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반엔 어떤 가을이 쏟아 진거야?

글감이 가방 한 가득. 무겁게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듯 글들이 수북이(무슨 낙엽도 아니고!^^) 쌓인 터라 어쩔 수 없이 회원 글 합평으로 시작하여 합평을 하다 합평으로 끝내도 합평 글이 남아돌 정도로 결실이 있는 종로반. 글 당 30여분을 할애하는 심층 분석 및 수정, 보완 방향 제시로 글들은 문우님들 글들은 쑥쑥 자라고... 아 가을이네! 근데, 종로반 문우님들은 가을도 안 타남?
1. 회원 글 합평
가. 그날의 신문팔이 소년(윤기정)
그동안 써 왔던 글과는 다른 새로운 기법과 구성의 글이다. 독립기념관을 설명한 긴 전개 부분을 짧게 줄이고 초, 중반부에 신문팔이 소년을 등장시켜 캐릭터에 좀 더 비중을 주었더라면 난해하지 않고 주제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되었을 것이다. 이해가 쉬운 글이 주제에 접근하기도 쉽다.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면 주제는 흐려진다. 독립기념관 화재와 남대문 화재(역사를 잊은 민족의 교훈)를 결미에 연결하려면 <<안경점의 그레트헨>>에 나오는 수필 <블랙호크 다운> 기법 참고.
나. 정상에서 만납시다(박소언)
문장이 정확해 내용이 잘 전달되는 글. 사업가로 성공한 P회장의 인간적인 편모,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서기까지의 과정, 필자와의 개인적인 특별한 인연이 첨가된다면 더욱 활기가 넘치고 풍성한 글이 될 것이다. 수필에 나이가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늙은이’라는 표현보다는 ‘사람’으로 표현하도록. 인생과 산행을 비교한 끝 부분이 좋다. 기업을 위해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성공의 길을 걷는 가장을 여자의 마음으로 지적한 김순자 님의 귀여운(?) 이의제기에 모두 웃었다. ㅎㅎ.
다. 세 번의 죽을 고비(염성효)
상황을 바로 알 수 있는 가독성 있는 글이다. 형식면에서 현재형과 과거형을 혼용하였다. 시제의 혼용은 각자의 스타일이지만, 문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기법이다. 수필에서 ‘죽음의 문제’는 회피하고 싶어 잘 다루어지지 않는 무거운 소재인데, 삶과 죽음을 위트 있게 버무려 쓴 글이어서 그런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 결미에 지금까지 겪은 세 번의 죽을 고비 다음을 연결해 보면 좋을 듯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즉, 죽을 고비를 넘기면 명이 길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네 번째로 죽을 고비가 나에게 올 것인가? 만일 온다면 과연 어떤 형태로 다가올 것인가? ’
라. 겸제 정선과 금강산도(김순자)
지식과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방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공부한 결실이 여실히 보이는 힘들여 쓴 글이다. 본문에서 한 용어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글의 흐름을 해치는 갑작스러운 문단은 과감히 삭제하는 것이 글을 일관성 있게 만든다. 처음과는 달리 탄탄해진 문장력과 짜임새 있는 김순자 님의 글을 문우님들이 다 같이 느꼈다. 김순자 화백님 덕분에 고전과 한국화에 대해 많은 글을 읽고 지식을 함영할 수 있는 우리는 이래저래 복이 많은 셈.
마. 내 안의 그대(신현순)
늦깎이로 방통을 다니던 시절에 시험을 치르던 날의 불안과 설렘, 안도하는 마음을 세밀화처럼 묘사한 글이다. 시험을 앞에 둔 학생의 긴장감과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 50분이 핍진성(逼眞性) 있게 펼쳐진다. 스스로를 칭찬하고 대견해하는 끝마무리 부분을 좀 더 따뜻하게 바꿔 주면 어떨까? 이를테면, ‘그래, 애썼다. 그런대로. 그만하면!’ 제목도 바꾸어 보면 글의 느낌이 한결 달라질 듯. ‘내 안의 또 다른 나’ ‘나에게 건네는(보내는) 위로’ ‘그대 안의 블루’ ‘나와 함께 춤을’? ㅎㅎ
2. 금과옥조(金科玉條)-합평 중에 곁들여진
가. 순화된 단어의 선택으로 글쓴이의 겸허함이 드러난다. 또한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배려가 글의 품격을 담보한다. 이는 진술의 ‘진실성’ 여부와도 다르고 글쓴이의 ‘인품’과도 별개의 문제다.
나. 수필의 정황은 알기 쉽게 해야 주제가 살아난다. 강조할 것은 당연히 강조하되 그렇지 않은 것은 흐르는 대로 놔두어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짐짓 부각하면 혼란스러울뿐더러 주의력이 흐트러진다.
다. 현재는 현재 시재로 과거는 과거 시제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단,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 역사적 사실,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습관, 또는 과거의 사건을 박진감 있게 재현하고자 할 때는 현재시제로 써도 좋다. 문장력이 극의(極意)에 이르면 현재시제로만 쓰거나 시제의 혼용도 가능하다.
라. 등장한 인물이 이유 없이 실종되는 글을 가끔 보는데 무책임하다. 히치콕 영화에 시그니처로 등장하는 ‘맥거핀(macguffin, 긴장을 고조하려 혹하게 만들고 슬그머니 없어지는 기법)’은 금물. 콩트나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는 ‘복선’이나 ‘반전’도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잘못 구사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
3. 종로반 동정
- 수확의 계절 가을에 종로반 문우님들 글 쓰느라 잠도 안 주무시나 보다. 합평받으려 내놓는 글들이 수북이(또 수북이?^^) 쌓여간다.
- 사정으로 수업에 못 나온다는 몇 분의 전갈을 받자 옆구리가 허해진 선소녀 총괄 총무가 튀김에 순대를 강의실로 배달. 그 음식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은 과연 무엇?
- 추억의 꽈리를 오빈(지명일까요?)으로부터 챙겨 들고 오신 윤기정 님. 꽈리 묶음을 한국산문 종로반 사무실 벽에 예쁘게 걸어 놓은 문우님들. 역시 한 마음 한 뜻.
- 강의를 마치고 간단한 저녁 후에 모두 임헌영 교수님의 피천득 특강을 들으러 청운 문학도서관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