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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왔으면 좋겠어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01-11 19:20    조회 : 4,001

겨울이 깊어가고 있지만 눈 소식은 감감한 1월입니다.

눈이 온 세상을 뒤덮고 나면 평등하고 순결한 세상이 되어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지요.

폭설은 하늘이 내려준 도화지입니다.

눈 위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봅니다.

눈 오는 밤이면 스승님이 홀로 듣는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밤눈 / 최인호

한 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리

잠만 들면 나는 거기엘 가네

눈송이 어지러운 거기엘 가네

눈발을 흩이고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라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

한 밤중에 눈이 나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 수록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밤눈70년대 초 입대영장을 받은 송창식이

제대 후에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싶어 심란해하던 중

마침 소설가 최인호가 통기타 가수들에게 노랫말을 줘서 곡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송창식에게 배당된 노랫말이 밤눈이었는데

서정적인 노랫말에 허탈한 젊음의 가없는 심정을 담았던 송창식은

다시는 만들 생각도 없고 그렇게 부를 수도 없는 노래”' 라고 하면서

흘러가버린 세월을 이야기했습니다.

 

첫눈 / 이재무

첫눈은 우리가 잠 든 사이에 왔으면 좋겠어..

도둑 떼처럼 남몰래 쳐들어와서 세상이 만든 지도를

지웠으면 좋겠어..

늦은 아침 오줌이 마려워 문을 열었다가

빛을 반사하는 흰빛에 깜짝 놀라 잠시 눈이

멀었으면 좋겠어..

가지마다 열린 눈꽃 음표를 읽으며

콧노래를 부르면 좋겠어..

이웃에게 정답게 인사를 건내고 이민 간 옛 친구에게

, 네 살던 마을에 첫눈이 왔어야!

문자를 남겼으면 좋겠어..

하늘이 내려준 하얀 도화지에 괴발개발

낙서를 남기며

늦장 부리다 지각하여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퇴근길 주머니가 허전한 실직을 불러내

따뜻한 술을 마셨으면 좋겠어..

첫눈은 눈꽃 화음에 귀가 젖어

곤한 잠 자는 사이에 내렸으면 좋겠어...

 

참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입니다.

이런 첫눈이 온다면 온 세상이 더 환해질 것 같아요.

 

 

눈사람 / 이재무


눈 내린 날 태어나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회관 한 구석

혹은 골목 모퉁이 우두커니 서서

동심을 활짝 꽃 피우는 사람

꽝꽝 얼어붙은 한밤 매서운 칼바람에도

단벌옷으로 환하게 꼿꼿이 서서

기다림의 자세 보여주는

표리가 동일한 사람

한 사흘,

저를 만든 이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마음의 심지에 작은 불씨 하나 지펴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이

이 세상 가장 이력 짧으나

누구보다 추억 많이 남기는 사람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벙어리장갑이 젖어들고 볼이 발개지도록 눈덩이를 만들어

눈사람을 만들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너무 짧은 삶을 살아가야하지만

꼿꼿이 서서 표리가 동일함을 실천하는 눈사람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겨봅니다.

 

함민복 수필 <출발>에 나오는 좋은 표현들을 공부했습니다.

유서처럼 남긴 나이테

일기장을 일기장이 감싸고, 또 일기장을 일기장이 감싸주고 있었다.’

나이테 안에 또 나이테가 있는 모습을

수많은 일기장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꿈의 문을 덜컹 열어젖혔다.’

어둠이 고여 있었다.“

공기 속에 앉아 있던 술냄새가 내 몸이 움직이며 공기에 흐름을 가하자 깨어난 듯했다.’

어둠 속에서 형광등은 몹시 외로웠던지 고개 들어 한번 쳐다봐 주자

그때서야 기지개를 커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눈동자에 붙어있는 잠을 털어내려고~~’

 

카프카는 불면에 관한 수필에서

불면이 문지방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써놓았습니다.

바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유체이탈 화법이지요.

내 몸이 불편하다고 잠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불면입니다.

적당히 피곤하고 내 몸이 편해야 잠이 오지요.

주관적 감성을 가지고 능청을 떨 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주는 강추위가 지속된다고 하지요?

추위에도 불구하고 독서토론은 열기로 가득해서 후끈거릴 정도였습니다.

그 열기는 강의실로 이어져서 1월의 두 번째 수업도 잘 마쳤습니다.

다음 주 수업 때까지 추위에 굴하지 않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공인영   16-01-12 11:21
    
어린 시절, 첫눈 오던 날의 행복을 어찌 잊을까요.
그땐 추운 게 어디있나요. 그저 엄마가 짜주신
벙어리 장갑에 목도리 두르고 뛰쳐나가  눈사람에 눈싸움에...
정말 줄거움을 맘껏 묻히며 겨울밤을 쏘다녔지요^___^
이제는 넘어질라, 부러질라, 감기 들라 걱정이 먼저니
나이 들긴 드나봐요. ^^;;
그렇게 첫눈 오던 날을 더듬으며
아름다운 시에 빠진 시간이었네요. 독토에서부터 예열된
기운이 더 뜨겁게 모아지며 재밌는 수업이었어요.
글들도 점점 완성도를 높여가고, ...
겨울 한복판, 멋진 나들이를  계획하며  돌아왔네요. 앗싸!!!

후기 쓰느라 수고하셨어요.!한번 더 복습하며
다음 주를  기쁘게 기다리렵니다. 다들 독감 피해가며
행복한 한주 되자구요~~~
     
한지황   16-01-12 12:10
    
나이들어간다는 것은 걱정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일까요?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걱정도 늘어나니....
순진무구한 동심에, 마냥 행복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던 때가 그립네요.   
나들이가서는 걱정거리일랑 다 떨구고 어린아이처럼 떠들다 오기!
좋지요?
최영자   16-01-12 22:04
    
초엽샘의 수필 < 하얀 계절의 추억>을 읽으면서  눈하고 관련된  여러편의 시를 공부할 수 있었네요.
 시래기 죽, 술 찌거미등의 옛날 먹거리들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문정혜 기자님의  수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밥상>에서는  집밥이 사라져가는 요즈음 바른 밥상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개업했다는 레스토랑( In  My  Kitchen)이야기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읽어갔습니다.  아니, 일산에 이런 식당이 있다니.  조만간 찾아가보고 싶은 맘이 불쑥 들었지요.

한지황 반장님의  <방아쇠 수지 >는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 '방아쇠 수지'를 소재로 쓴 수필로
마치  볍씨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산고끝에 싹을 틔우고 쑥 쑥 자라 가을에 풍성한 벼이삭  수확을  거두 듯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수작이었네요.  스승님의 칭찬과 함께 모두 박수를 보냈네요.

이렇게 문우님들의 수필을 읽으면서 추억에 젖으며, 알토란 같은 정보도 얻으며,  수작의 기쁨도 맛보면서
올들어 2번째 수업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반장님. 후기 감사합니다.
     
한지황   16-01-13 13:14
    
영자샘의 꼼꼼한 합평 후기가  참 좋네요.
요즘 글이 많이 나와서 일산반도 제 2의 전성기로 들어서는 것 같아요.   
꾸준히 쓰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열심히 수업에 동참하는 문우들이 있어서 글쓰기 작업은 외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