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운무에 가린 소나무를 닮아있었다고 하면 저만의 착각일까요? 희끗한 안개 빛 머리칼과 검정 테 안경, 올 블랙 스타일에 형광 분홍색 스니커즈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신다는 배병우 작가님은 시종일관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지루할 틈 없는 강의를 하셨습니다.
파리 샹보르 성 내에서 열리고 있는 ‘숲 속으로’의 사진전과 경주 소나무 숲, 창덕궁의 사계절, 종묘, 알함브라 궁 숲과 정원의 사진 작업, 제주도 오름의 능선과 순천 선암사 등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전시회 준비와 작품설명, 또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과 나무와 숲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들려주셨습니다. 사진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열정, 아울러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은 빛 그림이란 뜻입니다.”
그림자 없는 그림을 좋아하는 작가는 흐린 날 그림을 그리듯이 대부분 작가마다 좋아하는 광선이 있다고 합니다. 빛 그림의 관점에서 그리는 서양화에 비해 동양화는 선 그림으로 이루어져 그림자가 없습니다. 빛의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배병우 작가는 아침 해 뜰 때의 아침 광선을 제일 좋아하며 다음으로 해 질 무렵이라고 합니다.
“주로 바다와 산속의 나무를 찍습니다. 나무나 들, 바다를 보면 흥분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무를 찍다가 꽃을 찍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나무는 꽃이 핍니다.”
소나무 사진에서 마치 수묵화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는 질문에 대해 동양화 자체가 수묵화이며 수묵화에서는 깊이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는 흑백이 더 맞는 것 같다는 답을 했습니다. 그는 겸재 정선과 윤선도의 그림을 보면서 한국의 상징이 뭘까 생각하다가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주의 소나무가 하나의 전형입니다. 서양인들이 그의 사진 속 한국의 소나무를 보고 ‘신성한 나무(Sacred Wood)’라고 부르는 것도 어쩌면 천년이 넘는 왕릉, 무덤가의 소나무 숲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이 든 나무를 보면 영적으로 느껴진다는 작가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쭉 곧은 프랑스의 소나무에 비해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구불구불하며, 소나무가 남성의 선이라면 제주 오름은 여성적이면서 부드럽고 완만한 선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이 파괴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배병우의 ‘우’가 비 우(雨)이고, 비 오는걸 좋아한다는 작가의 사진영상과 강의실에 울리던 맑은 새소리와 고즈넉한 소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온종일 들렸습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은 이 한마디가 아닐까싶습니다.
“유행에 따르지 말고 일관성 있게 끝까지 가야 길이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분이라 지식정보는 생략했습니다만, 작가의 작품이 더 궁금하시면 가까운 리움미술관(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유난히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주신 우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리 연락주신대로 정확히(아마도) 9시 44분에 도착하셨을 교수님과 배병우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강의실에 역시나 부리나케 들어선 엄청 죄송한 저와, 먼 곳에서 서둘러오셨을 다른 반 문우님 반가웠습니다.^^ 기다렸으나 뵙지 못한 분들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분들로 인해 더없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강월모샘, 김문경샘, 문영일샘, 이완숙샘 특히 감사합니다.^^.
감사한 일이 많았던 오늘 하루를 우리교수님 글로 수업 마무리합니다.
<...오름의 선(線)들은 훨씬 단아해졌고, 운무에 가린 소나무는 고즈넉한 신화 속에 잠겨있었고, 물가의 검은 돌들은 하얗게 눈송이를 이고, 꽃은 만개하였고, 구릉 위의 마른 나무 가지들은 물에 번진 수묵화처럼 운치를 더하였다...>
다음 시간에는 모두 6편의 작품 합평이 있습니다. 지난시간과 오늘 제출된 작품 꼭 챙겨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