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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7-02 08:35    조회 : 4,458

   <첫사랑>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지난 시간 <무무>에 이어 이번 주도 투르게네프의 작품입니다.

투르게네프가 활동한 시기는 농노해방을 한 알렉산드르2세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퇴역한 기병대령이었고 매우 잘 생겼지만 도덕적으로 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보다 여섯 살 연상이었고 투르게네프는 거친 어머니를 통해서 농노제도의 가장 나쁜 형태를 목격합니다. ‘첫사랑에서는 아버지를, ’무무에서는 어머니를 묘사했습니다.

청년시절 투르게네프는 모스크바대학교에서 1년 동안 수학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합니다. 20살이 되던 해에는 베를린 대학으로 유학 가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합니다.

러시아로 돌아온 후 러시아의 후진성, 농노제의 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 농촌과 자연을 따뜻한 시선에 담아 묘사하기 시작하는데 <사냥꾼의 수기>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고 이후 <루딘><귀족의 둥지><전야><아버지와 아들><연기><처녀지>등을 잇 따라 발표합니다. 이 작품들은 당대 러시아 사회에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다룬 것으로 러시아 문단 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로 양분되는 러시아 지식인 사이에서 항상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서정성 짙은 아름다운 러시아어 문체와 자연묘사, 정교한 작품 구성미, 줄거리와 인물 배치상의 균형미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는 주인공이 힘든 장면에서는 치밀한 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고 비밀의 심리학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열아홉 살 때 만난 샤호프스카야입니다. 이때의 신선한 충격을 <첫사랑>에 담아냅니다. 이후 어머니의 하녀 아브도짜와의 사이에 딸이 태어납니다.

1843년 프랑스 성악가 비아르도를 만나고 평생 동안 사랑하는데 그녀의 남편 사후에는 그 집에 상주합니다. 188394일 프랑스 부기발에서 척추암으로 사망하고 시신은 러시아로 옮겨져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볼코프 공동묘지 벨린스키 무덤 옆에 묻혔습니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읽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풋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없이 첫사랑의 매혹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16세의 블라지미르는 옆집에 이사 온 가난한 공작부인의 딸인 21세의 지나이다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 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블리지미르는 아버지에 대해 나쁜 마음을 갖지 않고 아버지를 더욱 크게 보는 모순된 감정을 갖습니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깁니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이 소설은 성년의 블라지미르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며 자전적입니다. 소설 속의 블라지미르 부모는 투르게네프의 부모를 모델로 했으며 지나이다는 이웃집 여류시인 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나이 열여섯 살은 복합적인 심리적 드라마를 겪는 나이이며 모순된 감정이 혼재하고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경험하는 때입니다. 소설 속의 첫사랑은 블라지미르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의 첫사랑, 지나이다의 첫사랑을 보여줍니다.

<무무><첫사랑>의 공통점은 자전적, 섬세한 자연묘사, 서정성, 사랑의 좌절,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성장입니다.

 

토론 때에는 살짝살짝 자신들의 첫사랑을 내비치며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이 소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다’ ‘20대에 읽었을 때는 도덕의 잣대로 읽었기에 별로 감동이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잃었던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첫사랑은 모든 사랑의 보루이다’ ‘첫사랑의 기간 동안 생동감이 있었다’ ‘마음속에 사랑을 담고 사는 것이 삶을 지탱한다’ ‘나는 아주 늦게 첫사랑을 했다’ ‘사랑의 떨리는 감정을 이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작가가 말하는 첫사랑이 아픔이라면 나도 그곳에 가봤다

지나이다가 블라지미르에게 읽어 달라던 푸쉬킨의 시 <그루지아의 언덕에서>를 김정희샘이 카톡에 올려 주셨는데 이 시를 감상하면서 첫사랑의 추억에 잠기겠습니다.

그루지아 언덕위에 밤안개가 깔려있고

발아래 아라브가강 굽이쳐 흐르네

내 마음은 쓸쓸하고 가벼우며

내 슬픔은 너로 가득 차 있네

, 너만이라도... 내 참담한 가슴이여

이제 그 무엇도 고통스럽고 심란케 하지 않으니

내 심장 또 다시 불타고 벅차오르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뜻밖에도 박서영샘이 푸짐하게 도시락을 싸오셔서 김정희샘이 주말농장에서 키운 상추로 쌈을 싸먹으며 즐거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임명옥샘이 직접 수확한 찐 감자도 별미 였구요. 집으로 돌아갈 땐 가방이 미어지도록 상추를 가져가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즐거움을 주시는 수고한 손길에 감사합니다.

미국에 계시는 정진희 회장님과 몸이 안 좋아서 못 나오신 박화영샘의 첫사랑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다음 주 부터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입니다. 첫 작품으로 막심 고리키의 <첼카슈>입니다.


심희경   16-07-02 10:01
    
푸쉬킨의 '그루지아의 언덕에서' 가 있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투르게네프의 언덕'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감상할 때, 왜 윤동주 시인은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 궁금했었습니다. 시 속에서 투르게네프를 연상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냥 윤동주시인은 투르게네프를 졸아하나보다 이렇게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지난 주 댓글에 이영희샘이 올려주신 투르게네프의 <거지>라는 시를 읽고나서 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거지>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쓴게 분명합니다.

