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이반의 어린시절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8-26 17:26    조회 : 4,162

영화<<이반의 어린시절>>  

V. 보고몰로프 원작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 <개의 심장>을 보려던 계획이 바뀌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이반의 어린 시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소년이 햇빛 찬란한 들판을 나비를 쫒으며 걷고 있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우물을 들여다봅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깊은 우물의 수면에는 낮에도 별이 보인다

전쟁통에 돌아가신 엄마는 소년의 꿈에서만 보입니다.

이 흑백영화 속에서 12살 소년 이반이 처한 현실은 전쟁이고 꿈에서만 행복한 일상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전쟁이 미치는 사람의 상태를 분석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1932년 볼가강 연안 유리예프스키 의 문학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버지는 시인이자 번역가였으며, 모스크바 문학대학을 졸업한 어머니는 친구들로부터 치마 입은 톨스토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시와 소설을 없애버렸습니다.

타르코프스키가 세 살 때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게 되고 어머니는 인쇄소에서 교정보는 일을 합니다.

모스크바의 학교에 입학했지만 전쟁 때문에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피난가고 볼가강의 목재집 에서의 생활은 영화<<거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 피아노와 미술을 배우러 예술학교에 다녔고 모스크바 동방학 대학교 아랍어과에 입학 했으나 체육시간에 뇌를 다쳐 학업을 중단합니다.

방황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주선으로 지질학 조사팀에 들어가고 광물수집원으로 타이가와 시베리아에서 일합니다. 후에 그는 그 시절은 나에게 가장 좋은 기억들을 남겨 주었다고 회고합니다.

조사팀에서 돌아온 후 소련영화대학에 들어가고 동급생이던 이르마 라우시와 결혼합니다. 그녀는 이반의 어린 시절에서 이반의 엄마역할로 출연합니다.

타르코프스키의 학창시절과 초기창작 시기는 흐류쇼프 해빙기와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프랑스의 신 물결이 등장한 시기였습니다. 우등생으로 소련영화대학을 졸업한 그는 첫 작품으로 <<이반의 어린 시절>>을 만들어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합니다.

루블료프촬영 때 조감독이던 라리사 키질로바를 만나고 첫부인과 이혼 후 그녀와 재혼합니다.

솔랴리스, 거울, 스탈케르, 노스텔지어 등의 작품을 완성하고 스톡홀름으로 가서 새 작품 희생을 논의 할 때 소련으로의 귀국을 거부합니다. 이 작품의 촬영을 시작할 무렵 폐암 판정을 받았으나 영화를 완성하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합니다.

파리에서 치료를 받다가 198654세로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1990년 사후 레닌 상을 수상합니다.

 

보고몰로프의 단편 <이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드네르프 강의 척후병 역할을 하던 이반이 독일군에게 희생되는 간결한 스토리 속에, 단순하지 않은 전쟁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대사 중에 전쟁은 어른들이 하는 거야” “전쟁은 남자의 일입니다라는 부분이 있지만 전쟁은 어른이나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게 보여 줍니다.

이 흑백 영화의 화면은 더 없이 시적입니다. 빽빽한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군인들, 강가의 수면위에 비친 자작나무는 더 없이 고요한데 정적을 울리는 한방의 총소리... 수묵화 같은 고요한 풍경은 전쟁의 아우성을 침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칼체프 중위는 이것이 지구위의 마지막 전쟁은 아니겠지하고 말합니다.

 

2차 대전 초기에는 러시아가 독일에게 밀립니다. 스탈린의 숙청으로 유능한 장군의 70%가 처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시베리아에서 탱크를 만들어 철로로 실어왔고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시작하자 일본군과 싸울 일이 없어진 일본 관동군 방어용 이었던 시베리아군을 전투에 투입합니다. 게다가 50년 만의 혹한은 러시아 편이 되어 주었고 독일군은 모스크바를 앞에 두고 진군을 멈추게 됩니다.

1945년 베를린 함락과 항복으로 종전 되었지만 러시아는 2000만명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러시아는 결과적으로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승리가 무엇인가를 이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 는 이 영화에 대해 역사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 러시아 노래 <백학>을 떠 올렸습니다. 2차 대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학이 되어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백학>

가끔 병사들 생각이 나는 구나.

