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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병대 (러시아 고전읽기반)    
글쓴이 : 심희경    16-08-21 00:17    조회 : 3,518

<기병대>

이사크 바벨리

 

레닌의 직선으로 카자크들의 곡선을 요격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문장 밑에 빨간 줄을 긋고 별표 두 개를 했습니다. 직유와 은유로 가득한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은 전쟁의 참혹함을 더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이런 비참한 기록이 또 있을까 하는 놀라움과 비탄에 잠겨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작가 이사크 바벨리는 1894년 오데사에서 유태인 상인 집안의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오데사 상업학교 졸업 후 키예프 상과대학에 입학했다가 페트로그라드 법학부로 편입합니다.

대학생 때 키예프 주간지 오그니(불꽃들)에 첫 단편 <늙은 슈로이메>를 발표합니다. 막심 고리키와 알게 된 후 그의 충고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몇 개의 직업을 거칩니다.

루마니아 전선에서 일병으로 복무하다가 부존느이 제1기병대 종군기자로 파견되어 군인이자 정치위원으로 복무합니다. 소련-폴란드 전쟁 때 기병대 일기를 기록하여 이것이 소설 <기병대>의 기본이 됩니다. 이후 오데사 현 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오데사 이야기>를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잡지 레프’ ‘붉은 처녀지<기병대><오데사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탁월한 언어의 장인이라는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희곡작품으로는 <석양><마리야>가 있고 몇 개의 시나리오도 집필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비에트 비평은 노동자 계급사업에 대한 반감에 대해 비난하고 자연주의와 비 적 행위적 본성과 낭만화의 옹호를 비판합니다. 그러던 중 바벨리는 페레델키노 별장에서 반 소비에트 음모, 테러 행위, 스파이 혐의등으로 체포되고 집필 초고들이 압수되어 15개의 파일, 11권의 기록 책, 7개의 수첩들이 영원히 손실 되었습니다.

심문과정에서 고문을 받고 밀정 노릇을 했다고 거짓 자백을 합니다. 그로인해 소련최고재판소 군위원에 의해 사형이 선고된 다음 날인 1940127일 처형되어 돈스키 공동묘지의 공동무덤에 매장되었습니다.

소비에트 문학에서 제외되었다가 1954년 사후 복권되고 1957년 일리야 에렌부르크의 서문이 실린 선집이 발간됩니다. 일리야 에렌부르크는 이사크 바벨리에 대해 ‘20세기 탁월한 작가들 중 한명이며 훌륭한 스타일리스트 이자 단편의 거장이라 칭합니다.

바벨리의 딸 나탈리야는 미국 문학비평가가 되어 그녀의 편집으로 영어로 된 이사크 바벨리 전집을 출간합니다.

바벨리는 남 러시아 학파로 불리는 문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마르크 슬로님은 바벨은 혁명이후 소련문학이 배출한 가장 훌륭한 스타일리스트 이다라고 칭송했습니다.

 

<기병대>1926년 발표된 연작형식의 소설로 38편의 단편 속에 제1기병대의 일상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화자인 류토프는 공포와 감탄의 혼합된 감정을 갖고 적()군의 폭력과 잔혹성을 봅니다. 이 속에는 인간 뿐 아니라 동물(특히 말)과 자연 마저도 전쟁의 희생물이 된 처참한 모습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조차 적을 만들지 않으려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적이 되어 버리고 다른 부대로 전속되어 떠납니다.

소련의 사령관 세묜 부존느이는 <기병대>에 대해 분개하여 바벨리를 문학의 변절자라고 비난하고 스탈린도 바벨리를 비난하였으나 고리키 만이 그를 비호했습니다.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눌 때 나온 이야기들은 심약한 사람의 참전 기록이다. 작가의 펜 끝을 따라가면서 거기에 참여했다. 그 시대와 장소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전율이 일었다. 혁명에 대한 비판 속에 전쟁의 허무와 종교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이 작가는 직유와 은유의 천재이다. 너무나 많은 직유를 좀 거둬냈더라면 의미 전달이 더 쉬웠을 듯하다. 공산주의는 전시행정만 잘 되어있고 의욕이나 성취감, 신뢰감이 없다. 혁명이론 자체는 좋으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만행은 고통스럽다. 자연마저도 등장인물이 되어 인간과 함께 고통당했다. 월남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이 생각났다. 그 시절에 그랬구나 로 끝나기보다 현재의 난민들에 대한 도움을 생각했다. 이 나이에 이런 작품을 알게 되어 기쁘다.’ 등등 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내가 겪지 못한 6.25와 지금의 시리아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아버지가 혁명을 배반한 아들을 죽이고, 동생을 잃은 형이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은 소금뿌려진 상처처럼 쓰라렸습니다. 한 카자크 소년병은 이렇게 말합니다. “혁명에 비하면 어머니는 삽화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아요

천륜마저도 저버리는 혁명중독자들의 팽개쳐친 삶이 그 시대의 불행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변화시키고 내가 살기위해 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의 무참함을 작가는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 속에 녹여냈습니다.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작가라는 이름이 위대한 이유가 이 소설에 들어있었습니다.

