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내신 초엽샘의 < 걸어 다니는 명품가방>은
대유법을 쓴 덕분에 멋진 제목이 되었습니다.
대유법은 사물의 명칭을 직접 쓰지 않고
사물의 일부나 특징을 들어서
그 자체나 전체를 나타내는 비유법의 하나입니다.
불가마 사우나탕 / 마경덕
사거리 불가마 사우나탕
동네 아낙들 둘러앉아
소금 마사지를 하고 있다
쓱쓱, 뱃살을 문지르는 부산 정육점
지네발 같은 수술자국 출렁인다
비늘이 벗겨진 한물간 생선처럼
쌍둥이를 담았던 몸이 헐겁다
왼쪽 가슴을 도려낸 안성이불집
다섯 아이가 빨던 젖꼭지는
끝물 포도처럼 시들하다
소금에 몸을 절이는 아낙들
자린고비로 버티던 한 시절 건너 와
흐르는 땀방울 소금보다 짜다
살피듬이 좋은 이천쌀집, 쿵작쿵작
송대관의 네박자에 어깨가 들썩인다
왁자한 웃음소리
돌아보면 웃을 날 있었던가
패트병 얼음물을 들이키던
어물전 뻐드렁니도 흐흐 웃는다
오늘은 정기휴일 시장 사람들
벌거벗고 친묵계를 치느는 중,
사철 뼈가 시린 여인들, 모두
벌겋게 잘 익었다
형님 아우 얼굴이 달덩이다
관절염을 앓은 형제식당이
또 한 번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불가마 사우나탕
사람을 상점이름으로 대신하여 표현한 대유법 때문에 재미있는 시가 되었습니다.
수필에서도 대유법을 사용하면 흥미로운 글이 되겠지요.
교회에서 만난 사기꾼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간
<걸어 다니는 명품가방>은 장인정신과 전통, 진실만이 가치의 기준이 되지만
일단 장인을 떠나면 소유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명품을 들었다는 이유로 소유한 사람도 명품으로 착각하는 세태를 꼬집었습니다.
소문/ 한혜영
개미들이 쏙닥거리면서
소문 속으로 들어갔어요.
개미를 쫓아
두더지가 들어가고
두더지를 쫓아
너구리가 들어갔습니다
멧돼지가 그 뒤를 쫓았고요.
다음엔
반달곰이 따라갔어요.
하루 이틀 소문이 커지더니
사흘 뒤에는
코끼리까지 그 안에 들어갔습니다.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데다가
명품가방 안에 땅문서를 넣고 다닌다는 할머니에 대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이렇게 커져가는 소문의 속성을 잘 그려낸 동시도 읽어보았습니다.
문정혜샘의 <헝겊가방>은 허름한 헝겊가방에
큰돈이나 값비싼 패물을 넣고 다녀도
아무도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홀가분하다는 작가의 심정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박래순샘의 <호수공원>은 요즘 글 소재를 많이 제공해 주시는 부군의 이야기입니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어서인지 별일 아닌 일에도 새침해진다는 말에
스승님 본인도 예외는 아니라며 시 <청승>을 읽어주셨습니다.
청승 / 이재무
몸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따로 먹은 몸과 마음의 틈바구니
청승은 불쑥 고개를 든다 코앞이 지천명인데
광기의 역사 속 아픈 사랑을 다룬
주말 드라마 보며 울컥, 오늘도
선지피처럼 붉게 치미는 설움덩어리 안고
식구 몰래 복도에 나와 쓴 담배 피워문다
시간의 지우개로 거듭 지워온, 서슬 푸른 사연들
되감기로 새록새록 살아와 잠시 목메고
말라 퀭한 눈에 천천히 추억의 즙 고인다
설레임이니 그리움이니 기다림이니
밥찌꺼기만도 못한 감상 따위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세월 하, 얼마인데
철지난 옷같이 칙칙한 신파로
몸속 귀때기 파란 청년은 또 울먹이는가
젊은 날은 하는 일마다 뻔하고 시들하더니
오늘에야 절제 없이 심란하고 분주한 것인가
몸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었으면 좋겠다
<1984년 서울>이란 드라마가 한창일 때 시인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슬그머니 방을 나와야 했지요. 그 때 쓴 시입니다.
드라저씨가 점점 많아진다는 세태를 반영하는 듯한 시이기도 합니다.
늙지 않는 마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해옵니다.
독서모임 때부터 저마다 싸온 간식으로 먹거리가 풍성하더니
수업 때는 래순샘이 갖고 오신 현미 가래떡과
미경샘이 갖고 오신 건포도가 송송이 박혀있는 호밀빵이
모두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풍성한 간식만큼이나 문우들의 우정도 커져가는 것 같아 기쁩니다.
새해의 첫 수업, 열심히 써오신 글들로 합평을 했습니다.
올 한해에도 좋은 글 많이 쓰셔서 수확의 기쁨을 맛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