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dance?
소지연
낯익은 영화제목 같지요? 절대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이건 우리 반 대선배님들이 단박에 지어 주신 오늘의 후기 제목이랍니다. 오늘 시월의 마지막 금요반 수업이 “샬 우이 댄스?“의 감미로움 속에 진행되었기 때문 이지요
조병옥 선생님의 < 생명의 노래> 중의 한 대목을 읽으며 ”누군가가 춤을 청해오면 응해야 하나요? “ 라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교수님의 질문에 모두가 ”오우 예스!“ 로 합창 했습니다 이 참에 올해의 송년 프로그람까지 완벽하게 짜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겨우 1시간 거리의 가평에서 대추 빛 단풍에 흠뻑 젖고 온 저는 서울의 나무들이 그다지 붉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합평이 단풍보다 더 빨갛게 우리들의 사유를 물들여 주었습니다.
거기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래시장 표 찹쌀 도넛까지 입맛을 돋우었지요. 입천장에 와 닿는 쫄깃함이라니! 최고의 맛을 준비해 주신 이 원예님, 감사했습니다. 결석하신 조순향님 임옥진님 노정애님! 그리고 다음 학기에 나오시나요? 오세윤님 김진님 나윤옥님 황경원님 오윤정님! 오늘 많이 아쉬웠습니다. 저는 다음 학기에 멀리서 겨울방학을 보내고 올 예정이라, 막을 내리는 이 시월의 마지막 주와 순식간에 흘러가 버릴 11월이 무척 아깝고 소중하답니다. 그날까지 얼굴 닳도록 마주 보고 열심히 다닐 작정이구요.
오늘은 다섯 편의 합평이 있었습니다.
조병옥님의 <생명의노래(?)> -우산을 펴라-
정영자님의 <파리지엔느와 세련된 옷맵시>
최계순님의 <공무원의 가족으로 산다는 건>
홍도숙님의 < 당신의 손은 위대했다>
안명자님의 < 알바트로스의 비상>
송교수님은 모든 분의 글이 편안하고 완성적이라 하시면서도, 다음과 같은 미세하고 소중한 지적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A 소설적 구도가 아니어도 흥망이 들어 있고 할 말을 다 한 글은 일부러 소설적 장치를 만들지 말고 편안하게 서술하라.
B 단락의 각 명제들에 구체적인 설명과 사례를 첨부하라.
C 구어체를 조심하라.
D 일반론이 아니라 문제의식이 있는 글감을 골라야 한다.
E 제목에서 ‘당신‘ 과 같은 3인칭의 경우는 여러 사람을 떠올리므로 인명을 지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 심도 있는 단락을 구성했으면 반복적인 의미의 단락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G 수필의 길이에 연연해서 사족을 덧붙이지 말 것.
H 적합하지 않은 비유와 불필요한 단락은 과감히 솎아 내야 한다.
등등이었습니다.
오늘은 특히 소설과 수필이 그려 내는 내용의 범위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수필가는 사실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식으로 전개 하지만 소설가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본질, 즉 惡까지도 들추어낸다.” “옛글이 고진감래, 즉 고생 끝에 해피엔딩을 썼다면 근대의 문학은 흥진비래, 즉 좋은 것 끝에 오는 비극적 요소를 들추어내는 작업이다.” “ 작가는 음지와 양지, 선과 악을 대조해서 그려내야 하고 이것은 다분히 소설가의 책임이다”. 등등.
이런 점에서 조병옥님의 소설가적 능력은 이 어려운 일을 잘 처리 해 낼 수 있고 깊은 내막을 알릴 수 있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위와 같은 간과 할 수 없는 에센스가 졸릴 틈을 주지 않고 뇌리에 속속 박히니 빨간 단풍이 흐릿하던 뇌 속으로 마구마구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오늘은 “어떤? “하고 출석했다가, “역시!” 의 충족감이 수업의 말미를 장식하는 금요반의 좋은 글과 심도 있는 합평이 덥석 손을 내미네요.
여러분! Shall we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