천박하게 하고 뜻을 모호할 우려가 있다. 수필은 의도하는 메시지의 정확한 전달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산문 장르이다. 서술과 묘사, 비유를 통한 형상화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회원 글 합평

오줌싸개(강진후)

화자는 오랜만에 만난 초등하교 동창과 수덕사 탐방 길에서 오줌싸개 동자승의 동상 앞에 선다. 아련한 추억담을 나누는 중 예전의 허물(트라우마?)을 짐짓 모른 척 해 주는 남자 동창의 마음 씀과 배려를 담은 따뜻한 글이다. 주제는 유년의 순수에 대한 그리움이다. 극적이면서도 훈훈한 반전이 이 글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야기 전개에서 도입 부 수덕여관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주제와 어긋나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음. 삭제해도 전체 내용에는 지장이 없을 듯한데.

올리브 비누(배경애)

2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는 말에 웃음꽃 만발. 정확한 문장에 ‘부담 없는 이야기+공감을 이끌어내는 사유+적절한 인용’이 어우러져 서강수필의 명작 중 한 편으로 자리매김 하리라는 교수님의 예언이 뒤따랐다. 여행 전 서먹한 분위기로 헤어졌던 친구가 선물로 가져온 올리브 비누로 우정을 회복하는 내용이 기둥 줄거리다.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선물의 보편적 의미로 나아간다. 어릴 적 산타클로즈에 얽힌 회상 대목을 좀더 맛깔스럽게 보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참 하찮아 보이는 것(김정옥)

버려진 하찮아 보이는 작은 것을 통해 생명에 대한 경이와 신비를 느끼게 하는 글이다. 버려진 화분-->철쭉꽃-->말구유의 예수 탄생으로 이어지는 화소 배치가 잘되어 경건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후반부의 열 한 살짜리 여자 아이 이야기는 새로운 생명의 눈뜸이 아닌 감금과 압제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로 글의 흐름과 배치되니 삭제하거나 순화한다. 오랜 습작과 내공이 엿보이며 자기류의 덫에 빠지지 않았다. 첫 글이지만 대번에 OK 합격을 받아 반원을 깜짝 놀라게 한 글.

 

4. 서강반 동정

갑작스런 번개가 한 겨울 마른하늘에 쳤다. 수업을 40분 정도 일찍 마치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고고(Go-Go). 사실 수업 시간을 단축한 것은 아니다. 교실 수업 시간을 줄여 이동 수업을 한 것이니까. 늘 그렇듯 뒤풀이가 더 즐거운 시간. 한 겨울 수산시장의 방어회 맛은 일품. 더구나 늦은 시간도 아니어서 맘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화기애애하게 친목을 다진 시간 올해 더 좋은 글들이 쏟아 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군. 어쨌거나 서강반의 빈번한 단체 수학여행으로 수산시장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뒷소문 무성. 믿거나 말거나!


#한국산문 강의실 풍경-김창식의 문화 인문학 수필강좌(20, Jan.)#

아프로디테의 황금사과와 수저계급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나오는 ‘아프로디테의 황금사과’를 모티프로 인문학적인 에세이 작성 방법과 사례를 소개함. 아름다움(외모)의 잣대만 적용한 결과 당사자 간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국가 간 대규모 전쟁을 불러와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따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란과 비교한 에세이.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노련한 심리 조정자였다. 불화의 시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같은 하나의 기준만을 던져주면 된다. 그러면 일등이 되기 위한 경쟁과 갈등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갈등 속에 놓인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증오의 말들로 불화가 증폭되고 진영 간의 대결은 더욱 격렬해진다.

요즘 떠도는 소위 수저 계급론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수저가 있다. 식사용, 디저트용, 조리용 등등. 모두 필요하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수저 계급론은 형태나 용도가 아니라 소재의 색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수저를 구분했다. 그 분류법 앞면은 뼈저린 절망감이지만, 기성세대들이 물질적인 성공만을 유일한 잣대로 젊은 세대들을 내몰았기 때문에 일어난 파탄의 한 단면이다.

하나의 기준으로 다양한 사회 성원을 줄 세우는 사회에서 삶은 지옥이 된다. 하나의 기준은 하나의 일등만 만든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다양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고, 지금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삶에서 일등을 해야 한다. 산화의 여신들은 황금 사과를 발로 차버렸어야 했다. 원주인인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품에 다시 떨어지도록. 단 사과에는 ‘가장 추악한 자에게’라고 써서 말이다.”

(이진숙: 미술 문화 평론가)

 

 


강진후   16-01-25 21:14
    
안해영선생님 후기는  역시 달인의 색깔로 빛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배선생님 올리브 비누, 김정옥선생님 참 하찮아 보이는 것
좋은글을 서강반 선생님 모두가 함께 공유하게되어 감사드립니다.
목요일 그 날의 마른하늘의 번개팅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안선생님 감사합니다.
     
