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 꽃 / 이재무
내 고향 5월엔
장다리꽃이 지천이었지
숨 막히게 숨 막히게
눈부신 노랑
미풍에 일던 꽃보라
노란 꽃보라
내 고향 5월에 장다리 꽃피면
처녀들 하나 둘 씩
밤도와 마을을 빠져나가겠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시입니다.
장다리꽃은 무, 배추 따위의 줄기에 피는 꽃 또는 꽃줄기를 말합니다.
가을에 파종한 배추와 무는 새로 난 싹이
지푸라기 따위를 덮고 겨울을 난 다음 봄에 새순이 돋는데
그 새순에서 꽃줄기인 장다리가 돋아나 자라지요.
봄이 무르익고 장다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철이 되면
요즘은 유채꽃이 명물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흰나비, 노랑나비 나는 장다리 꽃밭이 명물이었다고 합니다.
봄의 상징이었죠.
장다리꽃이 지면서 장다리 열매가 여물어 갈 때면
보릿고개를 넘는 배고픈 아이들은 이 장다리 열매를 따 먹었지요.
도시 출신들에게는 장다리꽃이 퍽 생소한데
이 시로 인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시의 마지막 줄 ‘밤도와’는 ‘밤 사이에’라는 우리말입니다.
봄바람에 못이겨 처녀들이 가출을 한다는 뜻입니다.
이문열의 <금시조>를 공부했습니다.
이 소설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예술가 소설입니다.
한 평생 미적 충동에 이끌리며 살아온 고죽이라는 예술가가
임종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생애를 회고해 보는 방식으로 씌어졌습니다.
예술은 ‘현실참여’와 ‘예술 지상’으로 나뉩니다.
자유분방하게 자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욕망과 충동에 이끌리며
사회적인 통념이나 도덕적 비난에도 구애됨이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던 고죽은
자신이 추구했던 절대적 미적 완성의 경지를
자신의 서화에서 발견하지 못합니다.
스승 석담이 예술의 정수는 학문적인 것에 있으며
그 성취도 도나 선정에 비유된다고 한 반면
고죽은 예술의 독자성, 자율성의 문제를 심도 있게 추구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이 대면하는 두 개의 예술관 중 하나를 받아들이거나
양자의 합일을 모색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예술작품이 과연 그가 예술작품에 바친 시간과 열정의 무게,
그럼으로 말미암아 희생시켜야 했던 가족을 비롯한 많은 것들에
버금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닌 것인가‘ 가
고죽이 자신에게 던지는 반성적 질문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예술자체의 길에 몰두했던 사람의 회한과 반성이지
전통적인 예술관으로의 복귀는 아닙니다.
5월의 셋째 주가 시작되었네요.
장다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스승님의 고향으로 달려가
꽃보라의 물결에 취해보고 싶습니다.
문우들의 마음속에도 글보라가 넘실대어
멋진 글들로 탄생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