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설복시키지 않는 한,
나는 근본적인 형태에서 분리된 한 문장이란
의미가 없는 두 단어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름다운 형식이 없는 아름다운 생각은 없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형태로부터 스며 나온다.
우리의 세계에선 그것에서 사랑과 유혹이 나오는 것처럼.
이것은 네가 한 물체에서 그것을 형성하는 질
즉 색깔, 면적, 견고성 등을 제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텅 빈 추상으로 떨어짐 없이,
한 단어로 그 문장을 훼손시킴 없이,
생각에서 형태를 제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각은 형태에 의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형태가 없는 생각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형태도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플로베르는 이렇게 ‘일물일어설’을 설명했습니다.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과학 정신을 이어받아
사물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 하였습니다.
돌 한 개를 묘사하는 데도 그것에 가장 알맞은
단 하나의 낱말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분량이 10~15매에 불과한 수필은 더더욱 대체 불가능한 최상급의 단어를 골라서
아름다운 말로 직조해야 합니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장편 소설과 다르게
단편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손한 손 / 고 영 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 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 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물론 추워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놓았겠지만
공손해 보이지요.
밥 먹을 때는 누구나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밥 앞에는 누구나 겸손해지는 것이지요.
그만큼 밥은 소중한 것입니다.
밥은 식량을 넘어선 의미가 있습니다.
밥그릇 싸움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언제나 밥을 차지하기 위한 역사가 이어집니다.
밥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밥을 생각하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봉밥을 떠올려 보고
해살이 고봉밥처럼 다가온다는 상상도 해볼 수 있지요.
햇살을 밥처럼 먹는다는 표현도 생각해보고
그렇게 햇살이 강렬한 날에는 산 위에 있는
밥주발을 닮은 무덤 안에 잇는 주인들이 나와
햇살을 쪼이고 고향 마을을 내려다 볼 것 같다는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면
시적 표현이 가득한 수필 한 편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여행 등으로 결석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황사가 겹친 미세 먼지 때문에 우울한 봄이지만
마음만은 들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최고 26도 까지 올라간 낮 기온이 여름을 재촉하는 듯해요.
내일 열리는 총회와 세미나에서 한국산문 식구들 모두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