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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로부터의 수기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6-04 17:09    조회 : 7,069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나는 아픈 인간이다.'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어떤 소설가가 말하기를 아픈 사람이 글을 쓴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름도 밝히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 같은 40세의 하급관리 주인공은 삶에 대한 은폐된 불안과 은밀한 증오에 시달리며 철저히 고립된 곳에서 수기를 씁니다.

1<지하>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의 전개가 아닌, 지하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을 의식의 흐름기법 속에서 기록한 음습하고 불안해하며 좌절하는 병든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주인공의 지하 공간은 가상의 논쟁을 준비하는 동시에 타인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자기합리화와 욕망을 모순적으로 경험하는 곳입니다.

2<진눈깨비에 관하여>24세 때의 과거를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장교와 부딪친 치욕감, 동창들에게 당한 따돌림, 동창들을 찾아간 곳에서 만난 창녀 리자, 리자가 집으로 찾아왔을 때의 당황스러움 등이 분열된 내면의 심리상태와 함께 묘사되어 있습니다.

 

독백형식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이 소설은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피력 된 공리주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인간이 정말 원하는 것은 종속되지 않은 자유의지의 실현이지 자연법칙의 순응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창작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작가의 창작과정을 두 시기로 구분하는 전환기적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후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을 출판합니다. 이 다섯 작품들 속에는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나오는 철학들이 스며들어가 있습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형과 함께 발간한 보수적 잡지 <<세기>>1864년 발표 되었습니다. 1860년대는 러시아 내외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시기였으며 도스토예프스키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시기였습니다. 첫째부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폐병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본인은 발작으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병적인 실존이 괴상한 주인공을 통해 과잉된 의식과 조장된 분열로 뒤엉켜 기록되었습니다. 죽음의 언저리를 지나온 사람의 눈으로 본 삶에 대한 냉소로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을 부정합니다.

톨스토이는 위선적인 면이 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위악적인 면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구도의 길을 향했지만 그저 구도의 길로 끝난 톨스토이 보다는 악에 빠지기 쉬운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작품속에 구현한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더 끌리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는 첫 부인 사망 후 속기사로 고용했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하고 십수년 동안 대작들을 발표합니다.

1881년 폐동맥 파열로 사망하고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카야 대 수도원 묘지에 묻혔습니다.

 

토론 때에 나온 공통적인 내용은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고통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다’ ‘내 안에 있는 불편한 것을 끄집어냈다’ ‘자학의 정서가 있다’ ‘추억이 나를 누를 수가 있다등등의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지하세계는 이 주인공 에게만 있는 것일까요? 내게도 겉으로 표출되지 않은 지하세계가 있어서 이 주인공의 넋두리에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붉은 색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문장 속에 담긴 그의 의식을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픈 인간이다.’

 

수업 시작 전에 정진희 회장님의 부군께서 손수 만드신 달콤한 케익이 즐겁게 하더니 수업 후에는 김정희샘이 주말 농장에서 농사지으신 상추를 푸짐하게 나눠 주셨습니다. 게다가 점심식사는 박서영샘이 인사동 헐리우드에서 진하게 쏘셨습니다. 식사 때 오신 정민디 선배님 덕분에 유쾌함이 배가 되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아침에 만나서 저녁이 될 때까지 함께하는 즐거움을 온 몸으로 느낀 날 이었습니다.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을 고루 얻어 갈 수 있는 러시아 고전읽기반 !!!

아이가 아파서 못 나오셨던 박화영샘, 일이 있어 못 나오셨던 이순례샘, 담주에 반갑게 만나요. ^^

 


김정희   16-06-05 03:09
    
요 며칠 사이 너무 우울해서  이 작품의 1부를 읽다가 너무 칙칙한지라 책장을  덮어버렸는데...
뒤늦게 2부 읽고있어요. 완독을 한뒤 댓글을 달면 완전 뒷북치는것 같아서 먼저
찰스 부카우스키 의 詩 한편 올려서 댓글을 대신할까합니다.

(하드보일드적인 문체로 섹스, 폭력, 술과 도박, 세상의 부조리 등을 다룬
20세기 후반 미국 최고의 작가 , 미국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 맞는 작가 등으로 유명한
찰스 부카우스키는 세익스피어와  톨스토이 등의 작가들을 가장 싫어했고 냉소적이었지만
그가  극찬한 작가가 도스토옙스키였답니다. )


도스토예프스키??

  - 찰스 부카우스키 -

벽에 기대선다, 총살대는 명령만 기다린다.
그가 집행유예를 받은 건 그때였다.
그들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쏘았다면?
그 모든 걸 쓰기도 전에?
짐작컨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으리라.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결코 잃지 않을 사람들이 수십억이다.
하지만 청년인 나는 알고 있다,
나로 하여 공장을 벗어나 창녀 옆을 지나게 하고,
온 밤 나를 들어 올렸다가 더 나은 곳에 나를
내려놓은 것이 그였다는 걸.
심지어 선술집에서 다른 부랑자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집행유예가 떨어졌다는 게 기뻤다,
그건 나에게 내려진 유예였으며,
내가 똑바로 쳐다보게 해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의 고약한 얼굴들을,
손끝이 뾰족하게 갈고 있는 죽음을,
나는 꽉 붙들었다,
내 형제들과 악취 나는 어둠을 나누고 있는
흠 없는 취객 하나를.
(번역: 백정국)

* 폐트라솁스키 사건으로 사형 언도를 받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詩지요^^
..........
언제나 아카데믹한 심반장님의 수업 후기를 보면 '근면성실성은 최고의 재능' 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물론 김은희 샘을 필두로 러시아 문학반 샘들 모두 ( 날나리인 저만 빼고~^^) 같은 재능을 가지신듯해요.
덕분에 그 속에서 점점 동화되어가는 제가 기특하구요^^ 꽃보다 러시아반 ~~최고!!!
이영희   16-06-05 06:29
    
도스도옙스키의  다른 어느 소설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작품이었어요
인간  내면의 출렁거림을 가감없이 드러내보이는.....

 책속에 말 중....'인간은  희극적으로 생겨먹었다"에 공감했으며
 .....그리고 p63에 있는... " 당신의 내면에 진실은 있지만, 그 내면에 순결함은 없소.
                  당신은 아주 시시껄렁한 허영에 사로잡힌 나머지 괜히 과시하기 위해
                    당신의 진실을 시장바닥에 내놓고 치욕을 자처하는거요.
                      ...............그놈의 의식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
             
그리고 p98p...에 .." 대단한 속물이었지만 우쭐대고 자랑질할 때도 착한 구석이 있는 녀석.."
....... 이 구절을 보며 ..맞아 .이런 여자가 우리 곁에 넘쳐난다는 것에 공감했지요.
어찌 그리도 자신을 빗대어 인간의 어리석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았는지요.
.....그래서 < 지하로부터 수기>는..어느 작품보다  도스도옙스키의 인간미와 함게 위트와 유머가 넘쳤던...
아마 성석제작가가 이 수기에 매료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러시아반 교실을 드나들 수 있을 때, 그래도 눈에 피로감이 덜할 때 ...읽기를 게을리 말아야겠다고..^^

김정희님..여행 잘 다녀오세요.
박서영님..그날 레스토랑에서 ..입이 호강했고...즐거웠어요.

괜찮은 ..폼나는 연휴로 쭉~  이어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