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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리타, 내 삶의 빛'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10-22 22:26    조회 : 3,219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

 

소아성애라는 추악하고 역겨운 소재로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아름다운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에 놀랐습니다.

작가 나보코프는 1899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볼셰비키 혁명 때 가족 모두 크리미아로 도주했다가 베를린으로 망명합니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할 무렵 베를린에 있던 아버지가 러시아 극우파에 의해 암살당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유대계 러시아인인 베라 슬로님과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시린이라는 필명으로 여섯 편의 소설을 유럽에서 출간합니다.

러시아 문학과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그가 미국에 정착한 후 교수직을 얻고 영어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받은 영어교육 덕분이었습니다.

<<롤리타>>는 미국 내에서 출간을 거절당하고 1955년 파리에서 처음 출간됩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자 프랑스에서 발매가 금지되고 영국의회에서는 책의 출판 여부를 놓고 논의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곡절 끝에 미국에서도 출간된 롤리타는 3주 만에 10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관심을 끕니다.

이 작품 속의 롤리타는 유럽문학에서 수백 년간 숭배되었던 초현세적인 완전함을 갖춘 단테의 베아트리체나 페트라르카의 라우라같은 인물입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롤리타, 내 삶의 빛으로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 여름날의 바닷가에서 어린소녀 애너벨을 사랑했던 험버트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애너벨을 닮은 소녀 롤리타를 보고 그녀에게 미친 듯이 빠져듭니다. 천진함과 기만, 매력과 천박함, 어두움과 명랑함을 함께 지닌 그녀와 비정상적이며 비상식적인 욕망의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과거의 바닷가 공국이 낳은 운명적 결과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롤리타를 둘러싼 논란으로는 늙은 유럽이 젊은 미국을 농락하는 이야기라거나 젊은 미국이 늙은 유럽을 농락하는 이야기라는 등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여러 논란에 대해 작가 나보코프는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위한 책이 아니다.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예술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의미가 있다. 그런 책은 흔치않다. 나머지는 모두 시시한 졸작이거나 이른바 관념소설인데 언젠가는 누군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서 발자크와 고리키와 토마스 만을 힘차게 때려 부수리라하고 일갈했습니다.

영어로 소설을 쓴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개인적 비극은, 내가 타고난 모국어, 즉 자유롭고 풍요로우며 한없이 다루기 편한 러시아어를 포기하고 내게는 두 번째 언어에 불과한 영어로 갈아타야 했다는 사실이다. 모국어를 사용하는 작가들은 마술사처럼 연미복 뒷자락을 펄럭이며 자기만의 절묘한 방식으로 전통을 뛰어 넘을 수 있지만 나의 영어에는 그런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나보코프는 이렇게 말했지만 롤리타에서 보는 그의 문장은 능란함을 넘어서 영어를 희롱하듯 언어유희를 하고 있습니다.

험버트와 롤리타의 사악한 매력과 내면의 움직임, 상황, 장면에 대한 묘사들은 눈에 보이는 듯 섬세하고 유려하게 그려졌습니다.

 

작품에 대한 독후감은 다양하고도 열띤 토론이 되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교가 생각났다. 미국에서는 이 책을 거의 못 읽게 한다.”

유럽남자가 미국소녀를 농락했다는 반미 소설 일 수 있다.”

작가가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표출한 것 같다.”

아름다움의 끝은 어디인가를 낱낱이 파헤쳤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성적인 문란은 존재한다.”

예술을 즐기려면 도덕성은 배제하자. 예술작품으로만 보자.”

도덕을 배제하고 읽으면 정말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기자는 생각으로 읽었다.”

이 책은 중동에서는 금서 1위에 있다.”

많은 남자들이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해도 심리적으로는 성적인 타락을 범했을 수 있다.”

험버트와 롤리타는 서로에게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다.”

작가는 용감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사랑의 이미지와 감정을 사랑한다.”

