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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 불가능한 것을 꿈꾸어 보는 것이 문학입니다 (일신반)    
글쓴이 : 한지황    16-07-04 19:10    조회 : 3,742

어릴 적 해동갑하며 놀았던 소꿉놀이처럼 살림을 살고 싶다.

천진이나 무구들과 어울려 육법전서같이

무겁고 진지한 세상 같은 건 축구공처럼 빵빵 차대고 싶다.

정해지지 않아서 날마다 새로워 재미가 솔솔한 놀이를 살고 싶다.

저녁 먹으라는 엄니의 호명 소리에 새금파리로

야금야금 따 모은 땅 발로 박박 문질러 지우고 집으로 달려갔듯이

그렇게 약속처럼, 우리도 하늘에서 부르는 날 애써 모은 재물 따위

다 내팽겨치고 훌훌훌 홀몸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수업 오는 도중 스승님이 전철 안에서 페이스 북에 올리신 글입니다.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놀았다는 뜻인 해동갑하며 놀았다는 순 우리말입니다.

그럼 밤새도록 놀았다는 뜻은 달동갑이겠네요.”하는 미경님의 재치 있는 말에

달은 안 뜰 때도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은 없다고 스승님의 답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순수한 우리말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도 참 재미있지요.

천진이나 무구들은 천진무구를 나누어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스럽고 무구한 세계에서 그들의 순진함을 엿볼 수 있지요.

그러나 어른이 되면 자식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려고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우리는 움켜쥐기를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모아놓았던 땅을 지워서 없앴듯이 물욕을 버리기란 쉽지 않지만

현실엔 불가능한 것을 꿈꾸어 보는 것이 문학입니다.

 

고요는 힘이 세다 / 이재무

 

고요는 힘이 세다 고요를 당해낼 자는 아무도 없다.

제 주장을 하지 않아 늘 소음에 시달리고 주눅 들고 내몰리는 것 같지만

고요가 패배한 적은 없다.

제 풀에 지쳐 소음이 나뒹굴 때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고요다.

고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든 최종적 승리자는 고요인 것이다.

보아라, 고요가 울울창창 우거진 세계를!

 

소음이 사라지면 어김없이 고요가 찾아옵니다.

결국 고요가 승리하는 것이지요.

죽으면 우리가 돌아가는 곳도 고요입니다.

 

 

 

단단한 고요 / 이재무

 

일 년 중 고요의 힘이 세지는 때는

망종(亡種)에서 몸을 빼 소서(小暑) 쪽으로 느리게 걷는 절기의

빨랫줄 바지랑대 그림자의 키가 가장 작아지는 때

한동안 각축하듯 울어대던 매미 울음 뚝 그친 막간

어슬렁대던 개들도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오수 즐기고

숫돌 다녀온 왜낫처럼 날 선 햇살 따갑게 내려

축축한 생각의 물기 휘발시켜

백치의 순간에 이르게 하던,

살구씨처럼 단단한,

이제는 어데 먼 데로 귀양 떠나 죽었는지 소식조차 없는

 

일 년 중 고요의 힘이 세지는 때는 망종에서 소서 사이 즉 하지 때입니다.

목탁, 지팡이, 화장품등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쓰임새가 많은 살구나무의 씨처럼

단단한 고요의 세계가 점점 그리워집니다.

 

권성우 비평가는 수년간 써온 메타비평(비평에 대한 비평)과 문학론을 비롯해

최인훈, 조세희, 김원일, 조정래, 김훈, 신경숙, 김연수, 허연, 이재무 등

소설가와 시인에 대한 작품론을 담은 <비평의 고독>을 발간했습니다.

권 교수는 "지성과 역사의 험난한 숲을 거치지 않은 감성은

주관적 나르시시즘과 값싼 자기위안에서 멀지 않다.

통상적인 의미의 고독과는 다른 의미에서 비평은 숙명적으로

고독한 글쓰기일 수밖에 없다.

그 고독을 견디는 마음이 좋은 비평을 낳는다고 나는 믿는다.

비평은 숙명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고 했습니다.

이재무시인의 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50매의 평을 쓰기 위해

그동안 시인이 낸 시집을 다 읽어보았다는

권성우 비평가의 성실한 태도는 본받을 만합니다.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훌륭한 글쓰기의 자세입니다.

 

장마철답게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가 시원한 월요일이었습니다.

여름은 7월을 시작으로 더 깊어가겠지요.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를 코앞에 두었지만

문우님들 모두 더위를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진미경   16-07-06 11:00
    
반장님 후기 감사드려요.
조간신문을 보니 내린 장맛비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이 많았어요.
어제는 지진이 있었다는데 서울에서도 예민한 이는 흔들거림에 놀랐다네요.

스승님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은 전철에서 썼다고 믿기지않을 만큼 한 편의 시입니다.
천진이나 무구를 만나 세상 근심 잊고 놀고싶어집니다.
고요의 미학을 배운 수업 시간이 다시 생각나네요.

일산반을 위해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하시고 완벽하게 후기를 올려주니
감사하다는 말론 부족하겠지요.
한 주 건강히 보내고 다음 주 월욜 만나요.^*^
한지황   16-07-09 09:19
    
지진은 이제 우리에게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다가왔네요.
자연의 섭리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지진이 남의 일이라고만 여기고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더 무섭게 느껴져요.
일상에서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반성해봅니다.
폭염 속의 주말, 미경샘. 건강하게 보내시고 월욜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