<투르게네프의 언덕>

나는 고개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 소년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아이도 그러하였다. 세째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거릴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하고 얘들아 불러 보았다.
첫째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 볼뿐이었다.
둘째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 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우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뿐
                                          -윤동주-

'그루지아의 언덕' 에서는 사랑의 아픔이, '투르게네프의 언덕'과 '거지'에서는 가난의 아픔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푸쉬킨과 투르게네프와 윤동주... 이들의 연결고리가 우리에게까지 전해지는 러시아 문학반입니다.
박서영   16-07-02 21:27
    
아~ 심반장님~ 푸쉬킨과 투르게네프와 윤동주시인까지~
러시아문학반이라는 숲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무궁무진한 울창한 곳.
주말에 일목요연 정리해주신 모범생 심반장님 감사합니다.
러시아문학반의 소문이 고개너머 산너머까지 퍼져나가~ 머지않아 자리가 부족할듯 합니다.
첫사랑과 결혼하신 지고지순하신 ㅇㅇ 선생님들~ 뒤늦은 나이에 첫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ㅁㅁㅁ샘들
이야기에  충격은 받지 않으셨는지요?ㅎㅎㅎ 물론 저는 백번 이해하는 학생~
매주 목욜은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날~ 몸은 사양하고 싶은데~
새롭게 출발하는 우리들의 프로젝트(?)도 알찬 결실을 맺어 백야에 보드카를 마셔봅시다.
김정희   16-07-03 02:39
    
"지난 한달 동안 나는 아주 늙어 버렸다" 라고 말한 블라디미르를 보면서 
 첫사랑의 필요충분 조건은 '비밀스러움'이라 생각했어요.
 '지나이다'라는 비밀스러운 존재에게 다가서기위해 소진한 열정과 고통은
열여섯살짜리 소년에게 '이중적인 비밀을 지닌 삶의 속성'을 깨닫게 해주지요.
돈때문에 열살이나 연상인 여자와 사랑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아버지가 바로
자신의 연적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일줄 아는 ... 어른으로 늙어버린다는 의미.
첫사랑은  시간적으로 순차적인 첫번째 사랑이 아닌거지요.
살면서 '가장 처음 하는 참사랑'이 첫사랑이라면 우리들은 生의 마지막 시간에 이르러서야
 첫사랑을 식별할수있겠지요.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지나이다를 사랑한 아버지가 마지막에 남긴말,
'내 아들아 ,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 해라 ......'
혹시 아버지는 지나이다와의 사랑을 후회한걸까요?
차라리 투르게네프가 <무무> 에서 남발??하던 그  비밀의 심리학으로
< 첫사랑> 의 마지막 부분을 처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버지도 지나이다를  진실하게 사랑했을것같은  비밀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깨어버린 아쉬움.
아버지는 얼마후 뇌졸증으로 죽고, 지나이다는 해산하다가 죽고...등등.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지 않고 평면적인 결말을 내려,
비밀의 심리학으로 유려하게 문장을 묘사한 투르게네프 답지 못하게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처리한 점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안나카레니나를
열차에 뛰어들어 비참하게 만드는 톨스토이보다는 마음에 들어요^^
암튼 첫사랑은 모든 지리멸렬한 사랑을 대표해서 제일 첫번째 치르는 '비밀스런 
의식'과도 같은 것이라고  이 연사 외칩니다!!!(초딩때 웅변대회식으로)^^

심반장님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놀러나가야하는데 후기때문에 매주 방!콕! 하시는 건 아닌지요?
덕분에 윤동주의 詩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감상할수 있어 감사합니다.
납량특집보다 더 시원한 나라 , 날씨가 무더울수록 더 좋은 러시아 문학 공부~~~! ^^
이영희   16-07-03 05:54
    
소설을 읽고  소설을 다시 편집하는 재미에 빠지는 시간.
서로 경험을 나누고...감상을 토로하는 동안
각자가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한편씩 보는 듯합니다.
<첫사랑>
....누구에게나.. 달달하게든 거칠게든 한번은 삶이 크게 흔들리며 뒤집어지게 하는 감정.

소설 속 열여섯살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느낀 것은
 사실은 부모보다 더 현명하게 처신하는 태도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지요.

둘러보면...또 내 삶을 돌아보건대 ...어른이라는 겉모습만으로 성숙한... 달관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었음을.
말했듯이..능청스런 꿍꿍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어른들의 세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점점 속물이 되어간다는 것일수도.

첫사랑은.. 열여섯살 소년이.. 이젠 자랐음을 확인시켜주었지요.
'자랐다' .. 이 말 뜻엔 세상이 이제는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 깨닫는.

끝으로
장황한 이야기로 인간 심리를 파해치는 톨스토이와 도스도옙스키도 물론 훌륭합니다.
도스도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드미뜨리와 아버지가 한 여자를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도  인간에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지만
내게는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간결함속에 여러 각도로 뻗어갈 수 있게 하는 장치에 더 흥미있었지요..
 詩를 찾아 읽으며 .웬지 투르게네프 .. 그가 더 굵게, 더 깊게 느껴집니다.
일본의 하이쿠가 짧지만 통찰이 느껴지듯...

다음 작품속 인물들은 어던 이야기로 나를, 우리를 데려다줄지... 소설책을 읽는다는 것은
첫사랑처럼 두근거리게 하는 매력이...^^
이영희   16-07-03 06:06
    
참참.. ㅎ
박서영님이 차려준  점십밥상에 감동
ㄱ리고 ... 김정희님의 농장에서 온 가지, 고추, 쌈채소.
완전 쌈밥집이었습니다.
임명옥님의 감자...으~ 꿀맛.
박화영님.. 담주엔 얼굴 꼭 보여주세요...꼭~
심희경   16-07-03 12:56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블라지미르가 읽어 준 <그루지아의  언덕에서>의 마지막 귀절을 지나이다가 되풀이해 암송합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 , 그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 준 <첫사랑>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다락방에 처박아 두었던 감성의 보따리가 풀려 나온 걸 느꼈으니까요.

마치 수필 한편을 읽는 듯한 댓글들도 감사하구요.
다음주 부터 시작되는 20세기 러시아 문학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