그들은 피에 물든 벌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언젠가 그때, 그들은 우리 조국 땅에서 죽지 못했어

그 대신 하얀 학이 되었던 것 같아.

그들은 먼 그때로부터 이제까지 하얀 학으로 사는 구나.

그 하얀 학들이 날아가면서

소리 내어 자신들이 여기 있다고 알려 주고 있구나.

왜 이렇게 자주 그리고 슬프게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는가.

날아간다 날아간다 하늘을

삼각대형을 이루면서 피곤에 지쳐서

날아간다 안개 속을 하루의 끝을 향해서

그리고 그 무리들 속에 나는 작은 틈을 만든다.

아마도 저 자리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 것 같구나.

이제부터 나도 그 회색 안개 속으로 날아가리라.

하늘에서 소리치리라.

땅에 남겨진 모든 이들에게

 

싱가폴에서 돌아오신 정민디샘과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신 박화영샘이 나눠주신 초코렛과 박서영샘의 샌드위치, 반건조 오징어가 영화보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희   16-08-27 01:37
    
'전쟁은 어른들이 하는 거야' 라던 콘차로프의 말.
전쟁놀이나 하며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녀야할 아이에 불과한 이반을 절망케한 전쟁.
결국엔 ... 이반의 어린시절은 없다! 였습니다.
사르트르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역사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고 말했는데,
전쟁을 일으킨 위정자들의 거시적인 역사가 아니라 전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민초들의 '사소하지만 평온한 삶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 라고 생각합니다.
흑백 영화라서 다큐멘타리 영상처럼 전쟁의 상흔이 더 실감나고
사과트럭이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사과들을 먹는 말들과 바닷가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관~하면 팝콘과 오징어 땅콩이라더니... 
박서영 샘께서 손수 만드신 샌드위치와 반건조 오징어.
정민디샘과 박화영 샘께서 가져온 달콤고소한 마카다미아와 쵸콜릿으로
요즘 유행하는 부티크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기분이었어요^^
처형당한  이반에게 무지 미안할 정도로 럭셔리 했으니...
     
심희경   16-08-28 21:37
    
그래요. 이 영화는 '이반의 어린시절은 없다' 고 말하네요.
전쟁은 어린시절을 사라지게하죠.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야하고 때로는 어리광도 부리고 떼를 쓰기도 하는 어린시절.
살아남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철이 들고...
요즘의 시리아 아이들이 생각나요.
바닷가 모래밭에 엎드린채 주검으로 발견된 그 작은 몸의 쿠르디...
그런 아이들이요
이영희   16-08-27 07:03
    
화려하고... 감각적이며 엎어지고 깨지는... 헐리우드식 상업적인  영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보는 흑백화면에서 .. ..전설적인 유명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 차원 높은 영상미.
 흐름을 따라가면서  ....'금지된 장난' ...그 영화도 오버랩됐었습니다.
어른들의 몹쓸 장난인 '전쟁' 을 다룬  또 다른 이야기.
  '이반'이란 아이의 시선... 그 카메라 앵글의 이미지를 열심히  따라가고자  했는데..ㅠ

..그러나..저는  박서영님의 고운 마음이 그대로 보여지는  정성과
박화영님의  하와이 초콜렛의 푸짐함 .. 그리고  싱가폴에 다녀오신 정민디님이 가져오신 선물
 . .. 그 다국적 먹거리에 더 집중하고 말았습니다.

김은희 선생님.. 귀한 영상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더 집중을....
오늘도 반성문으로 맺음을.....^^
     
심희경   16-08-28 21:54
    
'금지된 장난'
 영화에 흐르던 '로망스' 가 무척 아름다웠죠.
예전에 로망스를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었는데 지금도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피아노 뚜껑 열어본지가 언제인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집 피아노는 성모상과 십자고상 올려 놓는 콘솔로 쓰이고 있어요.

저도 푸짐한 다국적 먹거리에 엄청 즐거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