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넵스키 거리>
고골의 작품 중 두 번째로 공부한 <넵스키 거리>, 주인공 피스카료프와 먼저 공부했던 <외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자꾸만 겹쳐집니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감춰진 가련한 삶을 캐낸 고골의 예리함이 돋보입니다.
넵스키 거리는 쌍트 페테르부르그의 주 도로 이며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대로처럼 화려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입니다. 이 거리는 ‘수도의 미인’ 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아름답고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고골은 시간대별로 넵스키 거리를 자세하게 묘사했습니다. 아침에는 갓 구워낸 빵 냄새가 가득차고, 12시 까지는 사람들이 지나치는 통로, 12시 부터는 외국인 가정교사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교육을 겸한 산책을 하러오고, 2시가 가까워지면 애인의 손을 잡고 가는 남자들이 보이고, 2시에서 3시 사이는 멋쟁이들로 인간 박람회가 열리는 가장 활기 띤 시간이 되고, 3시가 되면 마치 봄이 온 듯 녹색 제복을 입은 관리들로 가득차고, 4시부터는 거리에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다가 저녁이 되면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램프의 불빛이 유혹적인 기이한 불빛을 던집니다.
이 저녁시간에 함께 걷던 화가 피스카료프와 중위 피로고프는 각각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합니다. 피스카료프는 검은머리 여인을 뒤 쫒아 갔지만 창녀인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합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그는 꿈속에서 순결한 귀부인인 그녀를 만납니다. 그러다가 현실에서 그 창녀에게 청혼하러 갔으나 비웃음과 모욕을 당하고 절망합니다. 집으로 돌아 온 그는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피로고프가 쫒아간 금발머리 여인은 철공소를 하는 독일인의 아내였습니다. 그녀가 유부녀임에도 그녀와 바람을 피우려다가 남편에게 들켜 봉변을 당하고 쫒겨 납니다.
소설 속의 화자는 넵스키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이 기만이고 모든 것이 꿈이며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악마가 모든 것들을 실제 모습으로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램프의 불을 직접 켤 때, 넵스키 거리는 더욱 심하게 사람들을 속인다.’
페테르부르그는 인공도시여서 문화도 인공적이며 비현실적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스크바와 달리, 표트르 대제의 명령에 의해 세워진 이 도시는 유럽문화가 지배하는 공간이며 계급적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속물성과 서구의 앞선 문명을 뒤 쫒아가는 대열에 합류하려는 욕망이 팽배하고 있었습니다.
고골은 공중에 기초 없이 세워진 이 도시를 ‘영혼이 부재하는 곳’ ‘악의 공간’ 으로 묘사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이 대립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이 넵스키 거리는 환영에 불과했습니다.
이름에 관한 유희를 좋아했던 고골은 두 주인공의 이름에서도 재미난 시도를 했습니다. 피스카료프는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 피로고프는 파이를 연상시킵니다. 이름에서부터 우스꽝스러움 뒤에 감춰진 비애가 느껴집니다.
고골은 다른 이 에게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허위를 보고 절망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현실 부정의 고골의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현실은 모호하게, 환상은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에서 그것이 나타납니다.
토론 때 “그 시대에 그 거리를 그들과 같이 걷는 느낌 이었다” 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이면 뒤의 깊은 슬픔이 있는 그 넵스키 거리를 김은희샘이 준비한 자료로 보면서, 지금은 사진과 그림으로 그곳을 보지만 언젠가는 실제로 넵스키 거리를 걸어보겠다는 소망이 수업에 참여한 분들에게서 엿보인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