레닌의 직선과 카자크의 곡선’, 모두 험한 행로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좋게 끝나는 전쟁이란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일이 있어 못 나오신 박화영샘, 싱가폴에 계셔서 한참 못 뵌 정민디샘, 다음 주에 뵈요.

다음 주는 미하일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을 공부합니다.

 


박서영   16-08-21 14:51
    
<빈대>에 이어 나의 독서 수준으로는 다소 버거운  텍스트였지만 ~카더라(어렵더라) 는 모선생님이 주신 정보덕분에  전열을 가다듬고 읽기에 돌입했더랬습니다.  유난히 발음도 힘든 이름들~ 그러나 한편 한편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스타일리스트'라 불리운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들에 밑줄 쫙~하고 있더군요. 말할수 없을만큼 비참한 전쟁의 묘사들이 '그 문장'들로 인하여 조금 순화되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요~
시간에 쫒겨 더위에 지쳐  읽기를 포기할만도 했는데 끝까지 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예전에 왜 몰랐을까? 에서' 이제라도 읽게돼서 득템한 기분' 이었답니다.
'기록적인 더위와 함께 러시아문학의 문제작?, 화제작?을 만난 그해 여름'으로 기억 될 2016년 여름의 기세가
눈꼽만큼씩  꺽이고 있네요~~  심반장님 수고하셨어요. 김은희선생님 감사해요~
이영희   16-08-22 09:23
    
전쟁.
어느 쪽도 정의가 될 수 없는... 그래도
살아내야하고.. 살아 남는 자의  기록들.
참상속의 일기를 정리하여  작품으로 엮어지고....후세의 우리는 읽고 감상을 토로합니다.

끝까지 읽어내지 못한 나는 불성실함에...그..날  발표하지  못했지만..
읽었던 몇 편 중에.... 찡~하게 하는 것은 - 그리스도 사시까 -  였습니다.
..거지 여자에게서 몹쓸 병을 얻은 계부와 사시까...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매독을 제발 옮기지 말라며 계부를 말려보지만 ... ㅠㅠ

'기병대'  안에는 ...까라마조프 형제의 이반이...불쌍한 말을 생각하는..<대 심문관>을 떠올리게 했으며
 알료사의 성정이 보이는 사시까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師父사부- 에서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 ...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게 마련이나니 영생이 허락된 것은 모친 뿐이더라.
모친은 비록 죽는다 해도 후손에게 추억을 남기나니 감히 그 추억을 더렵히려 하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모친의 기억은  우리들에게 연민이 정을 키워주나니 이는 태양이,  저 무한한
대양이 세계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강들을 키우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니라....."

반장님...담주는 영화 먼저 보는 것 맞지요..??

박서영님.. 묵은지 같은 깊은  마음 잘 받았어요.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
심희경   16-08-22 21:43
    
어제 TV에서 본 다큐 프로그램 <<청춘, 사라진 100년,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읽은 <기병대>와 어느정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독일은 1차 대전 때 포로로 잡힌 다른 나라 병사들로 인종실험을 했는데, 그중 목소리 실험을 하여 포로들의 노래를 채록해 두었습니다.
거기에는 고려인으로 러시아군에 입대하여 포로가 된 김 그리고리, 안 스테판 등이 노래한 아리랑, 수심가, 조국강산, 안중근가 등이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자료가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는 독일에 대해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러시아군에 입대할 수 밖에 없었던 고려인들의 운명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러시아군에  입대하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여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참전했는데, 포로가 된 그들은 수용소에서 죽을때 까지 일하다가 이름없는 병사의 묘지에 묻혔거나 살아남은 사람들도 러시아로 쉽게 돌아 갈 수없었습니다.
그들이 포로수용소에 있는 동안 러시아는 혁명과 내전으로 어지러웠고 귀향길은 폴란드를 거쳐야하는데 러시아와 폴란드가 전쟁중이어서 전쟁터 한복판을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소설 <기병대>에 묘사된 폴란드와의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고려인 포로들의 행적이 그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다큐멘터리는 끝납니다.
100년전 20대의 젊은 청춘이 노래만 남겨두고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기병대>를 읽었기 때문에 그 다큐가 더욱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묵은지 같은 깊은 마음' 멋진 표현이네요.
묵은지 같은 깊은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