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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으로 쓴 수필 사례(딥러닝문화인문학)    
글쓴이 : 배경애    16-07-01 21:34    조회 : 3,845

딥러닝문화인문학(6. 29, 수)

- 상상력으로 쓴 수필 사례

                                                                                한국산문 김창식

1. <해변의 카프카>

폭풍우 치는 날의 바다. 세상이 처음 열릴 때 그러했을까? 무(無)와 혼돈, 어둠이 뒤섞였다. 하늘이 내려앉고 파도는 치솟아 시야를 가리며 천지사방은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해는 빛을 잃고 떨어진 지 오래고 달과 별은 어둠속으로 숨었다. 뒤엉킨 비바람이 더 큰 회오리를 이루어 바위를 때린다. 광란의 바다 앞에 시인의 넋처럼 서면 무엇이 산 것이오 무엇이 죽은 것이랴? 바다야, 바다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그러나 울부짖는 바다의 형상 또한 바다의 피부요 겉모습일 뿐...

바다의 은밀한 속살과 장기, 피돌기를 보려면 볕도 들지 않은 어두운 밑바닥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해파리 떼가 공정대처럼 낙하하고 날씬한 뱀장어가 악기의 현(絃)처럼 물길을 흩뜨리는 곳. 자줏빛 물풀이 미친 여자의 서러운 울음처럼 나풀대고 덩치 큰 곰치는 미욱한 새색시처럼 바위 틈 사이로 얼굴을 감춘다. 강철 근육과 지옥의 눈을 가진 대왕문어가 마술보자기처럼 몸집을 오므렸다 펼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노랑 띠를 두른 잔 물고기 떼가 일사분란하게 제식훈련을 펼치는 곳. 그곳에 물길의 본류, 침묵하는 바다의 모습이 있으려니...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나는 내가 주인인 나의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바다 속으로 또다시 들어가 볼 수밖에. 그곳에서 산호초의 찬란한 산란, 돌무지 배경 속으로 감쪽같이 녹아드는 곰치, 형광 띠를 두른 잔챙이 물고기떼의 행진, 메두사의 머리칼 같은 물풀의 흐느낌, 해저의 정밀과 끌탕처럼 피어오르는 모래먼지[沙塵]를 보았다. 과연 바다 밑의 바다는 보아 오던 바다의 겉 보습이 아닌 전혀 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2.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래 전 종로3가 탑골공원. 끈 떨어지고 줄 떨어진 구경꾼들이 둘러섰다. 쥐 한마리가 뿔뿔 기어가자 작은 널빤지 벽이 나타난다. 생쥐가 다른 길로 접어드니 또 벽이 가로 막는다. 실험용 쥐가 방향을 바꾼다. 그러자 알고 있었다는 듯 또 다른 방해물이 나타난다. 시행착오 끝에 작은 동물은 출구 쪽으로 향한다. 구경꾼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박수를 치려는 순간, 아차, 미련한 쥐는 방향을 틀어 출구로부터 쪼르르 멀어지더니 다른 곳을 헤맨다. 상황이 재개된다. 쥐 한 마리가 기어가자…. 상황은 되풀이 된다. 쥐 한 마리가 기어가자 널빤지 벽이…. 쥐 한 마리가 기어가자 또 다른 벽이….

 바보 같은 쥐. 슬슬 짜증이 나려는 순간 설핏 의심이 든다. 쥐가 혹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출구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그러니까 내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면 너희들이 웃고 재밌어 한다는 말이지? 그럼 그렇게 해.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짜놓은 틀과 각본대로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내가 금방 출구를 찾아내면 재미없잖아. 그것도 모르는 너희들이 무얼 알기나 해?"...