롤리타를 영화로 볼 때도 책으로 읽을 때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험버트도 나쁘지만 롤리타도 질이 안 좋은 소녀이다.”

 

이 책을 번역한 분은 이 번역은 미완성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치고 또 고치겠다. 그러나 결론을 내려 줄 나보코프가 이승에 없으니 영원한 미완성일지도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롤리타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이순례샘 반가웠습니다. 롤케익도 감사하구요. 직접 주말농장에서 키운 고구마를 쪄 오신 임명옥샘, 상추를 주신 김정희샘 감사합니다.

구하기 어려운 책들 새로 만들어 주신 김은희샘, 감사합니다.

다음 주는 <매머드 사냥>입니다.

 

 


엄선진   16-10-23 00:02
    
반장님!  후기 잘보았습니다.
덕분에 복습 잘했습니다. 

"사랑은 광기다"
사랑의 늪에 빠져서 결국 헤어나지  못한 험버트~.
그는 결국 미쳤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끊는 지경에까지  갔으니까.

우리  러시아반 선생님들 사랑에 미치지않게 조심합시다.하하.

언제였던가?  듣고 또듣고, 하루종일 , 며칠씩  들었던  노래,
임정희<사랑에 미치면> 을 들어보면서??
롤리타도 알퐁스도데의"별" 같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소녀적인 사랑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심희경   16-10-25 22:13
    
엄선진샘,
그래요. 미친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정신이상일 뿐이죠.
사랑은 고상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 누군가를 해칠 수 없어요.
알퐁스 도데의 '별', 저도 참 좋아해요. ^^
박윤정   16-10-25 23:05
    
오늘 아침 영화까지 다 보고
이제야 이곳에 왔습니다..
하필이면 사다리를 이용해야 닿는  서고 높은 곳에 꽂혀 있어
서점 직원에게 "저 책이요"라고 부탁해야 했고... 
계산대 앞에서는 뒷줄에 선 사람을 왠지 의식해야 했던...
엄청난 변태에 대한 책이려니 각오하고 붙잡았던,
참으로 불편했던 책...
정작 만나보니
여전히 불편하긴 한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보코프의
부서질 듯 여리고 섬세한 감성, 유려한 필치, 탁월한 유머감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단죄하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혹은 내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복잡미묘한 정신세계를 이해해보자는 쪽으로 스스로를 달래가며
험버트와 돌로레스의 여행을  따라다녔지요.

영화로 보니
싱크로율 100프로의 등장인물들에 놀랐고...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련한 ost는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듯했습니다. 
지독한 짝사랑에 빠져 바보가 된 험버트도...
결국 이 어른 저 어른에게 치여 성장이 평탄치 못했던, 
악동같이 굴지만 밤마다 흐느껴 울던 돌로레스도
모두 가련한 사람들이었고
영상에 그 모습을 아주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이제 귀향을 일주일 앞두고 있습니다.
익숙하던 곳, 정든 곳을 한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가면
반가움과 낯선 감정이 함께 들 것입니다.   
운수 좋은 하루를 보냈던 쇼호프처럼
현재 있는 곳에서 집중하다 보면
그곳이 점점 멀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떨어져 있으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러시아문학을 읽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하고 나누고 싶어 하는가를요...
그리고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분들과 시간을 함께했는가를 말입니다.
임명옥   16-10-27 19:19
    
박윤정샘 보구 싶어요. 함께 토론하며 점심도 함께하는 날  기다려집니다.

롤리타는 《책읽어주는 남자》와 대비된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영역과 비정상적인 영역의 경계 사이에서 내가 속하지않은 상반되는 영역들을 엿보기였습니다.  소아성애자들의 묘사가 작가의 체험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행위자와 고발자의 입장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도덕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음지가아닌 정상적인 세상에 머무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는 것입니다.
 영향력있는 작가는  독자들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좋아야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집필해야하겠습니다.
담주에도 게으르지 않고 독서에 빠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