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반의 어린시절>>
V. 보고몰로프 원작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 <개의 심장>을 보려던 계획이 바뀌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이반의 어린 시절’ 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소년이 햇빛 찬란한 들판을 나비를 쫒으며 걷고 있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우물을 들여다봅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깊은 우물의 수면에는 낮에도 별이 보인다”
전쟁통에 돌아가신 엄마는 소년의 꿈에서만 보입니다.
이 흑백영화 속에서 12살 소년 이반이 처한 현실은 전쟁이고 꿈에서만 행복한 일상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전쟁이 미치는 사람의 상태를 분석하려고 했다” 고 말했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1932년 볼가강 연안 유리예프스키 의 문학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버지는 시인이자 번역가였으며, 모스크바 문학대학을 졸업한 어머니는 친구들로부터 ‘치마 입은 톨스토이’ 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스스로 ‘재능이 없다’ 는 이유로 자신의 시와 소설을 없애버렸습니다.
타르코프스키가 세 살 때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게 되고 어머니는 인쇄소에서 교정보는 일을 합니다.
모스크바의 학교에 입학했지만 전쟁 때문에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피난가고 볼가강의 목재집 에서의 생활은 영화<<거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 피아노와 미술을 배우러 예술학교에 다녔고 모스크바 동방학 대학교 아랍어과에 입학 했으나 체육시간에 뇌를 다쳐 학업을 중단합니다.
방황하고 있을 때 어머니의 주선으로 지질학 조사팀에 들어가고 광물수집원으로 타이가와 시베리아에서 일합니다. 후에 그는 “그 시절은 나에게 가장 좋은 기억들을 남겨 주었다”고 회고합니다.
조사팀에서 돌아온 후 소련영화대학에 들어가고 동급생이던 이르마 라우시와 결혼합니다. 그녀는 ‘이반의 어린 시절’에서 이반의 엄마역할로 출연합니다.
타르코프스키의 학창시절과 초기창작 시기는 ‘흐류쇼프 해빙기‘ 와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 프랑스의 ‘신 물결’이 등장한 시기였습니다. 우등생으로 소련영화대학을 졸업한 그는 첫 작품으로 <<이반의 어린 시절>>을 만들어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합니다.
‘루블료프’ 촬영 때 조감독이던 라리사 키질로바를 만나고 첫부인과 이혼 후 그녀와 재혼합니다.
솔랴리스, 거울, 스탈케르, 노스텔지어 등의 작품을 완성하고 스톡홀름으로 가서 새 작품 ‘희생’을 논의 할 때 소련으로의 귀국을 거부합니다. 이 작품의 촬영을 시작할 무렵 폐암 판정을 받았으나 영화를 완성하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합니다.
파리에서 치료를 받다가 1986년 54세로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1990년 사후 레닌 상을 수상합니다.
보고몰로프의 단편 <이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드네르프 강의 척후병 역할을 하던 이반이 독일군에게 희생되는 간결한 스토리 속에, 단순하지 않은 전쟁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대사 중에 “전쟁은 어른들이 하는 거야” “전쟁은 남자의 일입니다” 라는 부분이 있지만 전쟁은 어른이나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게 보여 줍니다.
이 흑백 영화의 화면은 더 없이 시적입니다. 빽빽한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군인들, 강가의 수면위에 비친 자작나무는 더 없이 고요한데 정적을 울리는 한방의 총소리... 수묵화 같은 고요한 풍경은 전쟁의 아우성을 침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칼체프 중위는 “이것이 지구위의 마지막 전쟁은 아니겠지” 하고 말합니다.
2차 대전 초기에는 러시아가 독일에게 밀립니다. 스탈린의 숙청으로 유능한 장군의 70%가 처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시베리아에서 탱크를 만들어 철로로 실어왔고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시작하자 일본군과 싸울 일이 없어진 일본 관동군 방어용 이었던 시베리아군을 전투에 투입합니다. 게다가 50년 만의 혹한은 러시아 편이 되어 주었고 독일군은 모스크바를 앞에 두고 진군을 멈추게 됩니다.
1945년 베를린 함락과 항복으로 종전 되었지만 러시아는 2000만명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러시아는 결과적으로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승리가 무엇인가’를 이 영화는 묻고 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 는 이 영화에 대해 “역사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 러시아 노래 <백학>을 떠 올렸습니다. 2차 대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학이 되어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백학>
가끔 병사들 생각이 나는 구나.
그들은 피에 물든 벌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언젠가 그때, 그들은 우리 조국 땅에서 죽지 못했어
그 대신 하얀 학이 되었던 것 같아.
그들은 먼 그때로부터 이제까지 하얀 학으로 사는 구나.
그 하얀 학들이 날아가면서
소리 내어 자신들이 여기 있다고 알려 주고 있구나.
왜 이렇게 자주 그리고 슬프게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는가.
날아간다 날아간다 하늘을
삼각대형을 이루면서 피곤에 지쳐서
날아간다 안개 속을 하루의 끝을 향해서
그리고 그 무리들 속에 나는 작은 틈을 만든다.
아마도 저 자리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 것 같구나.
이제부터 나도 그 회색 안개 속으로 날아가리라.
하늘에서 소리치리라.
땅에 남겨진 모든 이들에게
싱가폴에서 돌아오신 정민디샘과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신 박화영샘이 나눠주신 초코렛과 박서영샘의 샌드위치, 반건조 오징어가 영화보는 내내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