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지난 시간 <무무>에 이어 이번 주도 투르게네프의 작품입니다.
투르게네프가 활동한 시기는 농노해방을 한 알렉산드르2세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퇴역한 기병대령이었고 매우 잘 생겼지만 도덕적으로 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보다 여섯 살 연상이었고 투르게네프는 거친 어머니를 통해서 농노제도의 가장 나쁜 형태를 목격합니다. ‘첫사랑‘에서는 아버지를, ’무무‘에서는 어머니를 묘사했습니다.
청년시절 투르게네프는 모스크바대학교에서 1년 동안 수학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합니다. 20살이 되던 해에는 베를린 대학으로 유학 가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합니다.
러시아로 돌아온 후 러시아의 후진성, 농노제의 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 농촌과 자연을 따뜻한 시선에 담아 묘사하기 시작하는데 <사냥꾼의 수기>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고 이후 <루딘><귀족의 둥지><전야><아버지와 아들><연기><처녀지>등을 잇 따라 발표합니다. 이 작품들은 당대 러시아 사회에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다룬 것으로 러시아 문단 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로 양분되는 러시아 지식인 사이에서 항상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서정성 짙은 아름다운 러시아어 문체와 자연묘사, 정교한 작품 구성미, 줄거리와 인물 배치상의 균형미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는 주인공이 힘든 장면에서는 치밀한 묘사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고 ‘비밀의 심리학’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열아홉 살 때 만난 샤호프스카야입니다. 이때의 신선한 충격을 <첫사랑>에 담아냅니다. 이후 어머니의 하녀 아브도짜와의 사이에 딸이 태어납니다.
1843년 프랑스 성악가 비아르도를 만나고 평생 동안 사랑하는데 그녀의 남편 사후에는 그 집에 상주합니다. 1883년 9월 4일 프랑스 부기발에서 척추암으로 사망하고 시신은 러시아로 옮겨져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볼코프 공동묘지 벨린스키 무덤 옆에 묻혔습니다.
‘첫사랑’ 이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읽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풋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없이 ‘첫사랑’의 매혹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16세의 블라지미르는 옆집에 이사 온 가난한 공작부인의 딸인 21세의 지나이다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 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블리지미르는 아버지에 대해 나쁜 마음을 갖지 않고 아버지를 더욱 크게 보는 모순된 감정을 갖습니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깁니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이 소설은 성년의 블라지미르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며 자전적입니다. 소설 속의 블라지미르 부모는 투르게네프의 부모를 모델로 했으며 지나이다는 이웃집 여류시인 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나이 열여섯 살은 복합적인 심리적 드라마를 겪는 나이이며 모순된 감정이 혼재하고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경험하는 때입니다. 소설 속의 첫사랑은 블라지미르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의 첫사랑, 지나이다의 첫사랑을 보여줍니다.
<무무>와 <첫사랑>의 공통점은 자전적, 섬세한 자연묘사, 서정성, 사랑의 좌절,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성장입니다.
토론 때에는 살짝살짝 자신들의 첫사랑을 내비치며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이 소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다’ ‘20대에 읽었을 때는 도덕의 잣대로 읽었기에 별로 감동이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잃었던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첫사랑은 모든 사랑의 보루이다’ ‘첫사랑의 기간 동안 생동감이 있었다’ ‘마음속에 사랑을 담고 사는 것이 삶을 지탱한다’ ‘나는 아주 늦게 첫사랑을 했다’ ‘사랑의 떨리는 감정을 이제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작가가 말하는 첫사랑이 아픔이라면 나도 그곳에 가봤다’
지나이다가 블라지미르에게 읽어 달라던 푸쉬킨의 시 <그루지아의 언덕에서>를 김정희샘이 카톡에 올려 주셨는데 이 시를 감상하면서 첫사랑의 추억에 잠기겠습니다.
그루지아 언덕위에 밤안개가 깔려있고
발아래 아라브가강 굽이쳐 흐르네
내 마음은 쓸쓸하고 가벼우며
내 슬픔은 너로 가득 차 있네
너, 너만이라도... 내 참담한 가슴이여
이제 그 무엇도 고통스럽고 심란케 하지 않으니
내 심장 또 다시 불타고 벅차오르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뜻밖에도 박서영샘이 푸짐하게 도시락을 싸오셔서 김정희샘이 주말농장에서 키운 상추로 쌈을 싸먹으며 즐거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임명옥샘이 직접 수확한 찐 감자도 별미 였구요. 집으로 돌아갈 땐 가방이 미어지도록 상추를 가져가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즐거움을 주시는 수고한 손길에 감사합니다.
미국에 계시는 정진희 회장님과 몸이 안 좋아서 못 나오신 박화영샘의 첫사랑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다음 주 부터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입니다. 첫 작품으로 막심 고리키의 <첼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