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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불가능한 최상급의 단어를 골라서 (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04-25 19:45    조회 : 3,867

 

누가 나를 설복시키지 않는 한,

나는 근본적인 형태에서 분리된 한 문장이란

의미가 없는 두 단어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름다운 형식이 없는 아름다운 생각은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형태로부터 스며 나온다.

우리의 세계에선 그것에서 사랑과 유혹이 나오는 것처럼.

이것은 네가 한 물체에서 그것을 형성하는 질

즉 색깔, 면적, 견고성 등을 제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텅 빈 추상으로 떨어짐 없이,

한 단어로 그 문장을 훼손시킴 없이,

생각에서 형태를 제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각은 형태에 의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형태가 없는 생각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형태도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플로베르는 이렇게 일물일어설을 설명했습니다.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과학 정신을 이어받아

사물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 하였습니다.

돌 한 개를 묘사하는 데도 그것에 가장 알맞은

단 하나의 낱말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분량이 10~15매에 불과한 수필은 더더욱 대체 불가능한 최상급의 단어를 골라서

아름다운 말로 직조해야 합니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장편 소설과 다르게

단편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손한 손 / 고 영 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 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 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물론 추워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놓았겠지만

공손해 보이지요.

밥 먹을 때는 누구나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밥 앞에는 누구나 겸손해지는 것이지요.

그만큼 밥은 소중한 것입니다.

밥은 식량을 넘어선 의미가 있습니다.

밥그릇 싸움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언제나 밥을 차지하기 위한 역사가 이어집니다.

밥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밥을 생각하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봉밥을 떠올려 보고

해살이 고봉밥처럼 다가온다는 상상도 해볼 수 있지요.

햇살을 밥처럼 먹는다는 표현도 생각해보고

그렇게 햇살이 강렬한 날에는 산 위에 있는

밥주발을 닮은 무덤 안에 잇는 주인들이 나와

햇살을 쪼이고 고향 마을을 내려다 볼 것 같다는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면

시적 표현이 가득한 수필 한 편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여행 등으로 결석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황사가 겹친 미세 먼지 때문에 우울한 봄이지만

마음만은 들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최고 26도 까지 올라간 낮 기온이 여름을 재촉하는 듯해요.

내일 열리는 총회와 세미나에서 한국산문 식구들 모두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진미경   16-04-25 20:42
    
반장님의 후기로 복습하는 이 시간이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 가장 알맞는 단 하나의 단어를 찾으라는 주문입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 수필가의 숙명인가요?  그리고보니
위대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소설  마담 보봐리가 생각나네요.

합평이 끝나고 이재무스승님의 산문집에 실린 글을 공부했지요.
고등학교 국어 책에 실린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밥과 숟가락에 대한 명상입니다.
밥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사상이요, 계급이며 하늘이라는
은유적 진실이 가치명제를 넘어 진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밥을 먹을 땐 누구나 고개를 숙인다지요.
매끼 먹는 밥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 반장님의 밥을 먹으며 축하와 기쁨을 공유하고싶어요.
다시한번 반장님의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지황   16-04-26 06:55
    
밥 먹었니?로 시작되는 인삿말!
밥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상기시켜주는 하나의 예가 아닐런지요.
밥을 같이 먹으면서 정을 쌓아가는 식구들.
늘 가까이 하기에 소홀히여겼던 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오늘 총회에서도 함께 정을 나누기로 해요. 미경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