안해영   16-01-26 20:43
    
뒤 돌아 보면 크면서 일어났던 수 많은 실수들은 오늘의 어른이 된 밑거름이었지요. 큰 실수는 어른이 되어서도 더러 잊혀지지 않고 대목대목마다  삶의 지침이 되기도 해요.  어느 높은 절벽에서 끝도 없이 추락하며 오금이 저리는 상황을 겪으며 추락의 끝이 어디일까? 몸서리치다 눈을 떠보면 흥건히 젖어 있던 요 위에서 행여 곤히 잠자던  엄마, 언니, 동생이 알아챌까 봐 전전 긍긍하던 새벽녘의 그 참담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웃으며 추억거리로 글감까지 되니 부끄러운 과거는 없나 봅니다.  오래된 된장국 같은 친구와 오줌싸개 동상 앞에서 떠오른 소금쟁이를 혹여 친구가 살짝 발설 하였다면 조금 부끄러웠을까요?  과묵한 친구의 듬직한 속마음이 한없이 따스히 닥아오네요.
     
신현순   16-01-27 08:38
    
강선생님! 같은 곳에 있었는데 서로 다른 것을 보았네요.
생각을 놓고 있었던 저랑은 사물을 포착해 내는 능력이 역시 다르군요.
배려심 많은 친구 덕분에 그 때 우리 참 좋았지요? 
마구 부러웠습니다. 고향에 저런 남자친구 한명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ㅎㅎ
그동안 강선생님이 저축한 배려심의 내공이 아닐까 싶어요.
글에서 만나니 다시한번 친구의 환대가 생각납니다.
 
꿈속인지 현실인지 알듯 모를듯 뜨뜨 미지근한 기분좋은 느낌!
잠결에 순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큰일났다 싶지만 잠을 물리칠 수 없어 그냥 자버리거나 깼을 때 '아차'싶어
그날 따라 시키지도 않은 이불을 개껴 놓기도 하였죠.
볕에 말린 요 위에 주홍글씨는 아니라도 테두리가 진하게 그려진 다양한 지도를 잘도 만들었죠.
우린 이미 세계지도를 척척 그려내는 신동이 아니었나 싶네요. ㅎㅎ
덕분에 추억 하나 꺼내봅니다.
선점숙   16-01-26 13:09
    
안샘 ! 역시 멋져요---^^ 우리반 모두가 멋지고 자랑스럽지만 안샘은 더욱 빛나요. 우리반이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에 침 안발랐어요. ㅎㅎㅎ) 강의 시간에 잠깐씩 딴 나라를 여행하곤 해서 멍을 때리는데 강의 후기를 읽고는 복습하며 재공부가 된답니다. 맛깔스럽게 정리되어 이해가 잘되어요.
     
안해영   16-01-26 20:51
    
선샘도 이제 한 번 슬슬 시작해 보실 떄가 된 듯 합니다.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요점 요약 정리하듯 그리 하면 되어요.  별것도 아닌 것이 그냥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지지요?  특히 우리 교수님의 오락가락하는 강의 방식(?)을 어떻게 정리하여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랍니다.  그런데 걱정 할 것 없어요.  안보이는 우렁각시가 있으니까요.  선샘의 남다른 튀는 성격의 전투적 기질까지 겹쳐지면 더 생생한 후기 탄생 할 듯 합니다.
안해영   16-01-26 21:08
    
지난 주말부터 밀어닥친 한파와 남부 지방의 폭설에서 예전에는 그런 폭설이나 영하 20도 정도의 혹한은 늘 있었던 겨울철 일기 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기후변화로 몇 년 만의 폭설이란 이야기로 뉴스 거리가 되네요.  초등 학교 다닐 때 내 키보다 더 높았던 눈 산에서 놀던 기억은 아스라한 추억이되네요. 눈 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타고, 팽이도 치던 집 앞 논배미도 그리운데 실제로 고향에 가서 보니 그런 추억을 떠 올릴 장소도 없어졌어요.  농촌에도 도시민이 내려오면 쉴 공간 마련을 위해 논을 없애고 그곳에 팬션을 짓고 있어요.  이런 일들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이지 판단 할 시간도 없이 시간은 마구 앞으로 달려가네요.
선점숙   16-01-26 23:38
    
ㅋㅋㅋ 시골에서 할아버지께 들었던 논배미란 말때문에 늦은 시간임에도 웃었네요. 정겨워요. 우리는 동년배라 추억이 같네요. 문득 고향이 그리워지며 가고 싶어졌어요. 추위에 건강조심하고 목요일에 만나요.
     
안해영   16-01-30 13:36
    
밭뙤기, 논배미 우묵배미, 안고랑....등등의 토속적이고 시골스런 단어들을 보면 왠지 그 시절 그 때가 생각나지요?
신현순   16-01-27 01:55
    
바빴을 텐데 수고하셨습니다. 안선생님!
서강반에 좋은 글들이 쏟아 지고 있어 저도  신이납니다.
그 물에 그 밥! 글쓴이가 아니라도 함께 있으면 우리도 덩달아 격상 되는 거지요? ㅎ

비유의 명과 암의 경계를 제대로 알게 되는 게 언제쯤이 될까요?
 새롭고 고유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
 사유에서 얻은 참신한 비유여야 한다.
 비유를 통한 형상화가 서술과 묘사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다시 보니 밑줄 쫙 그어야 할것 같네요.
덕분에 기억에서 제각각 멀리 떠난 것들을 다시 모아 보게 됩니다.
안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번개에 그렇게 호응이 좋다니요? 깜놀이었습니다.
지휘자 덕분일까요? 서강반의 팀웍 덕분일까요?
암튼, 화기애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휘자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안해영   16-01-30 13:38
    
그 화기애애하다는 뒤풀이라든가 이번 같은 번개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늘 갈증을 느끼는 시간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보상으로 오겠지요?  난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