 

 그러고 보니 쥐가 출구에 이르러 방향을 바꾸려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아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얼핏 우리를 쳐다보았다. 쥐의 붉은 눈에 연민과 슬픔이 일렁였던 것 같기도 하다.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래, 이처럼 망설이고 어쩔 줄 몰라 하면 되는 거야? 다음번엔 더 어려운 문제를 내보시지. 스프링 장치가 달린 쥐덫도 여기저기 설치해놓고 말이야. 내가 좀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안해영   16-07-01 22:10
    
쥐의 잔꾀를 어찌 인간이 이길 것인가? 
그러나 쥐에 관한 글을 인간이 아니면 누가 또 써줄 것인가?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바다 밑도 넘나들고,
하늘도 날아 다니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보는 수필.
     
김창식   16-07-08 15:31
    
쥐 눈으로 바라본 실존수필입니다, 안해영님!
          
안해영   16-07-11 22:48
    
저도 언제 쯤 쥐의 눈이 될 수 있을 지 고민입니다.
모든 사물을 거꾸로 볼 수 있는 눈.
그 눈이 어서 떠졌음 좋겠습니다. 교수님!
문영일   16-07-05 13:08
    
조금 알 것 같아지기는 합니다.(이게 문법에 맞는지...)
  상상력의 글을 쓰라?
  서술, 묘사도 끝없는 상상력에서 끄집어 내서 쓰라는 말씀인가요?
  펙트를 의미화시켜  상상력을 동원 서술하고 묘사해야 좋은 수필이다.
  위 글을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독자가 다 다를 건데....
  근사한 양정식을 먹고 싶은  사람. 된장국에  보리밥 먹고  싶은  사람,
  철학책을 읽고  싶은 사람. < 썬데이 서울> 같은 좀 허접한  잡지를 보고푼  사람.
 
  위 글은 사유가 많은 게 긴 詩를 풀어 해석 해 좋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맞는 지 모르겠네요.

  그렇다 해도 그게  그리 쉽지 않으니...
  원 참. 참 글쓰기는 제가 해 본 것 중에서 제일 어렵습니다.
  자꾸 물 주시면 콩나물 자라듯 하려나.
  또 공부시켜 주십시오.
  김교수님!
     
김창식   16-07-08 15:31
    
예시한 두 글 다 일부만 따와 좀 혼란스럽습니다, 문영일 선생님.
서술은 객관적인 사실 적시, 묘사는 주관적인 감성 터치, 그리고 상상력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문 선생님이 댓글로 깨우침을 주시는군요.
그보다 저도 <선데이서울> 좋아합니다.  '선데이서울 키드'이거든요. ^^
          
안해영   16-07-11 22:47
    
교수님께서 '선데이 서울'키드라하니 할 말 없습니다.
저도 누군가  놓고 간 '선데이 서울'의 삼류 연애담 읽느라 미용실 들락날락 했습니다.
늘씬 날씬한 비키니 수영복 아가씨들은 감히 질투 할 엄두도 못냈으니까요. ^^
     
안해영   16-07-11 21:15
    
문영일 선생님,
양식이면 어떻고, 된장국에 보리밥이면 어떻습니까?
잘 만들고, 잘먹고, 소화 잘 시키면 그보다 더 좋은 음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뭐든 인간에게 양식이 되면 그것이 보약 아니겠습니까?
카프카든, 김창식이든, 문영일이든 그 나름대로의 색갈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글쓰기가 밥먹듯 쉬운 일이라면  무엇 때문에 배우러 다니겠습니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느날인가 도를 터득하듯 터득 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선점숙   16-07-12 20:30
    
'해변의 카프카'와' '쥐는 이렇게 말하였다.' 의 강의를 들으며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바다의 여러가지 모습들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각을 끌어냅니다. 쥐의 입장에서 영악함보다는 구경꾼을 쳐다보는 찰라의 순간에  쥐의 눈에서 슬픔과 연민을 보는 시각에서는 울컥하는 감동이 올라왔어요. 탈출구를 찾아 헤메는 쥐을 향해 박수를 치고 즐거워했던 순간들속에서 그런 시각을 잡아내는 글에는 어떤 언어보다 큰 감동이 있었답니다. 교수님의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