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심장>
미하일 불가코프(1891-1940)
소설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건방지고 분수 모르는 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개들을 향해 “나는 지주 귀족의 개라고. 지식계급에 속한 존재란 말이야” 이렇게 건방을 떨었으니까요.
책을 다 읽은 후에서야 알았습니다. 이 소설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거대한 메타포 덩어리라는 것을. 혁명을 비판하다 못해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는 1891년 키예프에서 신학자인 아버지와 러시아정교회 신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키예프 대학 의학부 재학시절에 첫 번째 부인인 타티야나 라파와 결혼합니다. 군의관 복무 후 글을 쓰면서 <운명의 달걀>등 67편에 이르는 작품과 칼럼을 씁니다. 그 무렵 아내와 이혼하고 1925년에 <개의 심장>을 쓰지만 검열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해에 두 번째 아내가 된 류보비 예브게니예브나와 재혼합니다.
1926년 희곡 <투르빈가의 나날들>이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공연되고 스탈린은 그 작품을 15번이나 관람했다고 합니다. 1928년부터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쓰기시작합니다.
1932년 두 번째 부인 류보비와 이혼하고 엘레나와 세 번째 결혼을 합니다.
1939년에 젊은 시절의 스탈린을 주인공으로 한 <바툼>을 집필하고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원고를 수정한 후 에필로그를 첨부합니다.
1940년 지병이 악화되어 사망하고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안장되었습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가 조수 보르멘탈리와 함께 개의 뇌에 사람의 뇌를 이식시키는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개 샤릭이 사람 샤리코프로 변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개-인간 샤리코프는 고양이를 아주 미워하는 등 동물적 근성을 나타내면서 이식된 뇌하수체의 주인공 추쿤킨의 저질스러운 인간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최고급 단계의 등장인물과 최저의 야성을 지닌 최하급 단계의 등장인물을 대립, 대비 시키면서 그로테스크적 세계를 확립했습니다. 이는 사실주의적 환상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변신’은 두 가지 측면과 연계되는데 하나는 모더니즘과의 연관성입니다 모더니즘의 미래주의는 기계문명을 지향하며 여성과 남성이 하나의 몸 안에 존재하는 중성적 존재를 찾고자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미래를 건설할 완전한 인간이라 생각하여 인간개조에 대한 논의가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논리에서 러시아혁명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완성된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호모 소비에트쿠스, 즉 사회주의적 인간형으로 사회구성원을 변화시켜야 했습니다.
볼셰비키혁명 이데올로기가 강요되던 시대상황 속에서 나온 이 소설은, 개에서 인간으로 변했다가 다시 개가 되는 변화의 순환 고리 속에서 개조실험이 실패했음을 보여줍니다. ‘개의 심장’의 ‘심장’은 본성이며 그것은 교화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자연적이며 부당한 수술은 볼셰비키의 파괴적인 혁명과 동일시했으며 이 잘못된 수술은 혁명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면 재앙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혁명 이전으로 환원시키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작품을 읽은 소감으로는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거의 백 년 전에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나쁜 줄 알면서도 새로운 것에 적응해 가는 인간을 보았다.’ ‘사회주의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늬만 사회주의자인 거짓말쟁이가 많다.’ ‘유전자 변형식물이나 동물, 세포복제, 복제인간 등에 대한 불행을 예견한 것 같다.’ 등등이었습니다.
<개의 심장>은 1925년에 탈고했지만 60년이 지난 1987년에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불가코프는 ‘혁명이 좋은 결과를 낼까’ 하는 의문을 가진 내부 망명자였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주목한 이 작품을 쓰면서 혁명의 부당함을 그로테스크한 환상적 은유로 풀어냈습니다.
수업 때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가신 분, 병원에 가신 분, 중요한 약속이 있는 분...
허전해서 자꾸 문 쪽을 보았답니다.
다음 주는 <벌거벗은 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